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김재진 저, 김영사, 2020)

2020-10-30     백승종 객원기자

1.

이제 가을도 깊을 대로 깊었습니다. 나날의 삶에 지친 우리 자신에게 희망과 위로의 말을 주고 싶은데요. 마침 적당한 책 한 권을 발견하였지요.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입니다.

“나무의 뿌리가 땅 밑을 흐르는 지하수로 연결되듯 보이지 않지만 너와 나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2.

저자 김재진은 시인이지요. 이 책 속에서 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마음을 여기저기서 만났습니다. 제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웃고 또 웃었습니다.

김재진의 눈길은 참으로 섬세하고, 그의 목소리는 잔잔합니다. 그가 빚어낸 성찰의 문장이 따듯한 사랑의 온기를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여러 벗님에게 권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요.

3.

여운을 남긴 세네 구절을 아래에 적어봅니다.

“시인이 되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한 방법이다. 삶을 사랑하고,

삶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며, 삶과 진실한 관계를 맺는 사람이 시인이다.”

“삶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마음에 살얼음이 끼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

중심을 가지되 가볍게 살아야 한다.”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언제라도 사랑한다는 말은 늦지가 않다.”

“차는 넘쳐서 흐르고, 참다못한 제자가 스승에게 말한다. ‘차가 넘쳐서 탁자가 다 젖습니다.’ 무심한 표정으로 스승은 대답한다.

‘그대의 머리가 이와 같다네. 지식이 너무 많아 넘쳐서 흐르지.’

우리 삶도 그런 것은 아닐까? 뭔가가 넘쳐서 탁자를 적시건만 넘치는 줄도 모르고 자꾸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4.

이렇게 해가 또 속절없이 저물어갑니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