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성사되면 김정은이 워싱턴에 가든 트럼프가 평양에 가든 둘 중의 하나...10월 경주 APEC에 트럼프 확실히 올 것"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2025-09-15     이영광 기자

 지난 3일 중국에서 80주년 전승절 행사가 열렸고 이 자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에 주목을 받은 건 김정은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이 다자 외교 무대에 처음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북중 정상회담이 열리며 북중 관계가 복권됐단 평가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 미칠지 들어보고자 지난 10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근처 사무실에서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김정은 중국 방문, 북한 입장에서 보면 외교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어"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지난 3일 중국에서 80주년 전승절 행사가 열렸고 이 자리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 했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사실 중국의 행사고 시진핑 주석이 주인공이 돼야 하죠. 근데 스포트라이트가 완전히 김정은 위원장에게 모여져서 사실상 주인공은 김정은 위원장이 돼버렸어요. 북한으로서는 그동안에 자기네가 바라왔던 상황이 벌어진 거죠. 중국, 러시아, 미국이 모두 북한에 구애하는 상황으로 됐으니까요.

제가 파악한 중국 측에서 나온 정보는 지난 봄부터 미국과 북한 사이에 물밑 접촉이 이루어지고 머지않아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것으로 중국 측에서 판단했어요. 북한이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서 중국 말 잘 안 듣는 것도 걱정스러운 일인데 미국하고의 관계 개선 되면 중국은 북한을 다루기가 골치 아파지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도 중국이 부랴부랴 김정은 위원장을 베이징으로 불러서 달랜 것처럼 이번에도 상당히 큰 규모의 지원해 주겠다고 김정은 위원장을 불러들였다고 들었어요. 북한 입장에서 보면 외교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 우리 기준으로 북한이 주목받은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런 건가요?

“그건 누구의 입장이라기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가장 주목받은 사람이 김정은 위원장이잖아요.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고립돼서 한 6년 동안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국제 외교 무대에 서서 사라졌었지만, 본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 회담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 화려한 시기를 잊지 못하고 있었고 다시 국제 무대로 복귀한 거죠.

우리 입장으로 봤을 때 좋은 일이죠. 왜냐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아무래도 국제 무대에 다시 나오는 나와야 북한도 개혁 개방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니까요, 문제는 러시아, 중국, 미국 이런 강대국들과 크게 판을 벌이려고 하기 때문에 한국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거죠. 지난번에도 김여정 부부장이 세 번이나 ‘한국 상대할 일 없으니까 나서지 말라’는 식으로 한국 정부 핀잔주는 투로 말했잖아요. 결국 쉽게 얘기하면 자기네들이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과 딜하려고 판을 벌여놨는데 한국이라는 중소기업이 와서 우리하고도 좀 거래하자고 하니까 ‘귀찮으니까 저리 가라’라고 내쳐버린 거죠.”

- 중국·러시아·미국이 다 북한에 구애한다고 하셨는데 왜 그렇게 된 건가요?

“북한의 외교라는 게 냉전시대에도 중국과 소련 사이를 오가면서 줄타기 외교 해왔던 사람들이에요. 러시아와는 아주 깊이 있게 협력을 해왔고, 미국과도 다시 6년 전 같은 정상외교 할 가능성이 보이니까 그동안 북한을 마땅 못마땅하게 봐왔던 중국도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북한을 북한이 요구한 것을 들어주면서 대접 해주지 않을 수가 없게 됐죠. 또 앞으로는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 등 여러 가지 약속을 받았다고 알려졌는데  그걸 가지고 (북한은) 미국 상대로 ‘중국은 우리에 이렇게 해주는데 너희는 뭘 해줄 수 있느냐’ 또는 ‘너희하고 협상 안 하더라도 우리는 중국, 러시아로부터 이런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아쉬울 게 없다’라는 자세로 나갈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번 베이징 방문도 자기들이 가진 게 많아야 미국과 협상할 때 힘이 실리니까 그걸 노린 방문이라고 봐야죠.”

"북·중·러,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입장 다 동일하니까 필요에 의해 모인 관계"

- 그럼, 북·중 정상회담은 어떻게 보셨어요?

“가기 몇 달 전부터 중국 측에서 상당한 지원을 약속해 줬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확인하고 확실한 답 얻는 목적의 회담이었다고 볼 수 있죠.”

- 그동안 북·중 관계가 안 좋았는데 이번 정상회담으로 복원됐다는 평가도 있더라고요.

“일단 그렇게 볼 수 있죠. 그러니까 과거에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물자가 들어가는 부분에 관해서 자기들 나름대로는 서방 세계 특히 미국으로부터 공격받지 않기 위해 상당 부분 UN 제재를 준수해 왔는데 앞으로는 유엔 제재와 무관하게 북한이 물자를 중국에서 가져가는 거에 대해 세관에서 중국이 막거나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걸로 알고 있어요. 이미 러시아 쪽은 유엔 제재를 안 지키고 있는데 중국도 그렇게 하면 유명무실해지는 거죠. 그럼,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다루기는 더 까다로워지는 거죠.”

- 우리가 보기엔 북·중·러가 한 묶음 같은데 아닌가요?

“하나의 동맹이라고는 전혀 볼 수가 없고 서로 상대편을 경계하지만 지금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는 입장에 다 동일하니까 필요에 의해 모인 관계라고 봐야겠죠.”

- 한·미·일과 북·중·러의 구도로 신 냉전 체제가 더 굳어질 거라는 평가도 나와요. 의원님은 그렇게 안 보시나요?

“누구도 그 세 나라가 협력해서 미국에 대항하는 신냉전 시대 만들려는 생각은 없죠. 그게 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를 자기의 필요에 의해 이용하려는 생각만 있는 거죠. 동맹이라고 부르긴 어렵고요.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 제대로 한다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나 북한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필요하거든요.”

- 그러면 한·미·일 관계하고 북·중·러는 다른가요?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우리가 미국에 큰소리치는 거 한 번이라도 본 적 있어요? 북한은 중국하고 맨날 싸우잖아요. 그리고 중국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 보인 적도 많고요. 아마 대북 사업하고 북한에 자주 가보신 분들치고 북한 사람들이 중국 욕하는 거 못 들어본 사람 별로 없을 거예요. 김일성 주석 시대에는 애증의 관계라고 볼 수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좋아하는 감정은 거의 없고 싫지만, 필요에 의해 억지로 상대하는 관계라고 볼 수 있죠.”

- 이번에 주목받은 것 중 하나가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 양이에요. 김 위원장 후계자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단 이번에 데리고 베이징까지 갔잖아요. 근데 기차역에서만 보이고 그 후론 한 번도 안 나타났죠. 제가 들어본 바로는 그 이유가 김주애를 퍼스트레이드에 준하는 대우 해달라고 했는데 중국 측에서 그건 곤란하다고 했대요. 그러니까 나이도 열 두세 살밖에 안 됐고 김여정과 달리 아무런 직책도 없고 후계자라고 공식적으로 선언된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 어린애에게 그런 예우를 해준다면 이게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거절했더니 북쪽에서 서운하게 생각해서 그 후로는 안 데리고 나온 걸로 알고 있어요.”

"북한이란 나라에서 여자가 수령 된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

"이번에 북미회담이 성사된다면 김정은이 워싱턴에 가든가 트럼프가 평양에 가든가 둘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 그러면 지금 김주애 양의 위치가 뭘까요?

“후계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일단 후계자는 아니에요. 북한이란 나라는 아직도 왕조 국가예요. 조선시대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왕조 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자가 수령이 된다? 이건 불가능한 얘기고요. 제가 아는 바로는 한 7살 정도 된 아들이 있는데 7살이면 데리고 다니기엔 너무 어리잖아요. 그래서 누나를 대신 데리고 다니는 거죠. 그리고 제가 중국 쪽에서도 확인해 봤는데 이름도 주애가 아니라고 들었어요.”

- 딸 이름은 주애가 아니라고요?

“북한 내에서도 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네댓 명 밖에 안 되고 중국 측에서도 이번에 방문할 때 이름을 끝까지 북측에서 안 알려줬다고 들었어요. 그게 보안상의 이유인지 경호상의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김정은 같은 경우도 후계자로 부각되기 전까지는 우리가 이름도 몰랐고 그나마 초기에는 ‘김정운’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잖아요.  북한은 그런 사회죠. 또 왕조 국가라고 했는데 사극에서 왕자, 공주 이름 부르는 거 봤어요? 그런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 앞에 조금 얘기했는데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보면 북·미 정상이 만나기 전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갔잖아요. 이번에 북·미 간 뭔가 있을 가능성에 대한 얘기도 있던데.

“중국이 어디까지 북한을 설득했는지는 우리가 알 수가 없죠. 상당히 큰 경제 지원 패키지를 제시하면서 ‘우리가 충분히 도와줄 수 있으니까, 미국에 너무 매달리지 말라’는 식으로 얘기 했다고 들었는데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봤을 때 중국의 도움 받아서 경제 일으킨다는 게면 언뜻 생각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 얘기는 경제적으로 나중에 중국의 속국이 될 수 있다는 소리거든요. 북한은 항상 그 가능성을 경계해 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중국으로부터 그런 약속 받은 걸 무기로 삼아서 미국과 협상에 써먹을 수는 있어도 미국과 협상하는 걸 포기하고 중국에만 일방적으로 매달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봐요.”

- 북·미가 만날까요?

“아직도 (만날 가능성은) 꽤 있죠. 그러나 일방적으로 매달리지 않고 어느 정도 러시아와 중국을 뒷배경으로 두고 상당히 고자세로 미국과 협상하려고 들 수가 있어요.”

- 아까 우리에겐 안 좋은 거라고 했잖아요. 작년 인터뷰에서 북·미간 직거래 가능성이 99%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가요?

“그건 100%죠.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트럼프 정부도 지난 몇 달간 하는 거 보셨겠지만 동맹국을 배려해 준다는 생각은 전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성과를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을 끼워줄 필요가 없는 거고 또 한국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과 뭔가가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을 사전에 우리하고 협의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고요. 그나마 북한이 미국과 딜이 되면 경제적인 지원 문제는 미국이 안 할 테니까 우리가 그 기회를 활용해서 북한과 교류 협력을 할 수 있고 북한을 조금이라도 우리 편으로 끌어오는 이 기회를 만들 수가 있는데 문제는 중국하고 너무 가까워지면 그때는 우리가 끼어들 틈이 전혀 없는 거죠.” 

"10월 경주 APEC에 트럼프 확실히 올 것...시진핑 만나러" 

- 10월에 경주에서 APEC이 열리잖아요.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고 싶다고 했어요. 참석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트럼프는 확실히 올 겁니다.“

- 왜요? 트럼프는 다자외교 안 좋아하잖아요.

”다자외교는 싫어하는데 시진핑 만나기 위해서 와야 된다는 거죠. 정상끼리 담판 지을 내용이 있는데 둘 다 지금 자존심 싸움하느라고 먼저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면 그건 기싸움에서 지는 게 되는데 이건 다자외교고 국제회의이기 때문에 한국이라는 제3국에서 만나는 것은 둘 다 자존심 상할 이유가 없죠.“

- 그러면 시진핑도 올까요?

”오는 게 맞고 아마 오고 싶을 텐데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중국에서 나온 얘기는 그때가 바쁜 시기인데 억지로 시간 내서 한국 오면 북한 쪽에서 불평하지 않을지 신경 쓰인다고 하더라고요. 왜냐, 북한 측에서 ‘우리가 어렵게 시간 내서 베이징 전승절 행사에 가줬으니 우리 쪽으로 답방을 먼저 해야지 왜 한국에 먼저 가느냐’란 식으로 트집 잡지 않을지 신경 쓰인다고 해요. 그러니까 요즘 완전히 북한이 갑이 돼 버린 거예요.“

"이번에 북·미회담 성사된다면 김정은이 워싱턴에 가든가 트럼프가 평양에 가든가 둘 중의 하나" 

- 그러면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 경우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지인데.

”이번에는 김정은이 APEC에 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저는 보고 지난번처럼 판문점에서 만나는 것도 가능성은 별로 커 보이진 않아요. 왜냐면 이미 판문점에서 만나는 건 다 해봤던 거기 때문에 이번에는 회담이 성사된다면 김정은이 워싱턴에 가든가 트럼프가 평양에 가든가 둘 중의 하나 그렇게 봐요.“

- 근데 김정은 위원장은 무서워서 미국 못 가는 거 아닌가요?

”글쎄요. 들리는 얘기는 양측이 서로 자기 쪽으로 오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누가 더 큰 양보를 하느냐에 따라서 방문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거죠. 제가 트럼프라면 통 크게 평양을 가면서 대신에 북측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겠어요.”

- 북한 입장이 이제 비핵화 협상은 없다고 하는데.

“트럼프와는 그래도 대화가 되는 이유가 이미 트럼프 측근들이 한꺼번에 전면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 말했었거든요. 그러면서 일단 동결 핵 개발을 동결하고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단계적 군축의 길로 가야 된다고 말했는데 그게 사실 현실에 맞는 얘기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에 기대하는 게 그런 이유죠.”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