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마을 취재기자 암 투병중, "죄송, 연관짓지 말기를..."

[인터뷰] 장점마을 한달 동행취재 '시사IN' 나경희 기자

2020-10-05     박주현 기자

”2001년 마을에 공장이 들어섰다. 연초박(담배 찌꺼기)을 재료로 비료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이후 17년 간 주민 3분의 1이 암으로 숨졌다.

마을사람들은 싸웠고, 정부는 2019년 공장과 집단 암 발병 관련성을 인정했다. 강산이 두 번 바뀔 시간, 전라북도 익산 장점마을에서 벌어진 일은 이 정도다.

그런데 이 설명은 온당한 것일까. 그렇다면 거기서 평생을 산 사람들의 생은 무엇일까. 고작 몇 개의 문장으로 환원되는 삶이 있을까.“

왼쪽부터 시사IN 이명익 사진기자, 나경희 기자, 장일호 사회팀장(출처 : 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관련기사 : '시사IN 세 기자가 기록한 '익산 장점마을 17년 투쟁사' 2020.8.26)

3명의 <시사IN> 기자가 한 달 동안 주민들과 동고동락을 함께 하며 취재한 결과를 ‘‘환경 재난’ 마을의 해바라기 꽃 필 무렵’이란 제목으로 세상에 알린 내용 중 일부다.

비록 몇 개의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17년 동안 익산 장점마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짐작이 가게 한다.    

장일호 사회팀장, 나경희 취재기자, 이명익 사진기자의 심층취재는 2020년 새해 벽두인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을 찾아 한 달여 동안 주민들과 숙식하며 마을을 취재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5월 11일 발행된 <시사IN> 660호에 가득 담아 세상에 알렸다. 고발이나 다름 없다.

시사IN  ‘환경재난 덮친 익산 장점마을 르포 17년의 투쟁’(660호 잡지 커버)

이명익 기자는 사진을 통해 마을에서 일어난 일들과 사람들의 삶을 꼼꼼히 담아냈다.

또 장일호 사회팀장과 나경희 기자는 암과 투병하다 죽어간 사람들, 암과 투병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하루하루 삶을 주인공처럼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일상들을 놓치지 않고 특징을 오롯이 지면에 담아냈다.

장점마을 사람들의 미시적 삶을 깊숙이 투영해 낸 ‘‘환경 재난’ 마을의 해바라기 꽃 필 무렵’은 1, 2, 3, 4편도 모자라 동영상으로도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

‘환경재난 덮친 익산 장점마을 르포 17년의 투쟁’이란 제목과 장점마을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편집된 <시사IN> 660호 표지에서 시선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3명의 기자는 장점마을에서 무려 한 달을 머물며 취재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258매 분량 기록으로 남겼다고 8월 26일 한국기자협회보(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기자협회보는 "그들은 ‘암 발병 마을 피해자’가 아닌 ‘삶의 주인공’이자 ‘투쟁의 주체’로서 주민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사에 꾹꾹 눌려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재난 덮친 익산 장점마을 르포 17년의 투쟁’ 기사( '시사IN' 홈페이지 갈무리)

그런데 기자협회보는 “2009년 <시사IN>에 입사한 11년차 기자는 현재 휴직 상태”라며 “그는 지난 6월 웬일로 이르게 받은 건강검진에서 유방암 2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라고 밝혀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다.

다행히 “수술을 받고 3주에 한 번씩 병원을 오간다. 머리도 깎았다. 장점마을 어르신들한테 오는 연락도 본의 아니게 피하고 있다”는 기사는 “행여나 ‘마을 취재를 하더니 암에 걸린 거냐’는 오해를 살까봐서”라고 전해 마음을 더욱 아프고 무겁게 했다.

시사IN이 동영상으로 제작한 '해바라기 꽃필 무렵' 화면 캡쳐

주민 3분의 1이 암을 겪은 마을에서, 발암물질을 내뿜던 비료공장 주변에서 17년 싸움 끝에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받은 주민들과 함께 숙식하며 취재했던 3명의 기자들 중 암과 투병 중인 장일호 팀장을 비롯한 다른 기자들의 소식이 궁금했다.

지난 8월 중순, 장점마을을 취재했던 나경희 기자에게 인터뷰 요청과 함께 질의서를 먼저 메일로 보냈다. 그런데 워낙 바쁜 탓인지 답이 없어 재차 문의한 결과 한 달여 만인 9월 26일, 드디어 빼곡하게 답을 적어 보내왔다.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다음은 장점마을을 한달 동안 취재했던 <시사IN> 나경희 기자와 서면으로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장점 마을서 숙식하며 한달 취재, 차 타고 나가야 생필품 살 수 있는 곳"

장점마을 취재를 결심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2019년 11월 말 환경부에서 '금강농산에서 내뿜었던 악취와 장점마을 주민 집단 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우리는 이 사건이 대한민국 환경재난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봤고, 짧은 기사로만 처리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에 '한 달 살기' 취재를 기획하게 됐다.”

장점마을 취재는 언제부터 어떻게 이뤄졌는지, 생활에 불편한 점들은 없었는지?

“우리가 취재했던 시기는 2월이다. 당시 감사하게도 최재철 (장점마을)대책위원장님께서 우리 취재팀에게 집을 내어주셨고, 우리는 소정의 금액을 지급하고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지냈다. 불편한 점이라면 차를 타고 나가야 생필품을 살 수 있었다는 점 정도였다.”

취재 결과를 ‘17년의 투쟁, 해바리기 꽃 필 무렵’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사인싸' 유튜브 동영상 캡쳐(맨 왼쪽이 장일호 팀장)

“'17년의 투쟁'은 말 그대로 장점마을 주민들이 17년 동안 투쟁을 해왔기 때문이다.

'해바라기 꽃 필 무렵'은 해바라기가 토양의 오염물질을 잘 거르는 정화식물로 알려져 주민분들이 심고 싶어 하셨기 때문이다.”

 "조용한 마을이었기 때문에 17년 동안 비극이 더 아프게 다가와"

지금도 기억에 남는 가장 인상 깊었던 마을 모습이나 사람들이 있다면?

“조용함이 기억난다. 낮에도, 밤에도 크게 소란스러울 일이 없는 조용한 마을이었기 때문에 17년 동안의 비극이 더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

사실 생각해보면 금강농산이 문을 닫기 전까지 장점마을은 조용한 날이 없었겠만. 그러나 당시에는 마을분들의 호소와 항의를 귀담아 듣는 사람이 없었다. 그 부분이 안타깝다.”

장점마을 취재진이 공개한 '가장 인상깊은 사람들' 중에서('시사인싸' 유튜브 동영상 캡쳐)

지금도 장점마을 주민들은 전북도와 익산시를 상대로 배상과 관련해서 언제 끝날 줄 모르는 법적 투쟁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되리라 생각하는가?

“지난 3월 6일 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정헌율 익산시장은 ‘장점마을 사건이 내가 오기 전의 일이지만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장점마을 주민들이 준비 중인 소송도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9월 4일 익산시는 시의 관리감독 소홀을 지적한 감사원 결과에 재심의를 신청한 상태이고, 오는 10월 28일 민사 조정 기일을 앞두고 있지만 조정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라고 들었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정헌율 시장이 약속을 지켜주리라 믿고 있다. 우리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시사IN 홈페이지 화면 캡쳐

전북에도 많은 언론이 있지만 <시사IN>처럼 장점마을에서 주민들과 오랫동안 함께 하며 심층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이 없었다. 혹시 지역 언론인들에 대한 조언 또는 바람이 있다면?

“장점마을에 대한 지역 언론의 보도는 꾸준히 나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취재를 할 때 당시 뉴스를 많이 참고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전북 언론에서 장점마을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취재기자 암투병 중, 주민들이 연관지어 생각할까봐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

함께 동행 취재했던 장 팀장이 최근 암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고 기자협회보를 통해 알게됐다. 현재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장일호 팀장의 건강 상태와 장점마을은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좀 곤란하다.

마을 주민들께서 혹시나 연관지어 생각하실까봐 연락도 제대로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는 상황인지라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조용하고 외진 시골이라면 어디든 일어날 수 있는 환경재난"

장 팀장을 비롯한 다른 동행 취재진을 대신해서 장점마을 주민들과 그리고 전북도민, 익산시 등 행정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보다 독자분들께 장점마을을 향한 관심을 부탁드리고 싶다. 장점마을은 아득히 먼 곳에서 일어난, 그래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그런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는 이런 황당한 환경오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은 아마 우리가 떠나온, 나이 드신 부모님이 계시는 농촌일 가능성이 크다. 도시에서 태어난 분들은 자신과 농촌이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먹는 삼시세끼는 농촌의 흙에서 온 작물이다.

이 사건은 앞으로도 조용하고 외진 시골이라면 어디든 일어날 수 있는 환경재난이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장점마을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추신 : “답변은 여기까지입니다. 장점마을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혹시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메일 주십시오. <시사IN> 나경희 드림”


※덧붙이는 글 :

나경희 기자는 <시사IN> 681호(2020년 10월 6일 발행)에서도 ''방관’으로 지은 죄 ‘소송’으로 갚는 익산시'의 기사에서 "장점마을 주민은 전라북도와 익산시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고 감사원은 익산시의 ‘방관’을 밝혀냈다"며 "익산시는 재심의를 신청했고, 마을 주민이 민사조정을 신청하자 대형 로펌을 선임했다"고 보도하는 등 장점마을에 대한 관심과 기록을 기사로 계속 이어가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