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요 억제 대책' 안 나오면 이재명 정부에 '재앙' 될 수도”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2025-09-17     이영광 기자

지난 7일 이재명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정부는 수도권에 2030년까지 매년 27만 가구씩 총 135만 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토지거래허가제 개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9·7 부동산 대책에 대해 의견 들어보고자 지난 12일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과 전화로 연결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최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9·7 부동산 대책, 이재명 정부 색깔 잘 안 보여...앙꼬 없는 찐빵 같은 느낌"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 정부가 7일 부동산 대책 발표했는데 총평 부탁드립니다.

“굉장히 두꺼운 정책을 발표했더라고요. 근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재명 정부의 색깔이 잘 안 보여서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느낌도 들고요. 공공택지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방향만 있고 그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될지는 잘 안 보여요. 택지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건 있지만 매각하지 않는 택지에 짓는 집이 공공 임대냐 공공 분양이냐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거거든요. 공공 분양도 어떤 공공 분양인지에 따라 달라지고요. 공공 분양을 만약에 기존과 방식 같은 방식으로 하게 되면 기업에 땅을 안 팔 뿐이지 공공택지를 쪼개서 개인들에 파는 거와 마찬가지잖아요. 임대주택이 아니고, 기존처럼 분양하는 방식이라면 지금은 민간 기업에 땅 팔고 민간 기업이 거기에 아파트 지어서 개인에게 분양하는 방식이죠. 그럴 경우 결과적으로 과거에는 분양한 땅이 기업을 거쳐서 개인에 갔다면 지금은 LH 통해서 개인에 직접 가는 거예요. 그럼, 택지를 매각하지 않는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공공 임대 물량은 어느 정도 되고 공공 분양은 얼마나 되는지, 공공 분양의 성격을 어떤 것인지를 제일 먼저 제시해야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걸 LH 개혁위원회에 넘겨놨어요. 택지를 매각 안 하려면 굉장히 많은 자본이 들어가거든요. 예전에는 LH가 택지 조성 후 땅을 팔아서 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일부 회수했던 거죠. 택지 조성은 굉장히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거예요. 수조 원 많게는 수십조 원씩 들어가는 거죠. 민간한테 일부 땅을 팔아서 택지 조성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게 되는 모델이란 말이에요. 근데 지금 택지를 팔지 않는다고 하면 굉장히 많은 자금이 일시적으로 필요할 거란 말이에요. 그러면 이걸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핵심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부분들이 이번 대책에 다 빠져 있다는 거죠.”

- 그럼, 예전 부동산 대책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이번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서 LH 택지 매각 없다는 거 빼고 어떤 정부에서 발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읽었다면 윤석열 정부 대책이라고 할 것 같아요. 그나마 다른 게 택지 매각 안 한다는 건데 이 택지 매각을 안 한다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불분명한 문제가 있습니다. 택지 매각 안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재원 조달이 필요할 텐데 재원 조달은 나중으로 미뤄 놓았죠. 때문에 이재명 정부의 색깔이 안 보이네요.”

- 왜 이재명 경부의 색깔이 안 보일까요?

“제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어요. 일단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발생했는데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잖아요. 그러다 보니 숙고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준비되지 않은 것을 왜 이렇게 빨리 발표해야 했는지 의문” 

- 지금 부동산에 문제가 있나요? 왜 물었냐면 이 부동산 대책을 급하게 발표할 필요가 있었냐는 거죠.

“좀 더 완성도 있게 공급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지금 방향과 지엽적인 정책들이 섞여 있어요.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것을 왜 이렇게 빨리 발표해야 했는지 저도 의문이에요.”

- 정부가 수도권에 2030년까지 매년 27만 가구씩 총 135만 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135만 가구에는 공공이 개발하는 것도 있고 민간이 개발하는 것도 있어요. 이번 대책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공공이 주도해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 거예요. 이 부분은 윤석열 정부와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전 정부는 공공보다 민간을 우선으로 했었죠. 이재명 정부가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하겠다고 한 부분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주택 공급의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 5년 동안 135만 가구 지을 땅이 있나요?

“이게 서울이 아니라 수도권이니까 땅이 없어서 공급 못 하지는 않을 거예요. 연간 27만 호에는 공공이 하는 것뿐 아니라 재개발·재건축도 포함되고 있고 그 물량이 상당해요. 도심의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하는 물량이기 때문에 땅이 없다는 게 핵심적인 문제 제기로 이루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 문제는 사람들이 원하는 곳이어야지 많나요?

“모두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 공급할 수 있는 정부는 없어요. 그걸 인정 해야 되는데 이번 대책에도 원하는 대로 공급할 수 있다는 호기가 많이 느껴지거든요. 원하는 곳에 어떻게 공급해요? 강남 뿐만 아니라 서울 도심에도 그만큼 땅이 없죠. 서울은 거의 개발이 완료된 데잖아요. 그래서 이번 대책에 포함된 주택 공급 지역들도 대부분 서울 밖에 위치하고 있어요. 서울은 재개발·재건축 아니면 공급할 땅이 거의 없죠. 정부가 ‘국민들이 원하는 만큼 공급해 줄 수 있다’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일 우려되는 건 수요 억제 대책인데...정책 나온 게 거의 없어" 

- 이재명 대통령이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대책에 대해 언급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경제 구조가 너무 부동산 투기 중심이고, 오히려 경제 성장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하셨고 수요 공급 측면에서의 안정 대책 계속하겠다고 하셨어요. 이번 대책의 한계를 알고 계시고 있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제일 우려되는 부분 중에 하나가 (투기) 수요 억제 대책이 없는 거거든요. 공급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투기 수요를 누르는 정책도 굉장히 필요해요.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 공급할 수가 없거든요. 투기 수요를 줄이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지금 정책이 나온 게 거의 없어요.

이번 대책에 규제 지역의 LTV를 40%로 낮추겠다고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요, 이게 그나마 있는 수요 정책이거든요. 그러나 규제 지역이 지금 강남 3구와 용산구밖에 없다는 점에서 너무 부실한 정책이에요. 대책인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대책이 아닌 거죠. 이런 부실한 대책이 정부의 첫 번째 종합 대책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수요 규제에 있어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보유세 강화잖아요. 세금 부담을 하게 하는 건데 그런 대책이 지금 전혀 없었어요, 대통령께서 수요 측면의 대책을 앞으로 내겠다고 하신 건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근데 이번 공급 대책만으로는 서울에 집중된 투기 수요를 억제할 수 없거든요. 타격감이 있어야죠.”

- 기자회견에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얘기도 있었어요.

“지역균형발전 관점에서 이번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너무 안 맞는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관계 부처 합동으로 이재명 정부의 첫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면서 수도권만 낼 수가 있어요? 이번 대책에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인데요. 이번에 발표된 게 사실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잖아요. 비수도권을 다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비수도권도 집이 필요한 곳이 있어요. 비수도권의 청주도, 전주도, 춘천도 집이 필요해요. 이런 곳에 주택 공급이 필요 없나요? 수도권 정부가 아니잖아요. 이렇게 주택 공급 대책을 내서 지역 균형 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져요? 공공이 주도하는 공급은 비수도권에서 더 이루어져야 되는 거예요. 이번 대책 앞부분에 이런 내용이 있는 데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 LH가 시행사로 참여한다고 해요. 이럴 경우 중소 건설사가 아파트 지을 거라는 전망도 있어요. 하지만 소비자는 브랜드 아파트를 원한다는 주장도 있던데.

“전 그런 말이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지금 1군 건설사의 참여 여부가 결정된 것도 아니잖아요. 1군 건설사가 참여하지 않을 거라는 가정하에 그런 비판 하는 건데 LH가 시행하는 거고 시공은 민간이 하는 거예요. 이윤이 나고, 사업 리스크도 없는데, 1군 건설사에서 안 할 이유가 없죠. 서울의 반포 주공, 잠실 주공 아파트 LH에서 직접 공급한 거잖아요. 서울에서 공공이 분양하는 주택을 소비자가 원하지 않았던 적이 있던가요? 그래서 그건 팩트하고 다른 비판이라고 생각이 돼요.”

- 아까 조금 얘기하셨지만, 투기 수요 억제 대책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권 부여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LTV) 상한 50%에서 40%로 강화 △수도권·규제 지역 내 주택 매매·임대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제한(LTV=0) △1주택자 수도권 수도권·규제 지역 내 전세 한도 2억 원으로 일원화 등이 제시됐는데 효과 있을까요?

“제가 가장 걱정되는 것 중에 하나가 기재부와 관련된 투기 수요 억제 대책이 너무 부실하다는 거예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상한 강화 이런 게 너무 실효성이 없어요. 이재명 정부도 기재부에 휘둘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이번에 기재부에서 투기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안 내놨다는 거죠.”

"고통스럽더라도 ‘빚내서 세 살고, 빚내서 세 살라’는 정책이 가져온 악순환 끊어야" 

"수요 대책이 너무 늦지 않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는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 그럼, 지금 상황에서 뭐가 필요해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전세 대출을 포함하는 전세 대출 규제와 그동안 무분별하게 이루어졌던 전세대출 보증 축소 등 전세사기, 깡통전세 예방 대책이 나와야 해요. 고통스럽더라도 ‘빚내서 세 살고, 빚내서 세 살라’ 정책이 가져온 악순환을 끊어야죠.

그리고 보유세 강화 대책이 나와야죠. 보유세 강화에서 가장 먼저 선결돼야 될 건 공시가격 로드맵을 정상화하는 것이에요. 부동산의 시세 반영률의 목표치를 설정하는 이 로드맵은 2020년 여야 합의로 통과된 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에 의한 법정 계획이거든요. 법률에 의해서 만들어진 법정 계획인데 윤석열 정부에서 법을 위반하면서 폐기해 버렸어요. 불법으로 폐기된 로드맵을 되살리는 게 제일 우선적으로 시급하고요.

그리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이라는 게 있어요. 이게 이름하고 다른 것이거든요.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된 건데 세금 깎아주는 할인율이에요. 이걸 윤석열 정부에서 극단적으로 낮췄거든요. 이런 것들을 빨리 환원해야죠. 이런 대책이 지금 안 나오고 있어요. 세율을 바꾸는 건 국회 여야 합의가 필요하고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지금 공시가격 로드맵이나 공정시장가액 비율 이런 것들은 정부 결단으로 바로 시행할 수 있는 것들이거든요. 이런 대책이 안 나오면 이재명 정부는 투기 수요를 억제할 생각이 없다는 판단 시장에서 하게 되면 재앙이 올 수도 있죠. 투기가 한 번 불이 붙으면 굉장히 무섭거든요. 지금 6·27대책으로 간신히 현상 유지 정도 하는 거잖아요.

문재인 정부에서도 2017년 12월에 등록 임대 사업자에 대한 많은 특혜가 발표되면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었다고 생각해요. 문재인 정부가 ‘생각보다 쎄지 않구나. 빠져나갈 곳을 만들어 주면서 가는구나. 주택 가격을 낮출 생각이 없구나.’라는 신호로 시장이 받아들이면서 문재인 정부가 계속 어려움을 겪었다고 생각해요. 이번 정책을 보면서 불길한 느낌이 들거든요. 이번에도 유효한 대책이 별로 없어서 시장에서 이재명 정부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와 같은 판단을 내리게 되면 서울을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는 언제든지 오를 준비가 되어 있어요.

수요 억제 대책 있을 것이라는 게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건 다행인데 이렇게 엉거주춤할 때가 아니에요. LH 택지를 팔지 않겠다는 것은 좋은 방향이지만은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해요. 근데 공급 대책은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일단 발표하고 ‘중요한 건 나중에 발표한다‘는 방식이었단 말이에요. 근데 수요 억제 대책은 지금 당장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많이 있어요. 수요 대책이 너무 늦지 않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 이 정부의 기조가 증세는 아닌 것 같거든요.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번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서 재원 대책이 빠진 게 문제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면 그 재원은 어디서 와요? 결국은 세금으로 해야 되는 거죠. 지금 정부의 방향은 증세가 되지 않고는 실행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요. LH 택지 매각을 안 하려면 굉장히 많은 재원이 들어갈 수밖에 없거든요. 정부가 다 빚으로 할 수는 없는 거고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넘기지 않으려면 증세를 할 수밖에 없죠. 윤석열 정부에서 주택도시기금도 바닥을 냈다는데, 증세 없이 어떻게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LH 택지 매각을 안 하겠어요? 이런 상황을 빨리 국민들에게 이해를 시켜야 해요. 정부 초반에 방향을 잡아가지 않고 증세 안 하겠다는 후보 시절의 기조에만 머물러있으면 이번 대책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봐요.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실행될 거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해요.”

- 9·7 대책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제 판단에는 긍정적인 반응도 부정적인 반응도 크지 않고 중립적인 반응일 것 같아요.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직 중요한 내용들이 발표되지 않고 방향만 제시했으니까요. 노후 공공 임대주택 전면 재건축해서 2만 호를 넘게 공급하겠다는데 공급 대책은 실현되기 어렵고, 그렇게 빠르게 추진되어서도 안 됩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은데, 이재명 정부의 첫 공급 대책이 이렇게 존재감이 부족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사 보면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긴 한데 시장의 반응은 또 굉장히 꼬투리를 잡는 것들도 많아요. 시장의 반응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많은 것 같아요.”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