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새만금 거짓 투자 벌써 잊었나?

[전북지역 신문·방송 주요뉴스 톺아보기] 2020년 9월 17일(목)

2020-09-17     박주현 기자
전북일보 9월 17일 홈페이지 메인화면(갈무리)

9월 17일 목요일. 코로나19 여파로 ‘2020 전주세계축제’가 비대면-온라인으로 전날 개막됐지만 전북지역 언론들의 의제는 온통 새만금에 집중됐다.

1면 지면과 헤드라인 영상뉴스 제목들에서 묻어났다.

‘SK컨소시엄, 새만금에 2조원 ‘통큰 투자’‘ 

‘삼성 이후 7년 만에 새만금에 대기업 투자’ 

‘새 일자리 2만개 창출·8조원 경제적 파급효과 ‘어마 어마’‘

새만금개발청이 전날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제시한 새만금 개발 청사진이 큼지막하게 부각됐다.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6월부터 공모를 진행한 창업클러스터 구축 및 데이터센터 유치 ‘산업투자형 발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SK 컨소시엄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전주MBC 9월 16일 보도(화면 캡쳐)

또한 새만금개발청은 SK E&S와 SK브로드밴드로 구성된 ‘SK컨소시엄’이 새만금에 2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센터와 창업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그런데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삼성의 거짓 투자’ 악몽을 떠오르게 한다.

지난 2011년 4월 삼성은 새만금에 2021년부터 20년 동안 최대 20조 원을 투자해 ‘그린 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해 전북도민들을 설레게 했다. 그런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5년 만에 태도가 돌변하고 말았다. ‘투자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2016년 투자 약속을 철회함으로써 좌절과 실망을 안겨준 뼈아픈 사례가 떠오른다.

그 때도 언론들이 앞 다투어 호들갑을 떨며 마치 새만금에 굴지의 삼성이 금세 들어서 거액을 투자할 것처럼 연신 흥분하며 보도경쟁을 펼친 바 있다.

당시 김완주 전북도지사를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은 언론인들만 마주하면 ‘삼성투자’ 타령을 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정치적으로 전북도민을 이용하고 우롱했던, 전북의 비화 중 비화로 남아있다.

전민일보 9월 17일 1면

이런 우려를 눈치 챘는지 새만금개발청은 “문제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이날 “SK 컨소시엄과 충분한 공감을 나눴고, 이행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며 “오는 11월 협약을 진행할 때 이행 담보증권에 대한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SK컨소시엄으로부터 이행 담보증권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앞서 지속적으로 불발됐던 기존 사업과는 결을 달리하겠다”는 약속도 제시했다.

JTV 9월 16일 보도(화면 캡쳐)

그러나 협약 내용에는 '창업클러스터 조성은 협약 이후 1년 이내 해당 부지 매입과 인허가를 완료'해야 하며, '협약 후 3년 이내 완공', '데이터센터는 5년 이내 완공' 등이 담겨 있다.

장밋빛 청사진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역언론들이 지나치게 애드벌룬 띄우며 환호를 지르거나 앞서가기엔 아직 때가 이르다.

이날 지역언론들이 새만금 개발과 투자에 집중하는 사이에 지면과 영상에서 소외된 중요한 두 의제를 짚어본다.

#1. “새만금 잼버리 부지 매립 불법”고발

언론들이 새만금개발청의 장밋빛 청사진에 주목하는 사이에 환경단체들은 이날 ‘2023 세계 잼버리대회’가 펼쳐질 새만금 부지 매립공사가 불법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관계 당국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북녹색연합과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4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새만금해수유통추진공동행동’은 16일 국무총리 소속 새만금위원회와 한국농어촌공사를 농지관리기금법 위반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전주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새전북신문 9월 17일 2면

이 단체는 “농지관리기금을 이용해 농지가 아닌 관광레저용지(잼버리 부지)를 조성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대규모 매립공사임에도 환경영향평가를 안 받은 것은 더욱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전북녹색연합 관계자는 “시급하다는 이유로 국민을 속인 채 편법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잼버리 부지 매립공사를 밀어붙인 결과”라며 “검찰이 정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위법한 행위를 바로잡아 줄 것”을 촉구했다.

전라북도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주관하는 조직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새만금 내 부지 매립과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조기 구축하는 등 2021년 열릴 세계잼버리 대비 사전행사(프레잼버리) 부지 1.7㎢를 우선 매립할 계획이다.

잼버리장 부지에는 유스호스텔, 상설야영장, 스카우트박물관, 체험 활동장 등을 만들고 대회 후 스카우트 및 국내·외 청소년 활동의 중심지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전북녹색연합과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4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새만금해수유통추진공동행동’과 많은 종교인들은 세계잼버리 부지 매립공사 중단과 새만금 담수화 포기 등 환경보호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이들 단체의 활동이 지역언론에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 동서-남북도로가 잼버리 대회에 맞춰 개통된다'는 전북도발 기사와 새만금개발청발 청사진에 가려진 때문이다.

#2. 이상직 의원 첫 ‘윤리감찰’ 회부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이스타항공 사태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창업주 이상직 의원과 재산을 축소 신고한 김홍걸 의원을 윤리감찰단에 회부했다.

선출직·당직자의 비위와 젠더폭력을 조사·문책하는 공식 감찰기구를 출범시키면서 두 의원을 첫 조사 대상자로 넘긴 것이다. 특히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매각 과정에서 605명을 정리해고하고 그 생활고를 도외시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따가운 비판이 당 내부에서도 일고 있다.

KBS 전주방송 9월 16일 보도(화면 캡쳐)

무엇보다 이 의원의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매각이 불발된 이스타항공이 고용보험료 5억원을 체납해 직원들이 정부 고용지원금도 받지 못하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지게 한 장본인으로 지목되면서 공분이 확산된 배경이 크다.

비록 당 내부에서 이제야 비로소 조치를 취한 것이지만 사필귀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당이 조사하고, 당직ㆍ당권을 정지시키는 심판자 역할만 한다면 자칫 꼬리 자르기에 그치기 십상이라며 우려하기도 한다.

가뜩이나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임금체불 논란이 한창인 와중에 당의 공천을 받은 인물이다. 핵심은 그대로 둔 채 꼬리 자르기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란 우려의 사설과 해설 기사들이 서울언론의 지면과 영상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해당 지역인 전북언론들에서는 보이질 않는다.

다음은 9월 17일(목) 전북지역 주요 신문 및 방송의 1면 또는 관련 기사 제목이다.

전북일보

세계소리를 ‘잇다’

SK 컨소시엄, 새만금에 2조 투자한다

전북 코로나19 n차감염 4명 추가 발생

지역 경제 여건 악화 지자체 관심 저조 탓

새만금 동서-남북도로 ‘잼버리’ 맞춰 개통 -2면

20년간 8조 이상 경제 파급효과 -3면

SK 컨소시엄, 새만금에 2조 투자한다 -3면

전북도민일보

SK컨소시엄, 새만금에 2조원 투자

방역·민생경제 중점 道 추석명절 종합대책 추진

개천절집회 강행땐 丁총리 "엄정 대처"

벌써 4명… 전북 101번 ‘슈퍼전파’ 우려

추석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유료

새 일자리 2만개 창출·8조원 경제적 파급효과 ‘어마 어마’ -2면

전라일보

추석 연휴 '일시적 거리두기' 코로나 예방-민생 안정 일조

‘비대면 추석’ 택배기사 ‘몸살’

코로나 치료 1인당 1044만원

전북도, 총 비용 50억원 넘어

SK, 새만금에 2조 투자 ‘데이터센터’ 구축 -2면

새전북신문

전북도, 지자체간 분쟁 '나몰라'

고려말-조선초 관직 임명문서와 녹봉 지급문서

SK컨소시엄, 새만금에 2조 투자 -2면

"새만금 잼버리 부지 매립공사 불법" -2면

전북중앙신문

김승수시장 코로나대응 '전국스타로'

군민보호 '심 군수의 빠른 결단'

도, 19일 농수임산물 특판

새만금에 SK 대기업 최초 2조 투자 -2면

전민일보

SK컨소시엄, 새만금에 2조원 ‘통큰 투자’

전북도의회수자원공사 사장 해임 건의안 채택

101번 확진자 ‘n차감염’ 시한폭탄 되나

초대형 데이터센터유치 亞허브프로젝트 ‘탄력’ -2면

새만금 첫 국내 대기업 투자…“제2의 삼성사태 없을 것” -2면

KBS 전주방송

SK, 국내 대기업 최초로 새만금에 2조 원 투자

민주당, 윤리감찰단 출범…이상직 의원 첫 조사

전주MBC

SK 대규모 투자 추진.. 새만금 속도 내나

JTV

SK, 새만금에 데이터센터 등 '2조 투자'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