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날리면 사건' 3년간 3차 소환장까지 압박하더니 정권 바뀌니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다시 그 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했을 것"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이기주 MBC 기자

2025-09-08     이영광 기자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보도로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국민의힘 등에서 MBC 기자들을 고발한 사건이 3년 만에 무혐의로 결론났다. 서울경찰청은 8월 18일 MBC 경영진과 취재진 등 10명에 대한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 등의 사유로 불송치 결정했다. 

사건이 일어나고 종결되기까지 35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윤석열 정권은 방송을 탄압했지만, 내란으로 자멸했다. 무혐의 결정에 대해 3년 전 첫 보도한 이기주 MBC 기자는 어떤 생각일지 궁금해 지난 3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근처에서 이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3년 전에도 이렇게 명확하고 간단하게 결론 내릴 수 있었던 사안을 왜 지금까지 쥐고 있었나?"

이기주 MBC 기자

- 서울 경찰청이 바이든-날리면 사건에 대해 8월 18일 불송치 결정했어요.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여만인데 어떠세요?

“이번에 불송치 무혐의 결정문을 받아보니까 내용이 심플하고 간단하게 써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보면서 그럼 3년 전에도 이렇게 명확하고 간단하게 결론 내릴 수 있었던 사안을 왜 지금까지 쥐고 있었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 너무 오래 걸린 거 아닌가요? 이건 간단한 것 같거든요.

“오래 걸렸죠. 되게 간단하고 누구나 판단할 수 있었는데 아마 법원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핑계로 수사기관이 정권의 눈치를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수사 결과를 미루고 필요할 때 자기들이 결론을 내리기로 했던 게 아닌가 해요.”

- 기자님이 SNS에 “12·3 내란을 앞두고 3차 소환장까지 보내면서 압박하더니 정권 바뀌니까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다”라고 올리셨잖아요. 윤석열 정권이 계속됐다면 결론은 달랐을까요?

“그게 만약에 12·3 내란이 없었으면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겠죠. 그 직전에 1년 넘게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가 내란 터지기 한 6개월 전부터 3차 소환장까지 보내면서 압박했거든요. 그러면서 3차 소환장까지 불응하니까 체포 영장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 흘리면서 분위기를 조성했었거든요. 아마 12·3이 없었으면 강제 수사에 돌입해서 저희가 더 어려운 처지로 됐었을 거예요.”

- 3년을 되돌아보면 어때요? 맘고생이 심했을 텐데.

“힘든 시간이었죠. (정권의 힘이) 서슬 퍼렇던 초기부터 충돌했었고 거기에 대해서 저항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3년 동안 저뿐 아니라 MBC 기자들 그리고 MBC 방문진 이사장까지 모두 다 같이 저항하고 행동한 결과로 MBC가 비판 언론으로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지나칠걸 그랬나라고 후회한 적 없어요?

“제가 보고 들은 거에 대한 행동을 한 거니 후회는 있을 수가 없죠. 그거에 대한 후과가 따라온 건 제가 감당할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직 구성원이 다 같이 눈치 보거나 주저하지 않고 저항했기 때문에 힘들거나 외롭지 않았다”

2022년 9월 21일 MBC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 그런데 이렇게까지 힘들 거라고 생각 못 했을 거 아니에요?

“그 당시에는 이렇게 길게 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죠. 근데 주변에서도 많이 응원해 주시고 힘을 쏟아주신 분들이 많이 있어서 저뿐 아니라 저희 조직 안에 있는 구성원이 다 같이 눈치 보거나 주저하지 않고 저항했기 때문에 힘들거나 외롭진 않았어요.”

- 그럼, 시간을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할 거예요?

“제가 그때로 돌아가도 어차피 보고 들은 건 똑같으니까 다르게 행동하지 않았을 겁니다.”

- 경찰은 해당 자막의 허위 여부에 대해 “국과수·대검찰청 등의 음성분석 의뢰 결과 '판독 불가능'으로 회신 돼 전체 발언의 맥락이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증명할 직접적 증거는 없다”며 “피해자(윤석열 전 대통령)가 발언은 했으나 그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조차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으므로 자막을 곧바로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던데.

“결정문에 그렇게 써 있죠. 제가 이걸 보면서 약간 황당하다고 느꼈어요. 이게 똑같은 논리로 1심은 판사가 저희에게 패소 판결 했거든요. 근데 똑같은 내용으로 무혐의 처리한 거잖아요. 이게 두 판단이 모순되는데 불송치 결정문의 판단이 맞는 거죠. 그게 조금씩 올바른 방향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사필귀정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 1심이라는 게 뭔가요?

“대통령실이 외교부를 통해서 저희에게 그 보도에 대해서 잘못됐다는 소송 걸었아요. 그 소송도 되게 오래 끌고 있다가 1심에서 요 불송치 결정문 내용대로 쓰면서 저희가 잘못했다고 판결 내렸었거든요.”

- 그런데 명확히 판단할 수 없었다는 게 맞을까요? 들리는 게 있잖아요.

“사람의 귀로 듣는 거죠. 그걸 누가 '이렇게 들어라'거나 '저렇게 들어라'라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 같은 일이죠.”

- 대통령실이 외교부를 통해 제기한 소송에서 1심 패소했다고 했잖아요. 그건 진행되는 건가요?

“진행이 됐었는데 이번에 소 제기했던 외교부 장관이 저희 MBC에 사과하면서 소 취하를 했어요. 또 2심 재판부가 1심 판결문을 사실상 뒤집는 2심 결정 내렸는데 그건 판결이 아니라 조정 결정문이라는 걸 내렸어요.”

"경찰, 권력 눈치보며 3년간 쥐고 있다가 불송치 결론"

- 그럼, 그게 경찰 불송치에도 영향을 줬을까요?

“영향을 줬다고 보죠. 경찰이 그걸 기다린 거거든요. 경찰이 자체적으로 일찍 판단 내릴 수 있었는데도 외교부나 법원과 권력의 눈치를 본 거예요. 그러다가 그 결과 보고 3년간 쥐고 있던 이 사건을 불송치로 결론 내린 거죠.”

- 또 해당 자막이 허위임을 알고도 보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자막을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허위성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령 자막을 허위라고 가정하더라도, 수사를 통해 확인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의자들이 명백히 허위라는 점을 알면서도 해당 자막을 기재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라고 하던데.

“이것도 허위라는 걸 알면서 우리가 그때 조작 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허위로 조작했을 리는 없죠. 말한 사람과 들은 사람이 다 있는데요. 그러니까 이 판단도 전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해요.”

- MBC만 한 게 아닌데 MBC만 꼭 집어서 공격한 거잖아요.

“그렇죠. 그때가 정권의 완전 서슬 퍼렇던 초기였죠, 근데 초기부터 저희가 지금 특검에서 수사되고 있는 김건희 1호기 나토 민간인 동행 특종 보도 하면서 비판 언론으로 윤석열 정권에 척을 졌다고 해야 될까요? 이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된 거죠. 그리고 곧바로 이어서 '바이든-날리면 사태'를 저희가 최초 보도를 했기 때문에 타깃이 된 것 같아요. 저희를 때려서 무너지면 다른 언론에도 시범 케이스처럼 삼으려고 했는데 저뿐 아니라 저희 이사장까지 전 구성원이 다 같이 주저하지 않고 행동하고 저항했기 때문에 그 3년을 버티고 내란 국면에서도 역할 했다고 생각합니다.”

- 8월에 방송된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 보면 당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사과문을 준비했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바꾼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할까요?

“그때 뉴욕에서도 그랬고, 보도 후 대통령실 발표할 때까지 16시간 걸렸잖아요. 그동안 대통령이 되게 화 많이 냈다는 얘기를 그때도 들었거든요. 그때는 (대통령실) 내부 구성원들이 무서우니 아무도 얘기를 안 했었죠. 근데 세상이 바뀌니 한 명 두 명씩 그때 얘기를 꺼내서 진실을 밝히고 있는 거죠. 그러면서 당시 VIP 격노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온 거잖아요.

저는 당연히 그들에 대한 책임을 지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때 VIP 격노를 1차에서 막았다면 그 다음 해에 채 상병 사건 때도 두 번째 VIP 격노를 없앨 수 있었는데 그때 1차에서 성공한 경험과 학습효과를 줬기 때문에 그 다음에 채 상병 때도 또 격노해서 판을 뒤집으려고 했던 거 아닙니까?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1차에서 막지 못한 거에 대한 죄송함도 있어요.”

"전 국민 '듣기 평가' 시켰던 그들에게 책임 지워야...진상규명·책임자 처벌 필요"

"3년의 경험이 제 인생에서의 터닝 포인트처럼 많은 걸 깨닫고 느끼게 했다"고 말하는 이기주 MBC 기자

- 어쩌면 그게 계엄까지 이어지지 않을까요?

“그때 VIP 격노로 정치를 해 온 게 내란까지 이어진 거고 그게 우리나라 대한민국 정치와 우리 사회의 비극이었죠. 1차 격노 때 성공 하고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언론과 기자들이 많이 있었잖아요. 정치인도 있었고요. 그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있어야 하죠. 이번 특검법 개정안에 그 김건희와 그 측근의 MBC, YTN 탄압과 간섭에 대한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이 됐거든요.  반드시  바이든-날리면 때 국민을 기만하고 농단했던 전 국민 듣기 평가를 시켰던 그들에게 책임을 지워야 하고 그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전에 언론 자유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저는 동아투위 선배님들 또 80년대 엄혹한 시기에 군부 장기 독재를 겪은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거창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최근 3년의 시간을 경험하면서 언론 자유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꼈죠. 만약 12·3 내란이나 윤석열 정권이 탄압이 계속됐으면 기자님과 인터뷰 하는 것도 없을 거 아니에요. 그런 점에서 생각하면 다시 한번 언론 자유에 대한 중요성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죠.”

- 공기 같은 게 아닐까요? 공기는 당연히 있는 거니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공기가 없어지면 공기의 필요성을 느끼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이게 되게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느끼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거기 때문에 계속 지켜 나가야죠. 그리고 또다시 그런 권력자들이 등장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잘 뽑아야죠. 그런 사람들이 또 무도한 행위를 할 때는 누구보다 나서서 먼저 저항하고 막아서야 될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 경험이 취재하는 데 영향을 줄 것 같은데.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3년의 경험이 제 인생에서의 터닝 포인트처럼 많은 걸 깨닫고 느끼게 했던 일이라고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기존에 했던 흐름대로 쭉 이어져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거로 제가 변화가 있진 않고요. 하던 대로 하고 있습니다.”

"사과할 정도의 사람들이었으면 '바이든-날리면' 같은 농단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

- 느낀 점이 많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건가요?

“일단 언론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고요. 그리고 권력과 언론의 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고 거기에 대한 깨달은 바도 많죠. 그리고 12·3 내란 때도 그랬지만 우리가 지나오면서 결과를 갖고 얘기하면 누구나 편한데 결과를 모를 때는 누구나 두렵잖아요. 그러니 누구나 그때는 누구라도 나서기를 주저하고 어려워 하는데 그런 결기 같은 게 저는 필요한 세상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 혹시 불송치 결정 나오고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사과 연락은 없었나요?

“없었습니다. 그런 연락해서 사과할 정도의 사람들이었으면 그때 이런 바이든-날리면 같이 국정 농단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일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거고 그럴 사람들이었으면 12·3 내란도 사전에 막았겠죠. 근데 그럴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그 자리를 맡기에 자질이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지난 3년의 세월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힘들고 어떻게 보면 고통스럽게 지나갔는데 꼭 국내에 계신 분들뿐 아니라 해외에 계신 분들, 또 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분들 그리고 종교에 계신 분들도 많이 연락을 주셔서 저와 MBC를 응원해 주시면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언론인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사명과 역할을 최선 다해서 제 자리를 지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