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①] ‘2036 전주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 선정 과정, 무슨 일 있었길래?
쟁점 진단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계획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는 윤준병 국회의원의 주장 이후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그 후폭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엔 하계올림픽을 공공성이나 도민의 미래가 아니라, 정치적 이해에서 출발한 '정치인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제기돼 '진실공방'이 뜨겁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 정권이 탄핵되기 직전, 불안하고 어수선한 상황이 지속되던 지난 2월 서울시와 유치 경쟁을 벌인 전북이 우여곡절 끝에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로 선정됐다. 그러나 올림픽 최종 개최 도시로 확정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험난하고 멀다. 게다가 여러 의혹과 문제점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그러자 그동안 올림픽 유치가 거의 다 된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전북자치도와 관계 당국이 해명에 진땀을 흘리는 모양새다. 시작부터 갈팡질팡 엇박자를 보이던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 선정 과정 및 확정 이후 제기된 문제점과 의혹들, 불협화음, 진실공방의 실태와 문제점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2036 하계올림픽' 전북 유치 계획, '공동→단독→분산→공동' 갈팡질팡…‘이란격석’ ‘당랑거철’ 조롱
전주시를 앞세워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전북자치도가 뛰어든 건 지난해 7월. 이미 1988년 올림픽을 치른 경험이 있는 서울시가 올림픽 재유치를 위해 총력을 퍼붓던 시기다. 그런데 느닷없이 유치 경쟁에 뛰어든 김관영호의 전북자치도를 가리켜 ‘이란격석’(以卵擊石) 또는 ‘당랑거철’(螳螂拒轍)에 비유하며 조롱하는 말들이 세간에 나돌았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려는 무모한 도전이다", "만용에 불과하다"는 등의 표현으로 전북의 도전을 폄훼하거나 심지어 "새만금잼버리 실패 이후 채 가시지 않은 후유증과 상처를 다시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때문에 국내 후보 도시 유치가 확정되기 직전까지 주요 언론들은 ‘2036 서울올림픽 개최 총비용으로 도출된 5조 833억원은 2000년 이후 열린 다른 올림픽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최저 비용’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서울시를 거의 확정 도시로 지목하고 연신 조명했다.
특히 그동안 하계올림픽이 열린 2016년 리우(18조 2,000억원), 2020년 도쿄(14조 8,000억원), 2024년 파리(12조 3,000억원) 등 최근 10년 전·후로 열린 올림픽 모두 개최 비용이 10조원을 넘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서울시의 '경제 올림픽 유치'에 힘을 잔뜩 실어주었다.
이에 비하면 서울시와 나란히 올림픽 유치 경쟁에 나선 전북자치도와 전주시는 준비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지난해 7월 전북연구원의 전북도의회 업무보고에서 올림픽 얘기가 나오자 ‘밀실 추진’ 논란이 불거져 시작부터 혼란과 불신을 가중시켰다. 국내 후보 도시 유치 확정까지 불과 6개월가량 남은 짧은 준비 기간에 과연 도전이 현실적으로 가당키나 하겠느냐는 비아냥이 흘러나왔다.
‘밀실 추진’부터 말 많고 탈 많던 하계올림픽 전북 유치...결과는 '대이변'
치밀함마저 부족한 악조건을 과연 극복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자 전북도의회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올림픽 유치 계획과 관련해 '도와 의회 간 소통 부족'과 '행정 절차 등의 문제점'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이에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면서 공론화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김관영 지사는 뒤늦은 지난해 11월에서야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공식 선언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찜찜한 구석들이 많았다. 김 지사는 "서울과 공동 개최를 추진했으나 결렬된 후 단독 개최로 전환해 긴박하게 준비해왔다"며 "공개 시점을 고민하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우선 대규모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 논의하려고 했다"고 뒤늦게 실토했지만 설명회의 비공개 진행과 세부 내용 부족 등 또 다른 문제가 놓여 우여곡절이 계속 이어졌다.
게다가 서울시에 비해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인 전주시는 단독 개최지로는 전망이 밝지 않다는 지배적인 여론이 불리함으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김 지사는 서울과 공동 개최를 제안했다가 실패하자 다시 단독 개최로 선회하더니 급기야 호남과 영남, 충청을 아우르는 ‘지역 도시 연대’ 개최 카드를 막판에 꺼내 들며 ‘국가균형발전 실현’을 호소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서울과 경쟁하며 갈팡질팡하던 전북자치도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2025년도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진행된 '2036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 선정 투표' 결과, 총 61표 중 49표를 얻어 12표를 얻은 서울을 꺾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그러자 대부분 언론들은 "짧은 기간에 도민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 국내 후보 도시 유치전은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고 일제히 조명하며 흥분했다. 서울시는 '88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고 경기장은 물론 교통과 숙박 등 모든 인프라가 갖춰진 '세계적 도시'란 점에서 전주시와 비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도시 연대' 앞세운 ‘국가균형발전’ 카드, 반전에 성공했으나…
전북(전주시)의 올림픽 단독 유치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김관영 지사는 전북 외에 광주, 전남 고흥, 충남 홍성, 충북 청주, 대구 등 다른 지역의 경기장을 활용해 단순한 시설 공유를 넘어서 '지방도시 연대'라는 혁신적 패러다임으로 지역 간 화합과 협력을 도모하고 각 지역의 역량을 결집해 새로운 국가균형발전 모델을 제시한 것이 역전에 성공한 것이라며 언론들은 크게 부각시켰다.
앞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세간에 조롱이 널리 퍼질 당시 김 지사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우리는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해 더욱 웃음거리가 됐지만 결국은 1% 가능성으로 뜻을 이룬 셈이 됐다. 김 지사는 "1%를 10%, 20%, 50%로 가능성을 늘려가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 작업에 직원들의 열정과 노력이 가미되고, 도민들의 하나된 결집된 힘이 더해지면 1% 가능성이 90% 이상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지만 대부분 설마설마했다.
누구도 서울시를 이기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당시 도민들은 새만금잼버리 실패의 악몽을 소환하며 기대보다는 우려를 자아냈던 터라 전주시가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로 선정될 거란 확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런데 뜻밖의 반전이 이뤄져 모두를 의아하게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희망하는 나라들은 우리 외에도 인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튀르키예, 이집트 등 10여 개 국가에 이른다. 더욱 험난한 '계란으로 바위 치기식' 싸움의 상대들이 전주시 앞에 가로 놓인 것이다.
이들 후보 도시 중 카타르 도하는 가장 강력한 경쟁 도시로 떠올랐다. 최근 2036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위한 유치위원회 구성을 마친 카타르는 월드컵 외에도 2006년 하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바 있다. 오는 2030년에도 하계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카타르는 이 외에도 2022년 FIFA 월드컵, 2019년 세계육상선수권, 2024년 세계수영선수권 등을 개최한 경력이 있으며, 2036년 하계올림픽까지 개최하면 4대 메이저 스포츠 대회(월드컵, 하계 올림픽, 동계 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을 모두 개최하는 나라가 된다.(계속)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