알박기, 먹튀, 특혜...전북도는 왜 말이 없는가?

진단

2020-11-13     박주현 기자

“전주공장은 50여 년의 생산기술 노하우와 엄선된 원료를 사용하여 안정된 품질의 다양한 Yam을 생산하고 있으며 새로운 소재와 생산방식의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고객만족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완주군 이서면 은교리 843번지의 대한방직 전주공장(방적)은 홈페이지에 이렇게 소개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거짓임이 확인됐다. 

11월 12일, 대한방직의 옛 전주공장 ‘알박기 논란’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취재한 결과 대한방직 전주공장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직원들이 아무도 상주하지 않고 폐쇄된 공장부지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대한방직 홈페이지의 전주공장 사업소개(캡쳐)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25번지에 위치한 대한방직 본사는 대구공장,  전주공장, 부산영업소, 대구사무소 등을 국내 사업지구로 운영하고 있다며 공식 홈페이지에 안내하고 있지만 전주공장의 경우 텅 빈 곳으로 방치된지 1년이 지났다. 

명칭뿐인 대한방직 전주공장, 갈등ㆍ혼란 부추겨 놓고 먹튀?

전주공장의 대표전화로 확인을 해보니 서울 본사에서 직접 전화를 받고 있는 대한방직 전주공장은 이미 가동이 중단된 채 아무도 상주하지 않은 빈 껍떼기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전주공장 담당자가 본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본사 직원의 귀띔에 따라 재차 확인해 보았지만 그마저도 연락이 되지 않아 사실상 전주공장은 대한방직에서 있으나마나한 존재라는 것을 드러냈다. 

그런데 대한방직은 지금도 홈페이지에 전주공장 주소지 외에 여전히 공장이 존재한 것처럼 꾸며 놓고 소개한 이유가 무엇일까? 

전주시 최대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서부신시가지에 위치했던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은 2017년 말 ㈜자광에 매각되면서 폐쇄 수순을 밟은 뒤 현재의 주소지인 당시 ㈜신한방 공장으로 이주했다.

완주군 이서면 대한방직 전주공장 내부 모습(2019년 4월 폐쇄된 상태)

그러나 2년이 지난 지난해 4월 조업중단으로 당시 대한방직 전주공장 모든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대부분 실직자 신세로 전락했다.

말 많고 탈 많은 대한방직 옛 전주공장 활용을 둘러싼 특혜시비 등으로 전주시와 시민들이 수년 동안 갈등과 분열 속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판국에 대한방직은 이익만 칭긴 채 슬쩍 전북을 떠난 것이다. 시민단체는 이러한 행태를 “전형적인 ‘알박기’와 ‘먹튀”’라며 비난하고 있다. 

1975년 8월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3가 151번지 일원 부지면적 23만 565㎡(약6만 9,700평)에 자리 잡은 대한방직 전주공장은 오랜 세월 전북과 인연을 맺어왔다. 그러다 1999년 전주시가 추진한 서부신시가지 개발사업으로 이 부지 모두가 해당 개발지구에 포함되면서 일약 노른자위로 부상했다. 

대한방직 옛 전주공장 부지(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그런데 대한방직은 2000년대 초반까지 ‘전주공장을 신시가지 조성사업에서 제척해 달라’며 강력히 전주시와 전북도에 요청하며 농성을 벌이면서까지 버텼었다. 개발지의 사각지대로 놓인 이 땅은 그러나 2002년 공시지가가 1평당(3.3m²) 50만 1,600원이었으나 2017년 매각 전에는 206만 9,430원으로 4배 이상 폭등하는 등 주변 상업지역은 800만 원대로 거래돼 전주시가 대한방직에게 ‘먹튀’와 ‘알박기’를 도와준 형태가 됐다는 따가운 비판이 일었다.

그런 뒤 대한방직㈜과 ㈜자광은 2017년 10월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 후, 2018년 10월 18일 토지 소유권을 대한방직㈜에서 ㈜자광으로 최종 이전 완료했다. 그런데 이 부지를 매입한 (주)자광은 공장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해 143층의 대형 타워와 백화점, 쇼핑몰 등 대규모 복합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을 제시해 또 다른 특혜시비를 낳았다.

더구나 (주)자광은 전북지역에서 가장 오랜 언론역사를 참칭해온 전북일보의 대주주로 부상했다. 그 시점이 하필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를 매입하고 대규모 개발 계획안을 내놓은 시기여서 더욱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활용방안 공론화위원회, 특혜시비 좁히지 못해

전주시는 결국 서부신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활용 방안을 위해 시민공론화위원회(위원장 이양재)를 구성하여 이 땅의 활용 방안을 놓고 지난 5월부터 시민여론 수렴 등 공론화 작업을 실시하여 6개월여 만에 3가지 활용방안 시나리오를 내놓았지만 특혜시비와 갈등의 폭은 좁혀지지 못한 형국이다.

오히려 “3가지 안 모두 컨벤션과 호텔, 공원, 거주 시설이 들어서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컨벤션과 호텔은 전주시의 종합경기장 개발 계획에 따라 중복 우려가 크고 또한 전주시의 주택 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긴 상황에서 대규모 주택 보급 역시 '과도한 공급'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러한 전주시 옛 대한방직 공장부지 활용방안 가운데 토지 소유주인 ㈜자광의 사업계획이 담기면서 시민단체의 비판이 다시 제기됐다.

전주시민회(대표 이문옥)는 12일 성명을 내고 "공론화위의 회의 내용은 부실하고 그 결정은 상식적이지 못하다"며 "자광을 편들기 위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공론화위원회의 유무선 시민여론조사 중단"을 촉구했다. 

전주시민회, “전주시→공론화위원회→전주시민 책임 떠넘기기” 주장

전주시민회 성명서(11월 12일)

전주시민회는 또 “현재까지의 진행을 보면, 전주시는 공론화위원회에, 공론화위원회는 시민 여론조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주시민과 전북도민의 혼란을 막기 위해 도시계획변경과 도시건축의 책임 행정기관인 전북도는 이번 결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주시민회가 그동안 줄곧 제기해 왔던 내용들을 종합한 이번 성명의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주시 개발사업 과정에서의 토지수용 형평성 문제 제기

전주시민회는 "전주 서부신시가지개발사업 당시 대한방직(주)은 전주시 도시계획을 거부하고 알박기 행태를 벌여 1,500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전북을 떠나고 옛 대한방직 부지는 이 때문에 방치되고 있는데도 공론화위원회는 그 원인과 해결 대안에 침묵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회는 “이 부분에 대한 책임 규명이 없는 상황에서 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다른 개발사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계속 제기될 것”이라며 “전북도가 이에 대한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CBS(노컷뉴스) 11월 12일 보도(홈페이지 갈무리)

둘째, 공론화위원회의 공정성중립성 의문 제기 

"공론화위원회 이양재 위원장은 사전 준비위원회 단계부터 자광의 사업계획 고려 없이 원점에서 논의하기로 했지만 공론화위원회 단계, 시나리오 워크숍 단계 등 단계마다 자광을 초청해 일방적으로 사업계획을 청취했다"는 시민회 측 주장이다. 

전주시민회는 “결국 문제 많은 자광의 사업계획을 세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로 끼어 넣었다”면서 “자광의 편을 들며, 전주시는 공론화위원회에, 공론화위원회는 시민 여론조사에 책임 떠넘기기, 즉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민회는 “자광은 롯데건설과 공모하여 대한방직부지 매입시점부터 자금 전액을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사업 방식으로 조달했다”며 "자광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해당사업은 롯데 복합쇼핑몰, 롯데캐슬 아파트 건축사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북도, 책임 있는 입장 표명으로 혼란 막아야”

셋째, 공론화위원회의 한계 지적 

전주시민회는 “공론화위원회가 제시한 3가지 시나리오는 전주권 개발에서 소외된 전주 동부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적합한 사업”이라며 “공론화위원회 세 가지 시나리오는 논란이 많은 대한방직 부지보다 시민들이 믿을 수 있고 공익에 더욱 충실하며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전주역 주변 역세권 개발사업에 적합한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넷째, "타 지역 사례들의 교훈 반영하지 못해" 

전주시민회는 “(주)자광 같은 디벨로퍼(시행사)들이 전국적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들 업체는 지방자치단체에 장밋빛 사업계획을 제시하지만 사업이 확정되고 해당 부지가 용도변경 된 후에는 돈이 되는 아파트나 쇼핑몰 등만 분양한 채 나머지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사례를 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들에 대한 공론화위원회의 입장표명 조차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다섯째, "전북도가 나서서 책임 있는 입장 표명해야" 

전주시민회는 “전주시가 정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해당 부지 개발계획은 건축법 제11조와 관련 대통령령 조항 등에 의해 전라북도의 사전승인이 필요하다”면서 “도시기본계획 변경, 도시관리계획 변경,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의한 전주시의회의 동의, 전라북도의회의 동의까지 거쳐야하는 복잡한 행정절차도 남겨두고 있다”고 전제했다.

연합뉴스 11월 12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 도시개발사업을 부정하고 알박기 행태를 벌인 해당부지에 대해 전주시와 공론화위원회는 책임을 회피하고 해결할 능력도 없다”며 “천문학적 특혜를 요구하는 자광 편들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전주시민과 전북도민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전북도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전북도의 입장 표명과 함께 공정하고 투명한 행정 처리를 촉구한 성명 내용이다. 그런데 전주시민회의 이러한 성명과 관련해서 전북지역 일간지와 방송사들의 보도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전주시민회가 성명을 낸 다음날인 13일 오전, 연합뉴스, 전북CBS(노컷뉴스), 전라일보의 관련 기사 보도만 눈에 띌(검색) 뿐이다. 

전주시민회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여론조사 중단하라" -연합뉴스

전주시민회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자광안 끼워 넣어" -전북CBS(노컷뉴스)

"대한방직 부지 개발 여론조사 중단하라" -전라일보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