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③] ‘2036 전주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 유치 과정, 무슨 일 있었길래?

쟁점 진단

2025-10-07     박주현 기자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계획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는 윤준병 국회의원의 주장 이후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그 후폭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엔 하계올림픽을 공공성이나 도민의 미래가 아니라, 정치적 이해에서 출발한 '정치인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제기돼 '진실공방'이 뜨겁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 정권이 탄핵되기 직전, 불안하고 어수선한 상황이 지속되던 지난 2월 서울시와 유치 경쟁을 벌인 전북이 우여곡절 끝에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로 선정됐다. 그러나 올림픽 최종 개최 도시로 확정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험난하고 멀다. 게다가 여러 의혹과 문제점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그러자 그동안 올림픽 유치가 거의 다 된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전북자치도와 관계 당국이 해명에 진땀을 흘리는 모양새다. 시작부터 갈팡질팡 엇박자를 보이던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 선정 과정 및 확정 이후 제기된 문제점과 의혹들, 불협화음, 진실공방의 실태와 문제점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올림픽 유치, 도민의 꿈인가 정치인의 도구인가?…모든 정보 투명하게 공개하라”

2024년 11월 7일 전북특별자치도 브리핑룸에서 김관영 전북지사와 문승우 도의장,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2036 하계올림픽 전북 유치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전북자치도 제공)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 유치와 관련 윤준병 국회의원에 이어 이번에는 조국혁신당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조국혁신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은 2일 ‘올림픽 유치, 도민의 꿈인가 정치인의 도구인가-김관영 도지사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윤준병 의원의 문제 제기로 전북도의 올림픽 준비 실태가 충격적으로 드러났다”며 “도민에게는 희망이어야 할 국제대회 유치가 준비 부실로 얼룩지며 의혹의 대상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김관영 도지사가 올림픽 유치를 선언했을 때부터 도민들의 합리적 의심은 존재했다”는 논평은 “세계 잼버리 실패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도지사가 잼버리보다 수백 배 규모인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었다"면서 "올림픽을 도민의 미래가 아니라, 정치적 만회 카드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유치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느냐’다”고 지적한 논평은 “전북은 대선에서 올림픽 유치를 1번 공약으로 내세우며 8개의 대형 SOC 사업을 연계시켰으나 이런 전략은 시대착오적이며 실패 가능성이 컸다”며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올림픽을 제외하고, 추진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올림픽 유치가 공공성보다 정치적 이해에서 출발했다는 의혹이다”고 문제를 제기한 조국혁신당은 논평에서 “올림픽 유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전라북도 체육회장은 체육 행정의 중립성을 지켜야 할 자리임에도 대선 직후 ‘500만 체육인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고 언론을 통해 스스로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조국혁신당은 논평에서 “그가(전북체육회장) 전임 대한체육회장과 함께 윤석열 후보 만들기의 핵심 인물 중 하나였다는 증언도 있다”며 “전북도가 유치전에 뛰어든 배경에 체육회 인사들과 김관영 도지사의 정치적 동기가 얽혀 있다면, 이는 올림픽이 전북의 발전 전략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에 기댄 위험한 결정이었다는 방증이다”고 덧붙였다. 

이는 그동안 풍문으로만 전해지던 전북체육회와 지난 정권의 최고 권력 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가 더 큰 문제…모든 논란 정리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조국혁신당 전북자치도당이 2일 발표한 논평 일부(갈무리)

그동안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거대 바위를 계란으로 깨뜨릴 만큼 위력을 지닌 배경을 설명해 주는 듯한 논평은 이어 “정권이 바뀌고 대한체육회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전북의 올림픽 추진이 동력을 잃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며 “준비 부실은 우연이 아니라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고 주장한 뒤 “문제는 올림픽이 아니라 시대를 읽지 못하는 전북의 전략과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가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금의 잘못된 선택은 전북을 다시 10년 늦출 수 있다”고 한 논평은 “윤준병 의원이 제기한 자료를 포함해 정부와 전북도는 올림픽 준비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즉시 투명하게 공개할 것”과 “올림픽 추진이 특정인의 정치적 이해와 연결되어 있다면, 김관영 도지사는 그 사실을 도민 앞에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날 논평 마무리는 더욱 강렬했다. “투명성 해소 없이는 올림픽 추진은 불가능하다. 도민은 이미 잼버리 실패로 큰 상처를 입었다. 이제 다시 같은 불안을 반복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올림픽은 정치인의 꿈이 아니라 도민의 미래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는 모든 의혹이 투명하게 해소되고, 공공성과 책임성이 확보될 때에만 비로소 도민의 자긍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모든 논란을 정리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촉구한다”고 마무리지었다.

아직도 새만금잼버리 실패 악몽의 후유증과 후폭풍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마당에 1%의 가능성을 들며 올림픽에 유치하겠다는 도백의 강력한 의지 앞에서 도민들은 '배포가 크면 재앙도 깊을 수 있다'는 기심화심(機深禍深)을 떠올리며 내심 불안해하는 눈치가 역력해 보였었는데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이 이를 잘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하계올림픽 유치, 정치적 이해관계·도구라면 '제2의 새만금잼버리 사태' 맞을 것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열린 부지 전경(자료사진)

앞서 윤준병 의원의 주장처럼 대통령 공약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논의된 올림픽 유치가 사실과 다르며, 올림픽을 이용한 정치적 선전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한 대목이다.

차제에 정치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의도가 아니라면 국내적으로 IOC 개최지 요건에 부합하도록 후보 도시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 총사업비의 40% 이상을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지방비 부담 의무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지 등은 명확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올림픽 유치가 누군가의 입김에 의해 작용됐거나, 정치적 노림수와 직결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분산 개최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개최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최근 하계올림픽이 열린 프랑스와 미국, 호주 등의 사례를 보면 선수들이 지낸 선수촌이 대부분 경기장에서 1시간 거리인 50km 이내에 위치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참가자 숙박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않으면 2년 전 새만금잼버리 사태와 같은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OC 관계자와 후원사 등의 참가자만 해도 최소 4만실 이상의 대형 숙소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북지역의 호텔은 모두 합쳐도 5,600여실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절대 부족한 형편이다. 이 외에도 전북의 재정 여건과 교통, 인프라 부족 문제를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제라도 정부와 전북자치도는 '2036 하계올림픽' 준비와 관련한 그동안의 의혹과 제기된 문제점들을 투명하고 소상히 밝혀야 한다. 더 이상 올림픽 추진이 정치적 이해관계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실히 규명하고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년 전 참담한 실패로 막을 내렸던 것과 같은 '제2의 새만금잼버리 사태'를 다시 맞이할 것이 자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