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국회의원 8명 깜깜이 수사, 결과는?

진단

2020-09-19     박주현 기자

21대 총선이 끝난지 어느덧 6개월이 거의 다 지나고 있다. 4·15 총선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만료 기한(6개월)이 10월 15일로 코앞으로 다가와 관심이 증대된다.

전국적으로 90여 명의 현직 국회의원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지만, 소환 조사와 최종 기소여부 결정에 이르기까지 수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16일 선거사범 1,270명을 입건하고 그중 16명을 기소(9명 구속)했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당선자 중 94명이 입건됐으며 그중 90명에 대해서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수사 대상자들의 선거법 위반 의혹 사건을 유형별로 보면 흑색선전 36.8%, 금품수수 17.0%, 여론조작 5.7% 등의 순이었다. 차제에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상황을 짚어본다.

전북지역 현역의원 10명 중 8명 선거법 위반 고발...수사는 '게걸음'

지난 5월 26일 전북도청 정책 간담회에 함께 한 전북지역 21대 총선 당선자들.  

전북지역에서도 사전 선거운동, 뇌물수수, 허위사실 유포 등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은 당선자가 없을 정도로 지난 선거 과정이 혼탁했다.

10명의 현역 국회의원 중 수사로부터 자유로운 국회의원은 전주갑 김윤덕, 군산시 신영대 의원 둘 뿐이다.

전주을 이상직 의원은 선거과정에서 문자 메시지를 대량 발송하고 종교시설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 명절 선물을 보낸 혐의 등으로 고발돼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여기에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의 ‘이상직-이스타 비리 의혹 진상규명 특별위원회’가 지난 10일 이상직 의원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 의원이 4·15 총선 선거공보물에 허위사실을 게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뿐만아니라 여당인 민주당도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을 당 윤리감찰단에 회부했다. 현역 의원 중에는 김홍걸 의원과 이 의원 2명이 해당된다.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의 일탈 행위를 살피는 감찰단의 ‘1호 조사대상’으로 삼아 강력한 자정 의지를 천명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이 역시 주목된다.

이상직 의원, 선거법 외에도 이스타항공 사태로 고소ㆍ고발 다수, 수사결과 주목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7월 29일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서 이상직 의원 일가 고발장 접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달 29일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을 조세포탈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처럼 이상직 의원은 선거과정에서 이뤄진 고발 외에도 당선 이후 이스타항공 사태로 인해 회사 노조, 정치권 등으로부터 고발된 건이 많지만 아직 수사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밖에 지난 선거 과정에서 전주병 김성주 의원은 허위사실을 담은 내용을 유포한 혐의와 재산신고 누락 등의 혐의로 상대(정동영 후보)측으로부터 검찰에 고발됐다. 

앞서 김 의원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재임하던 지난해 12월 시민단체로부터 공직선거법과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당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이 2019년 10월 전주의 한 노인정에 온누리 상품권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김 이사장의 이름을 거론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김 이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익산갑 김수흥 의원은 TV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유권자에게 고발됐다. 익산을 한병도 의원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당내 경선에 개입한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 의원은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정읍·고창 윤준병 의원은 총선 출마 전에 연하장을 발송하고 교회 출입문 앞에서 명함을 배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남원·임실·순창 이용호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였던 '이강래 후보측에게 폭행당해 입원 치료중'이라는 문자를 대량 발송한 혐의로, 김제·부안 이원택 의원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상대 후보측으로부터 고발됐다.

완주·무주·진안·장수 안호영 의원도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김용찬 전 완주군의원은 지난 5월 11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안 의원을 전주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완주·진안·무주·장수 지역위원회 사무국장과 완주 연락사무소장을 역임한 김 전 군의원은 안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이처럼 많은 도내 현역 국회의원들이 사전 선거운동, 뇌물수수,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하지만 선거 범죄, 특히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게걸음'이란 따가운 비판이 일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예비 후보자는 종교시설과 병원, 극장 안에서 명함 등을 주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되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깜깜이 수사, 게걸음 재판..."현역 의원 봐주기", "유권 무죄" 비판

많은 국회의원들이 검찰에 고소나 고발됐지만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도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원칙을 내세워 언론에도 일절 함구하고 있다. 유권자들로선 더욱 알 길이 없다.

선거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이 늦어져 임기(4년)가 지난 후에야 1심 재판이 이뤄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도내에서는 완주·진안·무주·장수 안호영 의원 친형 등 3명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후 1년 5개월 만인 올 8월에 1심 재판이 이뤄졌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이 21대 총선 이후에서야 1심 재판이 이뤄졌으니 말이 되는가?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범의 판결을 다른 재판보다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소시효 6개월 이내에 검찰은 기소해야 한다. '법원은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1심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적시됐다.

특히 '제2심 및 제3심은 전심 판결 이후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에서 정한 최장 기간에 공소와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1년 6개월 이내에 마무리되어야 한다.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다. 다른 범죄처럼 1심에서 1~2년, 항소심과 대법원까지 3~4년 걸리면 임기가 끝나버리기 때문에 선거법을 우선 재판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사법기관조차 법을 지키지 않는다. 

특히 기소 전까지는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검찰 수사 상황은 공개되지 않고 판결은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잦으니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어떻겠는가?

"유권 무죄, 무권 유죄"라는 따가운 비판과 함께 '10월 15일'에 주목하는 이유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