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력은 '디테일' 고치면 되지만, 진짜 문제는 '멘탈'"...K리그 '강등 위기팀' 1년 만에 '우승팀' 이끈 전북 현대 '포옛 감독', 숨은 '용병술'은?

인물 탐구

2025-11-09     박주현 기자

프로축구 전북 현대가 결국 일을 냈다. 8일 오후 4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6라운드에서 대전 하나시티즌을 3-1로 꺾은 전북 현대는 이날 승점 75(22승 9무 5패)를 기록, 국내에선 어느 팀도 따라올 수 없는 성적을 거두며 우승의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으로 전북 현대는 2009년, 2011년, 2014년, 2015년,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에 이어 통산 10번째 K리그1 정상에 올랐다. K리그 역사상 두 자릿수 우승을 기록한 것은 전북 현대가 처음이다. 

K리그1 '7년 만의 조기 우승 달성', '역대 10번째 우승' 기록, 1년 만에 눈부신 성장...'거스 포옛' 감독 있었기에 가능

10월 18일 조기 우승을 확정지은 전북 현대의 포옛 감독(가운데)은 "모든 스탭들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라고 소감을 밝혔다.(사진=전북 현대 제공)

불과 1년 전만 해도 강등권 위기에 내몰리며 초라하기 짝이 없던 전북 현대가 순식간에 왕좌에 등극한 이날 경기장은 온통 축제의 장으로 팬들과 선수가 하나되어 기쁨의 함성을 울렸다.  프로축구 K리그1 '7년 만의 조기 우승 달성'과 함께 '역대 10번째 우승'을 기록한  전북 현대의 1년 만에 이룬 눈부신 급성장은 거스 포옛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24년 시즌 10위까지 추락하며 강등 위기에 내몰렸던 전북은 지난해 12월 우루과이 출신인 거스 포옛(Gus Poyet·58) 감독을 영입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올 시즌 초반부터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개막 후 5경기에선 1승 2무 2패로 11위까지 내려앉았지만, 5라운드 포항전 이후 27라운드 대구전까지 무려 22경기(17승 5무) 무패를 질주하며 K리그를 지배했다. 

이날 경기가 있기 전 포옛 감독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감독 부임 전부터 팀의 문제점을 자세히 분석했다"며 "경기력은 디테일한 부분만 고치면 되지만 진짜 문제는 멘탈이었다"고 숨겨진 용병술 일부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무패 기록'에 대해서는 "내 커리어에서도 기적 같은 일이다"며 "앞으로 이 기록을 깨려면 정말 특별한 일이 일어나야 할 것"이라고 웃기도 했다. 

K리그에서 첫 시즌을 보낸 소감에 대해 그는 "외국인 제도와 샐러리캡 등으로 다른 리그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K리그는 정말 대응하기 힘든 리그"라며 "상대가 매 경기 스쿼드를 바꾸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 감독으로서 좌절한 순간도 있었지만, 단순하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이날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린 뒤엔 전북의 통산 10번째 우승 트로피 대관식이 진행됐다. 주장 박진섭과 포옛 감독을 시작으로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린 뒤 샴페인을 터트리며 축제를 즐겼다. 또한 지금까지 차지한 10개의 트로피를 모두 진열한 뒤 팬들과 기쁨을 함께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이날 많은 언론의 조명을 받은 포옛 감독은 "개막 미디어데이에 선 트로피를 만지면 운이 날아간다고 생각해서 만지지 않았다"며 "그래서 우승한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진 후 "실제로 보니까 트로피가 정말 예쁘다. 평범한 모양이 아니라 잘 만들어 놔서 매우 기쁘다"고 밝게 웃었다. 

포옛 "멘탈리티 바꿔놓는 건 선수들과 유대감 쌓여야만 가능...초반 3개월에 어떤 선수인지, 누가 리더인지, 평소에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8일 열린 경기 도중 사다리와 아이스박스를 가져와 앉아서 팀을 지휘하고 있는 포옛 감독.(사진=전북 현대 제공) 

감독 커리어 처음으로 1부 리그 우승을 달성한 소감에 대해 포옛 감독은 "팬분들을 기쁘게 해드린 것 같아서 정말 좋다"며 "모두가 한 팀으로 싸워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강등권까지 추락했던 팀을 챔피언으로 바꿔놓은 비결은 선수들과 '유대감'이었다고 강조한다. 

포옛 감독은 "이렇게 멘탈리티를 바꿔놓는 건 선수들과 유대감이 쌓여야만 가능하다"며 "초반 3개월에는 어떤 선수인지, 누가 리더인지, 평소에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거취 관련 질문에 그는 "전북과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미팅을 어떻게 치렀는지 묻자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다. 하지만 미팅은 잘 이뤄졌다. 긍정적이다. 이제 액션이 나올 때다. 미팅은 정말 만족스러웠다"고 미소 지었다.

다음 시즌에도 정상에 오를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엔 "그렇게 되면 미팅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말해야 할 거 같다"고 말해 어리둥절하게 했지만 "미팅 결과가 좋았다"며 "작년과 다르게 내년엔 클럽이 우승을 목표로 잡았다. 내년에도 우승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 같다. 이번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 우승에 도전하겠다"라고 설명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게 했다.

유럽으로의 진출에 대한 소문과 관련해서도 그는 "지금 아무 제의도 없다"며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이날 포옛 감독은 경기 도중 사다리와 아이스박스를 가져와 앉기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오늘 심판과 항의하다가 떨어져 있으라고 말했다. 그래서 중간에 사다리와 아이스박스를 들고 와서 앉았다"며 "나 스스로 진정하려고 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선 지난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2라운드 제주SK FC와 1대1로 비긴 후 공개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판정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불거진 징계를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됐다.

그는 SNS를 통해 지난달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SK와의 경기 판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결국 징계를 피하지 못했지만 '올해의 감독상 후보' 자격은 다행히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경기 '심판 판결'에 항의한 포옛 감독에게 '제재금 300만원' 징계...'올해의 감독상 후보' 유지하게 됐지만 팬들 '분노'

경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거스 포옛 감독.(사진=전북 현대 제공)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제12차 상벌위원회를 열고 포옛 감독과 그의 아들인 디에고 포옛 피지컬 코치에게 각각 제재금 3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포엣 감독이 올린 게시물은 "Not penalty, Not VAR, Not words”(페널티킥도 아니고, 비디오 판독도 안 하고, 말도 못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전북 현대 전진우가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선수인 장민규에게 발목을 밟히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함께 게시했다.

또 디에고 포옛 코치 역시 "NO VAR CHECK, NO PENALTY, EVERY WEEK THE SAME”(VAR도 안 보고, 페널티킥도 안 주고, 매주 똑같다)는 문구와 함께 같은 영상을 올렸다. 이에 연맹은 "상벌위가 포옛 감독과 디에고 코치의 게시글은 심판 판정에 대한 부정적 언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각각 제재금 300만원의 징계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K리그 상벌 규정에 따르면, 경기 직후 인터뷰 또는 SNS 등을 통해 판정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하면 5경기 이상 10경기 이하의 출장 정지나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제재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제재금 600만원 이상 또는 5경기 이상 출장 정지의 징계를 받으면 '올해의 감독상 후보'에서도 제외된다.

하지만 문제가 제기된 이날 경기 상황은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지난달 14일 심판평가패널회의를 통해 오심으로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중징계는 나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제재금 600만원 이상 또는 5경기 이상 출장 정지의 중징계를 당할 경우 '올해의 감독상 후보'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분노와 비난이 고조되기도 했다.

다음달 6일 광주FC와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승리하면 포옛, 사상 처음으로 부임 첫 시즌에 '더블' 달성

그러나 '올해의 감독상 후보' 자격은 유지된 채 이 문제가 일단락 되고 이제 전북은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시즌 2관왕을 정조준하는 일만 남게 됐다. 이에 대해 포옛 감독은 "코리아컵을 앞두고 특정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분에 신경 써야 한다"며 "김영빈은 경고 누적으로 결승전에 뛸 수 없고, 연제운은 부상으로 다음주에나 훈련 복귀한다. 박진섭 관리가 중요하다. 남은 두 경기에선 한 경기는 60분 정도, 마지막 경기는 풀타임을 뛰게 할까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또한 그는 "A매치 휴식기이기 때문에 며칠 정도 쉴 것 같다"며 "그런 뒤 2주 반 정도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뒤 밝은 미소와 함께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 보였다. 

한편 전북 현대는 다음달 6일 광주FC와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을 치른다. 여기서 승리하면 포옛 감독은 사상 처음으로 부임 첫 시즌에 '더블'을 달성한 사령탑이 된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