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에 가기 전에

강병철의 '의학 에세이'

2020-09-16     강병철 객원기자

우울증 때문이 아니라 말초신경염이 재발해서 항우울제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항우울제를 먹으면 이성과 감성이 따로 움직이는데, 그런 마음의 상태를 제3자처럼 관찰하는 일은 흥미롭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다. 마치 약물이 음산한 조소를 띠고 "이래도 네가 물질의 총합이 아니라고 할 테냐?"라고 묻는 듯하다.

항우울제는 보통 잠이 안 오고, 식욕이 떨어지는 것이 부작용이라고 하는데, 나는 어찌된 셈인지 하루종일 은단 먹은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졸다 깨기를 반복한다. 피로감에 짓눌린 데다, 아무리 심각한 일을 봐도 감정이 따라 움직이지 않으니 지난 한 달간 의료계에서 벌어진 일을 바라보면서 머리로는 참담하였으되, 마음고생은 하지 않았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생업과 관련해서 곤란한 점은 도무지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고, 다행인 점은 그래도 번역이나 편집은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고 청탁은 모두 거절했으나,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사부작사부작 일을 했다. 책은 세 권의 편집을 거의 마쳐 한 권은 이미 출간했고, 한 권은 인쇄 중이고, 한 권은 마무리 단계다. 별도로 한 권의 번역을 거의 마쳤고..

출간된 책은 작년에 낸 <소아과에 가기 전에>의 2탄 <신생아편>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간결하고도 명확한 그림으로 아기가 태어난 날부터 돌이 될 때까지 초보 부모가 알아야 할 것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모든 초보 부모의 근심을 덜어주리라 확신한다. 이상한 유투브나 맘카페 같은 데 귀기울이지 말고 믿을 만한 정보를 담은 책을 한 권 읽으면 참 좋으련만...

/강병철(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