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녹조라떼’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진단

2020-09-24     박주현 기자
드론으로 상공에서 촬영한 새만금 방조제 안과 밖 모습(최병성 목사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

“사진 한 장의 힘! 페이스북에 올린 새만금 사진을 보고 전북CBS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습니다. 사진을 보고 충격 받은 것이지요. 지역의 활동가들에게도 새만금녹조 물어보았으나 보지 못했다고 한다면서요.”

'4대강 저격수', '4대강 목사'로 잘 알려진 최병성 목사가 드론으로 촬영한 새만금 방조제 안팎의 대조적인 사진 한 장이 화제다.

'역의제설정'에 이어 '의제파급' 효과까지 불러 모았다. 온라인 의제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보도됨으로써 더욱 중요해지는 현상을 학술 용어로 ‘역의제 설정(internet-mediated reversed agenda-setting)’이라고 한다.

무명의 시민 또는 네티즌들을 통해 제기된 의제가 공중 의제로 확산되고 급기야 전통 미디어 의제로까지 확산되는 과정을 말한다.

이와 함께 다양한 인터넷 채널들을 통해 의제가 널리 확산되는 현상을 ‘의제 파급(internet-mediated agenda-rippling)’이라고 부른다.

최 목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새만금 방조제를 기준으로 푸른 바다와 녹조에 물든 바다가 극명하게 드러난 일명 '반반 사진'이 언론에 의해 화제가 됐다. 언론에 공개되고 다시 인터넷 채널들을 통해 널리 확산되는 모양새다.

최병성 목사 페이스북 이미지 

최 목사는 또 최근 새만금과 4대강을 '쌍둥이'라고 표현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 전북CBS 라디오 ‘사람과 사람’에 출연해 “새만금과 4대강을 쌍둥이라고 표현했더라고요?”라고 진행자가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정말 똑같아요. 우선 사업비부터 거의 같습니다. 4대강 사업비가 22조잖아요. 그런데 새만금 사업비도 22조입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사실은 거짓이죠. 홍수와 가뭄을 막는다고 시작했는데 아무 상관도 없이 똑같았고요.

새만금도 역시 거짓 사업입니다. 식량안보를 위해서 농지를 만든다고 해놓고 이제는 농지는 30퍼센트고 관광지 70퍼센트로 바뀌었죠. 더 놀라운 건 녹조라떼라는 거. 가는 물길을 막으니까 낙동강 물이 썩었잖아요. 새만금도 바다를 막아놓으니까 그 안의 물이 썩었다는 거죠. 사업의 목적부터 결과까지 같다는 겁니다.”

그는 또 화제가 된 사진은 “지난 19일 찍은 것”이라며 “너무나 비참했다”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소감을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 그는 “새만금이 방조제 33.9킬로미터로 기네스북에 올랐으니까 세계 최장 길이인데다, 새만금호 넓이는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한다”며 “어마어마하게 넓은 새만금 방조제 밖에는 정말 하늘처럼 파란색인데 방조제 안은 완전히 녹색, 녹조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고 완전히 썩은 녹조라떼였다”고 말했다.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장면을 드론으로 촬영한 그는 “사진을 찍으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 우리는 새로운 희망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바다를 살리고 전북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는 희망을 봤다”는 그는 대안과 메시지를 남겼다. 

최병성 목사가 공개한 새만금 방조제 인근의 갯벌 풍경 사진 

그는 먼저 '해수 유통'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시화호 사진들을 살펴봤습니다. 시화호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잖아요.

시화호도 담수호를 만들겠다고 바다를 막았고요. 물이 썩으니까 아무리 과학과 기술을 들이댔지만 그래도 수질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갑문을 열어서 해수유통을 하니까 시화호가 살아났고요.

이왕 어차피 해수유통하니까 조력발전하자고 해서 발전소를 지었죠. 이미 결론은 나와 있어요. 어떤 방법도 새만금의 수질을 살릴 수 없다고요. 지금 20년 동안 새만금 수질 개선을 위해 투입한 돈이 4조 원입니다. 그래도 결과는 똑같잖아요. 앞으로 40조, 400조를 퍼부어도 새만금의 물을 살릴 수 없습니다. 방법은 수문을 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새만금이 이렇게 방치된데 대한 정치권에 대한 따가운 일침을 가했다. 

“정치인들이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솔직해야 합니다. 아닌 사업에 계속 질질 끌고 오면서 연간 얼마씩 투입해서 30년 이어왔잖아요. 정말 희망 있고 가능성 있는 사업이라면 왜 지금까지 끌고 왔겠어요.

어차피 불가능한 거 이제는 솔직히 인정하고요. 나라의 발전과 전북의 발전을 위해서 새만금 바다를 살리기 위해서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결단해야 합니다. 도민들에게 현실을 시인하고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도 오랫동안 활동해 온 최 목사는 4대강 살리기에 헌신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는 초기부터 “4대강 사업은 당신(이명박 대통령)의 소신이 아닙니다. 당신의 착각입니다. 당신의 망상입니다. 개인의 망상에 의해서 대한민국의 젖줄이 망가져가는 대재앙입니다"라며 ”4대강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4대강은 물떼새, 수달, 두루미, 쑥부쟁이 등 다양한 생물이 죽어가는 '용산 망루'와 똑같다. 죽음의 포클레인 불길 위에 4대강이 놓여 있다"고 일갈한 내용은 유명하다.

최병성 목사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시화호 모습.

그는 대안으로 "강이 구불구불 흘러가는 하천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복원시켜야 한다"며 "샛강과 하천에서 오염원을 제거하면 하천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그가 “새만금이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자”며 시화호 사례를 들며 해수유통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새만금 수질개선 예산이 2조 9천억 원이었지만 지난 20년 동안 4조900억 원을 썼다”며 “그러나 결과는 등급조차 매길 수 없는 등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는 “새만금 예산 22조 원 중에서 30년 동안 쓴 돈이 겨우 6조원 남짓인데 22조 원 중 수질개선비 예산 2조 9천 억을 더 초과한 4조 900억 원을 쓰고도 등급 매길 수 없는 똥물이라면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새만금 바다 물길을 열라”고 주장했다.

4대강에서 새만금으로 이어진 그의 뼈 있는 일침이 집단지성의 채널을 타고 널리 파급되고 있다.

"우리만이 누려야 할 것이 아니라 후손들이 자자손손 누려야 할 국가의 자원입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재산을 물로만 채우기 위해 훼손하고 있습니다."

‘전북의 자존심’이라며 선거철만 되면 어김 없이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던 이들이 답을 내놓을 차례다. 그 답, 이제는 적확하고 진실해야 한다. 더 이상 전북을 부끄럽게하지 않으려면.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