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 법원 판결에 '두 쪽 난' 전북...어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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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8     박주현 기자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은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전북지역이 다시 둘로 나뉘었다. 찬성과 반대로 양분된 지역이 갈등의 용광로 속으로 빠져든 형국이다.

이번 법원 판결은 많은 파장과 거센 후폭풍을 지역에 안겨다 주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바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실태와 문제점 외에 향후 예상되는 파급 등을 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수석부장판사 이주영, 판사 문지용, 판사 고철만)가 내린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 1심 내용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많은 의미가 함축됐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역사상 사법부가 국가 정책 사업에 제동을 건 일은 극히 이례적이란 지적을 받을 만하다.

재판부 "조류 충돌 위험·생태계 가치 등 이익형량 누락...공익보다 피해 크다" 판단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인단은 11일 판결과 관련해 “국토부는 더 이상의 행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기후생태 붕괴를 직시하고, 국토를 파괴하고 소중한 생명들을 죽이는 폭력을 멈추라”고 촉구했다.(사진=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인단 제공)

이날 재판부는 1,308명의 국민소송인단과 녹색법률센터,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측이 제기한 내용을 대부분 인정했다. 이들은 피고인 '국토교통부장관’이 새만금 신공항 계획을 수립하면서 사업으로 생겨날 이익과 침해될 이익을 비교하고 평가하여 순위를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익형량의 부존재'를 그 첫 번째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또한 마땅히 포함시켜야 할 사항인 조류 충돌 위험과 생태계 가치 등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이익형량의 누락’을 그 다음 문제점으로 들었다. 

이어 이익형량을 했더라도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이익형량의 결함’을 제기한데 이어 형량의 흠결을 이유로 ‘하자’를 제기하며 각각 위법법성을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22년 6월 29일, 국토교통부는 새만금사업의 개발 촉진을 위한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6월 30일에 수립·고시하고 2년 후인 2028년 완공을 위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2029년 개항 계획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번 사업이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받은 점, 경제성이 낮은 점, 조류 충돌 위험과 환경 파괴 영향이 크다는 점 등을 근거로 공익보다 피해가 크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새만금 신공항의 비용편익비(B/C)가 약 0.479에 불과하며, 조류 충돌 위험성은 무안공항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날 재판부는 "새만금 신공항의 비용편익비(B/C, 1이 넘어야 비용보다 이익이 많아짐)가 0.479에 불과하여 경제성이 없음에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 받은 채 추진되고 있으므로, 건설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침해될 공익' 또는 '사익'보다 상당한 우위에 있어야만 그 추진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피고가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조류 충돌 위험을 부실하게 평가하였을 뿐 아니라 해당 평가 결과를 공항입지 선정 과정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사업지 내 서식하는 법정보호종 조류 및 인근 서천갯벌(2021.7.31.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의 보존에 미치는 영향도 부실하게 조사, 평가함으로써 이익형량의 고려 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하고 이익형량의 정당성과 객관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계획재량을 일탈하였기에 새만금 신공항 계획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류 충돌에 관한 내용이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됐다는 점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재판부는 "피고는 인접한 군산공항 및 무안 국제공항의 평가 결과가 양호함을 제시하였으나, 총 위험도 평가에서 나타난 새만금 신공항 사업부지의 조류 충돌 위험도는 다른 공항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연간 예상 조류 충돌 횟수가 사업부지 반경 13㎞ 기준, 최대 45.92930회로써 인천공항 2.9971회, 군산공항 0.04846회, 무안공항 0.07225회에 비하여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더해 재판부는 “더구나 피고가 수라갯벌과 조류 서식 환경·규모가 유사하다고 주장한 무안 국제공항에서 지난해 12월 29일 여객기 참사가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새만금 신공항 부지, 서식 법정보호종 조류 등에 미치는 영향 더 면밀히 검토했어야”...뼈아픈 지적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전북자치도 제공)

아울러 재판부는 “새만금 신공항 사업으로 해당 부지에 서식하는 조류들의 취식·휴식지 파괴 및 축소, 개체수 감소 등의 악영향은 불가피하다”며 “조류 충돌 위험으로 인해 수라갯벌 바로 인근에는 대체 서식지를 만들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고, 피고도 인정했듯 조류 충돌 위험을 저감함과 동시에 조류 등을 보호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그동안 계속 제기돼 온 환경영향평가 문제도 재판부는 환경단체 등이 주장하는 내용을 많이 반영해 판시했다.

재판부는 “새만금 신공항 부지인 수라갯벌은 현재 염습지 상태로서 법정보호종(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생물) 조류 등이 다수 서식하고 있고, 이 사업부지로부터 약 7㎞ 떨어진 서천갯벌은 습지보호지역·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며 “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보호하도록 규정한 각종 법령,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 내용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는 새만금 신공항 사업이 해당 부지 및 서천갯벌에 서식하는 법정보호종 조류 등에 미치는 영향을 더 면밀히 검토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뼈아픈 판결이 아닐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재판부는 “새만금 신공항 사업은 수라갯벌과 생태적으로 상당한 연관성을 가진 서천갯벌의 자연 환경 및 조류 서식 환경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는 이 사업이 서천갯벌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검토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정곡을 찔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그럼에도 피고가 달성하려는 공익이 침해될 공익보다 우월하다는 결론에 이른 것은 ▲조류 충돌 위험의 근거 없는 축소 평가 ▲평가된 위험 요소의 입지 선정 절차에의 미반영 ▲조류 생태계 등 환경 파괴에 미치는 영향의 부실 검토 ▲환경 훼손 정도를 저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단정 등을 바탕으로 한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했기에 객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됐고 부당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거의 모든 쟁점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전북자치도와 국토교통부가 이 부분을 소홀히 취급했음을 인정한 결과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쟁점들을 모두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 심각하다.

"이익형량 아예 안 했거나, 누락된 부분 있거나, 정당성·객관성 결여...도를 넘어 재량 일탈" 지적

새만금 개발사업 조감도(새만금개발청 제공)

국토부는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은 2019년 1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선정된 이후 그해 11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마치고 2020년 6월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해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및 기본계획(안)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 관계기관 협의 등을 완료했으며 이후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이 6월 22일 항공정책 위원회심의를 통과해 이달 30일에 기본계획을 수립·고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새만금 신공항 사업이 이익형량을 아예 안 했거나, 누락된 부분이 있거나,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는데 이 형량의 하자가 도를 넘어서서 '재량 일탈'"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의 1심 판결로 당장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 자체가 무효화 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에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 이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문을 면밀히 살펴보고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법원의 지적처럼 '실효성 없는 대안만 제시했다'는 책임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또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는 새만금 국제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 저감 방안은 어떻게 마련해 나갈 것이며, 세계 유산인 '서천 갯벌'에 미치는 영향과 보존 방안, 갯벌 확대 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도 직면한 과제로 꼽힌다.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로 가장 난감한 상황에 처한 쪽은 전북특별자치도다. 국제공항이 불투명해진 이후 항만과 철도를 잇는 ‘트라이포트’ 구상을 포함한 새만금 개발사업 계획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전북자치도와 지역 정치권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공항의 필요성을 입증하고 항소심에서 판결을 뒤집을 자신이 있다고 강변하지만 결정적 근거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

내부에서도 여러 측면에서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의 결함과 모순을 지적한 판결이어서 뒤집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불확실성에 사로 잡힌 양태다. 특히 전북자치도는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 추진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지만 50페이지에 가까운 1심 판결문 가운데 허점을 찾는 것 부터가 여간 쉽지 않다는 게 실무자들의 푸념이다.

전북자치도와 지역 정치권은 국제공항이 새만금사업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성을 부각시켜 보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재판부는 새만금 국제공항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도 않았고 수도권과의 격차 해소, 전북권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환경과 안전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한 상태여서 이를 뒤집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많은 준비 기간 있었음에도 '방어 논리' 빈약…새만금사업 전반·전주하계올림픽 유치 등에도 영향 미칠 듯

새만금 신공항 조감도(전북자치도 제공)

특히 경제성이나 편익보다 비용이 더 크고, 조류 충돌 위험이 높아 인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반대론에 더욱 무게를 심어주고 있다. 더욱이 지난 연말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 여파는 이러한 요인을 더욱 부추긴 결과로 분석된다. 따라서 그동안 많은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신공항을 철새 도래지에 짓겠는다는 지적에 직면했던 전북자치도와 국토교통부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무엇보다 입지 선정 단계에서 조류 충돌 위험 평가를 빠뜨린 판단은 매우 중요한 패착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동안 전북자치도가 새만금 남북 3축 도로와 수변도시의 간선도로 건설 등 4개 사업에 대해서 예타 면제를 건의했지만 이미 예타가 면제됐던 새만금 공항에 제동이 걸리면서 새만금사업 전반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더욱이 새만금 SOC 가운데 핵심인 국제공항은 전북자치도와 전주시가 역점으로 유치를 위해 나선 2036년 전주하계올림픽은 물론 기업유치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란 점을 행정과 정치권은 줄곧 강조해왔다. 따라서 장기간 법정 공방에 이은 무효 결정이 이뤄질 경우 그 타격과 책임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