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에 끌려가는 전주시의원, 왜?
[전북지역 신문·방송 주요뉴스 톺아보기] 2020년 9월 15일(화)
해마다 가을이면 무수히 열리는 축제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줄줄이 취소되거나 온라인 비대면 축제로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국내 최대 숙련 기능인의 축제인 ‘제55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16년 만에 전북에서 개최됐지만 비대면 개막식으로 진행됐다. 또 전주세계소리축제가 ‘_잇다(Link)'를 주제로 16일부터 20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에서 열리지만 역시 코로나19로 온라인 영상 중심의 축제가 이어진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지역언론들이 앞 다투어 행사 띄우기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대한 이스타항공 사태 책임론이 여야 정치권은 물론 서울의 보수·진보언론으로 불씨가 들불처럼 옮겨 붙은 형국이다.
그런데 막상 그의 출신지역 정치권(여당)이나 언론들은 바라만 보고 있는 모양새다. 왜 그럴까?
여기에 지방의회의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서울언론에 비춰진 전북지역 주요 이슈와 특별한 지역언론 의제들을 톺아본다.
#1. ‘이상직 뻔뻔함·책임론’ 들불, 전북정치·언론 망신
여당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나서서 이스타항공의 정리해고 사태에 대해 실질적 사주인 이상직 의원에게 책임있는 조처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1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이상직 의원이 창업주인 이스타항공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며 “창업주이자 의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과 회사 직원들이 납득할 만한 조처를 해달라”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이상직-이스타 비리 의혹 진상규명특위’를 가동하고 나선데 이어 여당까지 가세한 모양새다.
이에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11일 “(이 의원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는 내용이 서울의 주요 언론들에 의해 집중 보도됐다.
급기야 <한겨레>는 15일 ‘‘이스타 사태’ 나 몰라라 하는 이상직의 뻔뻔함‘이란 제목의 사설을 내보내 주목을 끌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경영난에 코로나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3월 말 이후 1천명 이상의 직원이 차가운 길거리로 내몰렸다”는 사설은 “이 의원은 경영난에 책임이 있는 것은 물론 각종 비리 의혹까지 받고 있다.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책임이라도 지는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사설은 “노조는 200억원대 재산가인 이 의원에게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사재 일부로 고용보험료라도 내서 노사가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찾자고 요청했으나 헛수고였다”면서 “이 의원은 '(주식을 빼면) 재산이 32평 집 하나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노조는 ‘재산을 빼돌린 것’이라고 반박한다. 경영 실패 책임은 물론 불법·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기자협회는 359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에 ‘이스타항공 이상직 일가 의혹’을 심층적으로 보도한 JTBC 이윤석 탐사기획1팀 기자/ 취재보도1부문이 최종 선정됐다고 14일 심사 후기를 밝혔다.
이 보도는 이상직 의원 일가의 편법증여 의혹과 이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 국토부의 형식적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입체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달의 기자상에 선정된 이윤석 기자는 “아직 보도하지 못한 내용이 많다. 계속 취재 중이다. 끝까지 파헤치겠다. 참여연대가 취재팀의 보도 내용을 토대로 이 의원을 국세청에 고발할 때 남긴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힌 뒤 “조세 정의를 세워 달라”는 말을 강조했다.
이상직 의원의 비리의혹과 책임론이 여야 정치권은 물론 서울의 주요 언론사들에 의해 큰 이슈거리로 오르내릴 때마다 그의 지역구인 전주를 포함한 전북의 여당 정치권과 주요 언론들은 침묵으로 외면하다시피 하고 있다.
심지어 그를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자리에 앉히려다 거센 반발에 직면해 실패한 사례에서 처럼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 주고 있다. 언론은 더욱 책임을 방기하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침묵과 대변으로 일관해 온 지역 언론들 중에는 그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최근까지 해명을 돕고 있다.
#2. 집행부에 끌려가는 시의원, 왜?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지방의원이 의회에서 집행부를 상대로 질문할 내용을 사전에 조율하며 심지어 집행부에 의해 서면질의로 바뀌어도 수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KBS 전주방송이 14일 이 문제를 보도했다. ‘수상한 시정질문 취소…회유? 봐주기?’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0일, 전주시의회 한 의원은 시 청소행정과 관련해 6가지 부실행정을 질타하는 시정질문을 신청했는데, 당일 아침 시정질문은 취소됐고, 갑자기 서면질의로 바뀌었다”며 “해당 시의원은 집행부가 질문을 빼달라며 회유했고, 부실행정 개선을 약속해 취소했다고 해명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어 “본회의 당일 의정질문이 갑작스레 취소된 사례는 비단 전주시의회 문제만은 아니다”며 “인사 등 민감한 사안이 거론될 때마다 어김없이 집행부의 회유가 이어지고 시의회는 물론 도의회까지도 의정질문이 취소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행정을 숨기려는 집행부도 문제이지만 집행부 감시와 견제 역할을 스스로 내려놓은 지방의원이 더 큰 문제'라는 따가운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3. 거리두기 강조하면서 축제열기 불어 넣는 지역언론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북지역 언론들은 두 가지 축제에 흥분하고 있다.
하나는 14일 군산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회 전국기능경기대회’, 또 다른 하나는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많은 지면과 영상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 비대면 개막식 속에서 치러지는 행사다.
그럼에도 지역언론들은 “국내 최대 숙련 기능인의 축제인 ‘제55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16년 만에 전북에서 개최됐다”며 개막소식을 큼지막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군산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회식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송하진 전북도지사, 김승환 전북교육감, 송지용 전북도의장, 김동만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장동섭 삼성기능올림픽 상무이사 6명과 선수대표 2명만이 참석했다. 당초 계획됐던 축하공연 등 식전행사와 대규모 환영 리셉션은 취소됐으며 각 직종별 경기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한다.
숙련 기능인들의 ‘올림픽’인 ‘제55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비대면 개막식을 시작으로 8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데 대해 지역언론들은 ‘16년 만의 전북개최’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밖에 16일 개막될 세계소리축제의 흥을 돋우느라 지역언론들이 분주해졌다. 올 전주세계소리축제는 ‘_잇다(Link)'를 주제로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에서 열린다. 코로나19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세상을 잇는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들은 벌써부터 “16일 오후 7시 40분에 방송과 유튜브·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가장 전통적인 전북의 이미지와 한국의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도전을 펼쳐 보인다”며 개막을 앞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이모저모와 행사를 소개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다음은 9월 15일(화) 전북지역 주요 신문 및 방송의 1면 또는 관련 기사 제목이다.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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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