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왜 이러나, 뒷돈 수수 의혹까지?
뉴스 분석
국민연금공단의 구설이 끊이질 않는다.
직원들 ‘마약 사고’, ‘아빠 찬스’에 이어 이번에는 전산개발사업 수주 과정에서 직원이 수 천만 원의 '뒷돈'을 받은 의혹까지 제기돼 갈수록 '산 넘어 산'인 형국이다.
24일 SBS는 “2015년 국민연금공단이 발주한 10억 원대 전산개발 사업 수주 과정에서 실무 직원이 9,000여만 원의 뒷돈을 받은 정황이 파악돼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기사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공공기관 전산개발사업 수주 과정에서 이런 뒷돈 관행이 비일비재하다"며 “조달청에서 직접 관여하는 조달 입찰과는 달리 공공기관이 평가하는 자체 입찰에서는 특히 이런 비리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서 기사는 “9명이 평가에 들어가면 외부 교수 5명에 내부가 4명이어서 4명이 짜고 치면 뒤집어질 수 있다”면서 “공공기관 전산사업을 둘러싼 업체와 직원들의 유착 의혹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산개발 사업과 관련한 비리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발각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공기관 전산개발사업을 둘러싼 업체와 직원들의 유착 의혹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와, 비리 근절을 위한 강력한 처벌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전주에 본사를 둔 국민연금공단이 대상에 포함된데 대해 시선이 따갑다.
더구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냈던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총선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고발로 홍역을 앓다시피했던 문제와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4·15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전주의 한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대책위)는 “김성주 예비후보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당시, 경영지원시스템 고도화사업과 신규 컴퓨터 구입과정에서 납품 의혹 등과 관련해 직권남용 및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당시 대책위는 고발장에서 "국민연금공단이 '경영지원시스템 고도화사업'이라는 미명하에 1,000억 원 대를 들여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나선데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전직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몇 년 안 된 전산시스템을 많은 돈을 들여 구축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으며, 그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경영지원시스템 고도화사업은 국민연금의 기금분야 전산시스템 개발과 기획예산, 자산관리, 재무회계 등을 처리하는 것으로 연금보험료 수납을 비롯해 연금급여 지급, 본부 자금관리, 운용자금 결제 등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로 총 34개사가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또 "김성주 예비후보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재직 당시 공단은 100억 규모의 신규 컴퓨터 구매가 있었는데 그 컴퓨터를 납품한 회사가 김 예비후보가 관여하고 있는 회사라는 의혹이 있다"고 관련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당시 김성주 예비후보는 “일방적 주장과 고발은 근거가 없는 음해이자 허위사실”이라며, “허위사실에 근거한 반복적 언론보도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강력한 법적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산시스템 구축사업 관련, 연금공단의 주거래은행 변경에 따라 은행이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독자적으로 주관, 시행한 사업으로 공단이 해당사업의 내용에 관해 알 수 없는 구조이며, 전산장비의 소유권도 해당 은행에 있다”며 “주거래은행 변경은 공단 이사장 취임 전에 결정된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CEO 재직 당시 신규 컴퓨터 100억원 납품 관련, 공단은 내구연수에 맞추어 컴퓨터를 구매하며, 매년 10억원 내외에서 구매하고 있다”며, “이사장 총 재직기간 2년 2개월 중 컴퓨터는 18억 8천만 원 가량 집행되었으며, 컴퓨터 구매는 공단 자체계약이 아닌 조달청을 통한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어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전산장비 유지보수 관련, 국민연금공단은 매 3년마다 조달청의 경쟁입찰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해왔으며, 조달청 주관으로 위촉된 기술평가위원회의 기술능력평가, 입찰가격평가로 계약결정이 이뤄지므로 특정업체 선정과정에 공단, 임직원의 관여 여지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었다.
그런데 비록 2015년에 발생한 일이지만 국민연금공단이 발주한 10억 원대 전산개발 사업 수주 과정에서 실무 직원이 9천여만 원의 뒷돈을 받은 정황이 파악돼 최근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보도가 불거져 총선 당시의 논란과 의혹을 다시 소환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보험공단 관계자는 25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저희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접한 소식이라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며 "현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국민연금공단의 전산개발사업 관련 수사는 많은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수사 결과에 따라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건강보험공단은 3명의 직원이 특정 업체에 사업을 몰아주고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직원들의 대마초 흡입 등 마약사고 이후 ‘대국민 사과’를 한 국민연금공단이 전 노조위원장의 자녀 은행 채용 청탁의혹이 언론에 보도된데 이어 전산개발사업 관련 뒷돈 수수 의혹까지 제기됨으로써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내부 감사기능과 역할에 시선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75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기금 규모만큼이나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의 기강 해이도 상상 이상으로 방만하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차제에 직원들의 일탈과 위법 행위에 대한 일벌백계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의롭고 원칙적'인 인사와 운영ㆍ관리가 전제돼야 개선과 쇄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