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없는 그린뉴딜은 사기다"

[진단] 기후위기...두 번째 지구는 없다

2020-09-16     박주현 기자
 9월 12일 전국 동시다발 기후위기 비상행동 –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전주시 오거리문화광장) 참가자들 신발 /사진=전북녹색연합 제공

“한국에서 기후변화나 환경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거론하는 지식인은, 공론장이나 사석을 막론하고, 아직도 희귀종이다. 이른바 ‘진보파’일지라도 대부분의 관심사는 남북문제, 경제성장, 일자리, 노동인권, 복지 등등에 국한되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지난해 3월 <한겨레>에 쓴 ‘제발 어른답게 행동하자’란 칼럼에서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이를 예사롭지 않게 여기는 국가와 국민들의 안이한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기후 악당국가’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기후변화 문제에 매우 미온적으로 대처해왔다. 2016년 영국 기후행동 추적(CAT)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빠르고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한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대한민국을 ‘세계 4대 기후악당’으로 지목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9년에도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 지수(CCPI)에서 100점 만점에 28.53점, 조사대상 60개국 중 57위를 차지할 정도이니 ‘악당’소릴 들어도 더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사진=전북녹색연합 제공

최근 우리나라는 두 가지 새로운 유형의 재해를 경험하고 있다. 첫째는 봄철에 닥치는 고농도 미세먼지이고 둘째는 여름에 발생하는 폭염과 폭우, 그리고 가뭄이다. 이러한 재해 모두 전례가 없던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 중 특히 온난화의 경우 역시 그동안 계속되어 온 것이다. 여름이 길어지고 더워진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지난 수년 동안 경험적으로 체득한 바 있다.

1994년 한반도가 겪은 최악의 폭염은 그 시기를 경험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들이 좀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러한 재해 모두 갈수록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이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또 다른 원인이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원인을 놓고 설왕설래한다. 각 부처는 물론 학자들 간에도 견해차가 크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기후변화의 원인은 온실가스의 증가이고, 미세먼지의 원인으로는 교통, 산업, 발전 등을 지목한다. 일부 학자들은 기후변화 중 온난화와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치는 도시공간 요소들에는 공통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9월 12일 '전국 동시다발 기후위기 비상행동 –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전주시 오거리 문화광장) /사진=전북녹색연합 제공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지만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은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우리들 삶의 현실 속에서 갈수록 자주 그리고 강렬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주를 비롯한 현재의 삶과 미래의 삶까지 위협하는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점이 날로 확대되는 것만은 분명한 현실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기후변화와 관련성이 있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거듭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기후의 역습(climate penalty)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여 불편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전북녹색연합 제공

이러한 상황에서 청소년, 환경, 노동, 농업, 인권, 종교, 과학 등 200여개 사회단체의 연대기구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9월 한 달간의 기후비상 집중 행동 일환으로 지난 12일 전국 동시다발 행동을 실시했다.

매우 의미 있는 행사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집회가 어려워 ‘같은 장소’에 모이지는 못하더라도 ‘같은 시간’에 함께 행동하기 위한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사진=전북녹색연합 제공

언론에 잘 비춰지지 않았지만 전국 곳곳에서 1인시위 내지 소규모 단체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서울에서는 온실가스 배출1위 기업이자 석탄발전소 건설사업자인 포스코 센터를 비롯해서 석탄발전 관련 기업인 한국전력, 삼성, SK 앞에서 1인 시위가 진행됐고 서울뿐만 아니라 전북을 비롯한 부산, 충남, 충북, 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1인 시위와 소규모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전북녹색연합 제공

특히 전북지역에서는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기후위기전북비상행동'이 주체가 되어 12일 전주시 오거리문화광장에서 ‘전국 동시다발 기후위기 비상행동’ 행사를 개최해 많은 관심과 참여를 유도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시민들이 참가할 수 없어 동참을 신발로 대신했다. 신발 552켤레는 광장에 전시돼 지구 온도상승을 1.5도 이내로 지키기 위한 간절한 발걸음을 호소했다.

사진=전북녹색연합 제공

전북녹색연합에 따르면 이날 비상행동에 참가한 시민들이 신발 사이에 서서 각자 만들어온 피켓을 들고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알리는 싸이렌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침묵 시위를 하고, 오거리 광장 주변 팔달로 옆에 서서 30분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응을 촉구하는 피켓팅을 진행했다.

기후 문제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가 사회문제, 인류 생존의 문제, 다른 생명들의 생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다 같이 사는 세상을 기대하며 많은 자리에서 행동하자는 것에 뜻을 모았다.

사진=전북녹색연합 제공

행사가 끝난 후 ‘전국 동시다발 기후위기 비상행동–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 측은 “정말 많은 시민분들과 여러 단체에서 신발을 듬뿍듬뿍 모아 보내주셨다”며 “8일 동안 552켤레의 신발들이 모아졌는데, 양손 가득 무거운 신발을 들고 사무실까지 가져다주시고, 가족들과 지인들 신발까지 상자 가득 모아서 우체국까지 가서 택배로 보내주신 덕분에 전북녹색연합 사무실은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신발들로 가득 찼다”고 밝혔다.

사진=전북녹색연합 제공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은 “신발을 보내주신 분들의 명단이 포함된 ‘기후위기비상 전북시민선언문’과 사진, 드론 촬영 영상, 유튜브 생중계 링크 주소, 사이렌 침묵 시위 영상 링크 주소를 첨부드린다”며 “ 많은 분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널리널리 공유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전북녹색연합 제공

아울러 보내준 신발들을 전북도청, 전주시청, 전북교육청 앞에서 세 차례 더 전시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할 계획이다.

다음은 전북녹색연합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기후위기비상 전북시민선언문이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정의 없는 그린뉴딜은 사기다.

자연은 상품이 아니다.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정의를 실현하라! 

※자료제공=전북녹색연합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