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사물놀이 주인공, '짚풀 공예' 전문가 변신

별난 사람 : 전주 한옥마을 유춘수 옹

2020-04-21     서치식 시민기자

전주한옥마을에는 사람이 타는 있는 코끼리(?)가 있다. 전주 한옥마을은 전주의 핫플레이스다.

인구 65만인 전주시의 한옥마을에만 1년에 1,200백만명(2017년 기준)의 관광객이 방문하니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국보인 태조어진이 보관된 사적319호 경기전과 사적288호 전동성당이 마주하고 있는 경기전 입구 광장은 한옥마을 중에서도 핫한 장소일 것이다. 그곳에는 전주시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곳의 15전통공예품 부스가 설치되어 전시와 판매를 하고 있다. 민속 공예품 부스의 맨 첫머리에 위치한 짚풀 공예 사랑방에는 짚으로 만든 코끼리, 소, 말, 돼지, 닭 등의 동물 모형과 달걀, 지게, 새장, 짚신 등 전통 생활용품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유춘수 옹

2019년 1월 20일(일요일) 이곳을 찾았다. 주말을 맞아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한옥마을의 태조로에 들어서니 짚으로 만든 동물모형에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는 아이들로 인해 “짚풀 공예 사랑방“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짚 동물모형은 새끼를 일일이 꼬아 만들었는데 동물의 근육을 세세하게 표현한 점이 놀라웠다. 이곳을 지키는 유춘수(80, 전주시 삼천동)씨는 이른바 나 홀로 사물놀이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다음은 2019년 1월 20일(일요일) 한옥마을 경기전 앞 짚풀 공예 사랑방에서 나눈 대황이다. 코끼리 소 등 동물 모형에 타러는 아이들이 한가해지는 시간을 이용해 필자가 유춘수씨와 나눈 대화이다.

선생님은 꽹과리·징·장구·북 등 네 가지 농악기를 혼자서 연주하는 이른바 나 홀로 사물놀이로 유명하신 분으로 알고 있다.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나 홀로 사물놀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골출신이라 농악에 관심이 많았으나 5남매의 뒷바라지에 배울 엄두를 못내 48세이던 1984년에야 농악을 시작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전주의 영생고등학교에 입학만 하고 중퇴를 했던 저는 정규교육에 대한 갈증으로 뭐든 배우려면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농악을 시작하면서 인간문화재 김형순(1933~2017)씨에게 장고를, 우도 농악 최고의 상쇠로 일컫는 나금추 명인에게 꽹과리를 배웠으며 전라북도 도립 국악원에서 판소리 등 여러 분야를 배웠습니다. 1998년에 한빛농악단을 결성해 회장을 맡아 전국을 무대로 활동을 해 각종대회에 나가 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3년간을 회장으로 이끌다 보니 공연에 열성적이지 않은 회원들로 인해 피로감이 싸이기도 하고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물러나 농악단 활동을 그만뒀습니다.

농악단은 접었지만 농악은 그만둘 수가 없었던 저는 농악단을 이끌 때 특정 악기를 맡은 회원이 나오지 못해 애를 태우던 경험이 있어 혼자서 사물놀이를 즐길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2003년 소위 나홀로 사물놀이가 탄생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기는 했지만 발로 징을 치고 양 손으로 북과 징, 꽹과리를 치며 1인 4역을 하려니 처음에는 손발이 따로 놀더군요. 그래서 침식을 잊을 정도로 6개월여를 치열하게 연습하니 눈감고도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혼자 악기를 가지고 가 사물놀이를 한다고 하니 미심쩍어 하던 사람믈이 제 연주를 보고 즐거워하는게 좋아 지역의 노인복지관 등을 돌며 자선 공연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 알려져 지역방송인 J TV 전주방송을 필두로 SBS KBS EBS MBC등에 38회 출연해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보통 짚공예는 전래의 생활용품을 주로 만드는데 선생님은 소, 말, 등 동물위주로 만드시고 거기에 아이들이 올라타 기념사진을 찍도록 견고하게 만드십니다. 짚공예를 하게 된 계기와 사람이 올라탈 수 있게 만드시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어려서부터 짚으로 만든 삼테기 등 생활용품을 사용하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짚공예품에 친숙해 시간만 나면 짚으로 이것저것을 만들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다가 소 돼지 등을 만들어 보니 그럴싸하게 만들어지더군요. 가늘게 새끼줄을 꼬아 진행방향을 달리하면 근육을 그럴듯하게 표현할 수도 있었지요. 짚신 등 전래의 짚공예보다 없던 것을 새롭게 창조하는 일에 더 큰 매력을 느꼈지요.

그렇게 만들다 보니 그냥 맹목적으로 만드는 것에 회의가 들더군요. 사회가 도시화 산업화되면서 짚으로 만든 생활용품들은 자취를 감추고 값싼 플라스틱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편리만을 쫓는 현대사회는 인간성상실로 이어져 부모를 무참히 살해하는 패륜범죄가 판치는 사회입니다. 그에 반해 자연산물인 짚으로 만든 초가집은 사람 외에도 많은 생명을 품게 됩니다. 비바람에 썩어가며 굼뱅이, 지렁이, 지네 등이 자라고 그 곤충을 먹는 굴뚝새, 참새들이 들랑거리게 됩니다. 썩어서 지붕으로 기능을 못하게 되면 새 이엉으로 바꾸고 헌 이엉은 거름으로 사용합니다. 오염이 일절 없는 자원의 순환 과정인 것이지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짚공예는 우리 세대가 지나면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조상들의 숨결이 서린 짚공예품을 어떻게 하면 친근하게 접하게 할 수 있는지 고민 끝에 탄생한 게 아이들이 탈 수 있는 동물모형입니다. 주말이면 쉬지 않고 이곳에 나온 게 4년째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소용이 없는 짚공에는 이대로 두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짚공예에 신세대들이 부담 없이 접근하도록 탈 수 있는 동물모형을 고안해 만들기는 했는데 어디서 그들과 만날 수 있는지가 문제였지요. 그러던 중에 전주시에서 한옥마을에 상설 공예품부스를 설치한다는 소식을 듣게 돼 응모해 이 자리에 설수 있었지요. 이곳 한옥마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오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과 함께했던 전주한옥마을에서의 추억 속에 제가 만든 동물모형이 있어 그들에게 엄연한 “민속 공예품”으로 자리하는 일! 제겐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나홀로 사물놀이나 선생님의 짚공예를 보면 그저 전통의 보전이 아닌 시대에 맞게 새롭게 발전시키고 이를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하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통과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전통은 다를것이라 생각됩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전통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보통 사람들은 전통이라 하면 원형 그대로 보전 계승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그 생각에 단연코 반대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치관이 바뀌고 그에 맞게 생활양식이 변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원형만을 고집한다면 그 전통은 외면 받고 소멸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본질은 철저하게 지키되 시대상항에 맞게 발전 계승하는 일이 참다운 전통의 계승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민속학자도 아니고 거창하게 전통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처지는 못 됩니다만, 제가 하고 있고 관심 있는 짚공예에 대해 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생활 속에서 구경조차 해보지 못한 짚신, 삼태미, 망태 등을 박물관에 진열해놓고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짚공예품이라고 가르치면 그걸 우리의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전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어린이들이 친근하게 접근 할 수 있는 짚으로 만든 동물모형에 타게 해 짚을 만져보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짚공예 계승 발전의 첩경이라 생각하는 것 입니다.

일년에 1,200만이 찾는 전주한옥마을은 우리 고유의 전통과 격리되어 살던 현대인들이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전통과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장소로서 바쁜 현대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해방구로 기능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곳을 오롯이 지키시는 짚공예 장인으로서 당국에 바라는 게 있다면 한 말씀 부탁합니다.

제가 이곳에 있으면서 한옥마을을 찾는 외국인들도 자주 봅니다. 우리와 문화가 전혀 다른 서양인들도 짚공예품에 탄성을 내지르는걸 보곤 합니다. 한번은 짚으로 만든 새집을 3만원에 어느 외국인이 사갔는데 따로 100불을 더 주고 줄곧 원더플을 외치며 간적이 있습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짚공예는 천연재료를 사용하기에 오염문제가 심각한 현대에 생활용품으로 사용하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80입니다. 나이가 들며 체력이 달려 이제 나홀로 농악도 점차 꺼려집니다. 보시다시피 제 손에는 지문이 없습니다. 짚공예는 셀 수 없는 손길과 시간이 소요돼 많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아직까지 큰 무리는 없지만 얼마나 더 오래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바라기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짚공예를 국가 차원에서 육성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 정규과목을 개설하고 후진들을 양성해 아토피 등 각종의 공해병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천연재료인 짚으로 만든 생활용품을 개발해 사용하게 한다면 우리의 것을 지키며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공해병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시간여에 걸친 대화를 마치고 나오는 길은 한복차림으로 오가는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컬러플하게 개량된 한복을 입고 이곳저곳을 누비며 즐거워하는 젊은이들에게 한옥마을은 어떤 의미일까? 아니 편리만을 쫓는 현대사회속에서 지금 한옥마을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전통이 철저히 부재(不在)된 일상을 살고 있다. 초가집을 없애고 마을길을 넓히는 게 근대화라며 강제하던 시절을 살아내며 우린 스스로 우리의 전통을 부정해야만 했었다. 거기에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거대한 빌딩숲에 갇힌 도시문명 속에서 우리의 전통문화는 설자리 자체가 없어졌다. 그런 시대에 이곳 한옥마을은 우리 전통문화의 해방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에서 접할 수 없던 아니 언급하는 것 조차 고루하게 여기던 전통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해방구가 이곳 한옥마을이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 이곳 한옥마을과 이곳에서 향유하던 것들이 새로운 시대의 전통문화로 자리할 것이다. 지금 짚풀공예 사랑방 지킴이 유춘수씨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는 우리의 짚풀공예와 그가 새롭게 탄생시킨 짚으로 만든 동물모형이 전통 짚공예가 될 시대에 대해 생각하며 젊음이 넘치는 한옥마을을 나섰다. /<사람과 언론> 제4호(2019 봄).

/서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