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롤 전북-특집] '지역성과 공공성, 지역 방송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방송의 날' 기념 전문가 토론 '두 번째 편'
KBS 전주방송총국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패트롤 전북' 2025년 9월 4일 방송
KBS전주방송총국 라디오 '패트롤 전북' 9월 4일 방송(유튜브 동영상)
KBS 전주방송총국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패트롤 전북'이 제62주년 방송의 날을 맞아 3일부터 5일까지 연속 사흘 간 ‘방송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등의 주제로 특집 방송을 진행했다. 이번 방송의 날 특집 토론은 김진형 전 KBS전주총국 아나운서 부장과 김명성 전 KBS전주총국 보도국장, 박주현 <전북의소리> 대표가 패널로 참석해 함윤호 앵커의 진행으로 3일에는 ‘지역 방송이 걸어온 길’, ‘방송의 지역성과 공공성’, ‘지역 방송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방송3법 개정안과 지역 방송 개선 과제’ 등의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둘째 날인 4일에는 ‘지역 방송의 역할과 과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공공성 강화 방안’, ‘지역 공영방송이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극복해 나아갈 방안’, ‘방송과 지역사회 연대 및 공론장 형성 필요성’ 등에 관한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어 마지막 셋째 날인 5일에는 ‘함 앵커가 간다’에서 KBS전주총국이 걸어온 발자취를 직접 찾아 현장 주민들과 전문가 등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KBS 전주방송총국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패트롤 전북'은 김로연 작가의 기획·섭외와 함윤호 앵커(언론학 박사)의 사회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 30분 동안 진행된다. 다음은 방송의 날을 맞아 특집으로 진행된 두 번째 토론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지역성과 공공성, 지역 방송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주제...이틀 째 토론
함윤호: 안녕하십니까? 방송의 날을 기념해서 어제와 오늘 이틀 연속으로 지역 방송이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어제는 지역방송이 걸어온 길을 돌아봤고, 오늘은 지역성과 공공성, 지역방송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KBS전주방송총국은 수십년 동안 지역의 소식과 민심 그리고 정책 현안을 전하면서 지역 언론의 본분을 다해왔습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역방송의 역할과 과제 역시 달라지고 있지요.
오늘은 지역성과 공공성의 해법은 무엇인지 세 분 모시고 말씀 나눠 보겠습니다. 먼저 <전북의소리> 박주현 대표 어서 오십시오. 그리고 김진형 전 KBS전주방송총국 아나운서 부장 어서 오십시오. 김명성 KBS전주총국 전 보도국장 어서 오십시오. 1938년 이리방송국에서 시작한 KBS전주방송 역사가 고사동, 금암동에 이어 오늘 여기까지 왔는데 수많은 점들이 모여 이뤄진 것 같습니다. 박주현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주현: 전북지역에서 87년의 역사를 지닌 언론사가 없을 텐데 한 땀 한 땀 쌓아온 (소중한)역사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방송도 지나고 나면 좋은 역사로 기록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윤호: KBS지역방송총국이 이곳 효자동에 존재한다는 것, 라디디오 시사프로램 등 많은 제작 편성이 도민들과 함께 한다는 측면에서 지역성을 생각하게 하는데 그렇다면 지역성이란 개념을 도민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박주현: 방송하면 공공성 외에 복지·문화, 독립성 등을 강조하는데 지역 방송은 지역성이란 무거운 짐까지 안고 있습니다. 지역성은 사전적 의미로 '지역의 특색을 중시하는 행동이나 사상의 경향'을 의미합니다. 특히 방송의 지역성은 지역 주민의 삶과 문화, 문제의식을 중심에 두는 방송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역성은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지역의 약자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전달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사실 그런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트롤 전북>은 그동안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환경 등 지역 현안에 깊숙이 다가가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또 <풀뿌리K>라는 독창적인 KBS전주총국 프로그램은 다른 전국 방송들이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풀뿌리 언론들과 연계해서 다양한 목소리를 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성의 좋은 본보기 아닌가 싶은데요.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지역성을 더 많이 개척하고 발전시켜 나아가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함윤호: 공영방송의 수신료 현실화와 더불어 우리(지역총국)의 인력과 예산이 과연 어느 정도 지역성을 대표할 수 있느냐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명성 전 국장님은 누구보다 지역총국 예산을 잘 아시는 분으로서 라디오는 물론 보도국 예산 등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역 방송 보도국 1년 예산, 대하드라마 1회 제작비에 불과”
김명성: 지역성하면 프로그램을 빼놓을 수 없고 프로그램은 예산(재원)과 직결됩니다. 지역 방송의 '킬러 콘텐츠'가 뉴스인데 뉴스를 만드는 보도국 1년 예산이 대하드라마 1회 제작비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모자랍니다. 예전에 방영된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의 경우 당시 3~4억원의 예산이었는데 그때 우리 보도국 (1년)예산이 2억 5,000만원이었습니다. 그래서 본사 회의에 가서 늘 “지역국 1년 예산이 <불멸의 이순신> 단 한편에 불과하다. 이게 말이 되느냐. 양적으로 두 배 늘리는 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항변할 정도였습니다.
지역성과 관련해서 전주총국이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은 2014년도 <KBS 국악한마당>을 본사에서는 당연히 안 뺏기기 위해 본사 제작진이 다 내려와야 했습니다. 만약 프로그램을 빼앗길 경우 해당 국장이나 간부들은 공공의 적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절대 내놓지 않으려 했는데 전주총국에서는 “여의도라는 인공 섬에 무슨 국악이냐,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세 바탕이 이상이 전북이다”면서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지역에서 제작해서 공영방송의 콘텐츠 공급 기지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앞으로 지역국이 살아가야 할 길”이란 논리로 맞서 본사와 지역총국이 갈등에 빠지게 됐습니다.
당시 너무 갈등이 치열해지다 보니까 나중에 사장께서 “격주로 제작하라”란 명령을 내려서 그 때부터 올해까지 12년째 이어오고 있는데 그 핵심에는 재원이 있습니다. 당시 그 재원을 충분히 만들었는데, 그 비결을 여기서 말할 순 없지만 이는 지역총국장(사장) 발탁과도 연관이 됩니다. 본사에서 내려오는 총국장들은 1~2년 임기를 마치고 가지만, 여기에 계신 분들 중 유능한 부장·국장들은 지역의 많은 재원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콘텐츠로 연결시키게 되는데 <국악한마당>은 그러한 결실로 볼 수 있습니다.
함윤호: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인 <패트롤 전북>이 월요일은 정치 토크, 화요일은 중소기업이 살아야 전북이 산다, 수요일은 한 주간의 이슈, 목요일은 패트롤 전북이 만난 사람, 금요일은 <함 앵커가 간다> 현장 취재로 한 주간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지역이 어렵습니다. 소멸 위기, 수도권과 지역의 차이 속에서 균형발전의 목소리를 우리 스스로가 내는 스피커 역할을 공영방송을 통해 내야하기에 더욱 그런 목소리를 강조하고 있는데 김진형 전 아나운서 부장님께서는 아침 방송인 <패트롤 전북>을 오랫동안 잘 이끌어 오셨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바통을 넘겨주셨는데, 지역성 측면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라디오 방송은 접하기가 쉽고, 소통이 쉽고,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어”
김진형: <패트롤 전북> 방송 시간은 아침 출근시간이다 보니까 도민들이 듣기 좋은 시간이어서 많은 걸 담아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공성과 공정성을 반드시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0년간 제작·진행을 해오면서 아이템이 생기면 지금의 지역 현안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했고, 여러 측면에서 검토를 했습니다. 가령 지역 신문들은 한 아이템을 가지고 여러 (사주의)입장이 있고 논조가 달라서 우리 보도국의 방향을 듣고 그리고 전문가에게 해당 분야를 충분히 검토하고 방송을 했습니다.
많은 고민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공공성과 전문성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아침에 각 지자체마다 <패트롤 전북>의 아이템을 홍보팀에서 보고한다고 들었습니다. 지역을 지키는 방송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 중에서도 TV보다는 라디오 방송은 접하기가 쉽고, 소통이 쉽고, 깊이 있게 다룰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라디오에 많은 매력을 느꼈고 그 라디오를 통해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김명성: (김 전 아나운서 부장께서)20여년간 (패트롤 전북을)진행하는 과정을 그 당시 취재 현장에서 그리고 보도국 부장과 국장을 하면서 지켜보았는데, 저 프로그램(패트롤 전북)을 보도국으로 가져올 수 없을까하며 늘 호시탐탐 보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너무 방송을 잘 하시고 중요한 현안을 직접 가지고 보도국에 오셔서 의문 나는 관점을 필터링하는 걸 도왔던 기억도 납니다.
당시 보도국과 아나운서부의 보이지 않는 협업 체제가 잘 되었습니다. 당시 저도 늘 (후배)기자들에게 “여러분들이 <패트롤 전북>에 출연해서 라이브 방송, 말 공장의 방송 훈련장으로 삼을 것”을 많이 주문하고 강조했습니다. 그때 열심히 출연한 사람들은 유능한 방송인이 됐고 그때 출연을 안 했던 사람들은 아주 무능한 기자가 되었습니다.(웃음)
김진형: 제가 한 말씀 더 드리면 신문사의 기자들이 저를 많이 도와주셨는데, 당시 방송에 출연하셨던 분들은 성장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 지역성에 대해 말씀을 나누고 있는데 안타까운 부분은 전에 로컬 타임 자체가 줄었습니다. 즉 로컬 비율이 많이 줄어서 지역 방송의 생존 문제를 고민해 왔는데 지금도 지역총국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로컬 비율에 대한 고민을 후배들께서 좀 더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함윤호: 바로 그 부분도 인력과 예산이 관련돼 있기 때문에 줄이고 싶어서 줄인 게 아니라는 말씀 드립니다. 있는 프로그램도 잘 지켜야 되고 더 열심히 달려가야 하는 현실입니다. 박주현 대표님께서는 오래 전에 출연하고 최근까지 출연해 주셨는데 3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K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패트롤 전북>을 어떤 측면에서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으신지, 내지는 도민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좋겠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금은 쌍방향 저널리즘·프로슈머 시대...다양한 참여 방안 위해 더 많은 고민·노력 필요”
박주현: 잘 알다시피 미디어 환경이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디어 발달 역사를 4단계로 구분하는데 KBS 역사에서도 이러한 발달 과정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터넷 미디어 시대에 들어서 과거 일방향(one way 저널리즘이 쌍방향(two way) 저널리즘으로 변화되고 소셜 미디어 환경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들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뉴스 수용자로 치부됐던 뉴스 이용자들이 뉴스 생산자로 변했습니다. 이른바 프로듀서(producer, 생산자)와 컨슈머(consumer, 소비자)를 따로 구분했던 것이 이젠 프로슈머(prosumer, 생산 참여 소비자)라고 부를 정도인데, 미디어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개인이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 채널을 갖추어 이른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참여함으로써 다채널 다매체 시대를 맞고 있는 환경 속에서 <패트롤 전북>이 그동안 수십년 동안 진행돼 온 역사를 다시 한 번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언론학 박사이신 함 앵커께서 잘 이끌고 있고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전국 대상'에서 두 번이나 수상한 경험이 있는데 그럼에도 앞으로 이러한 쌍방향 저널리즘 시대에 소셜 미디어와 어떻게 연계해 나갈 것인지, 뉴스 이용자들을 어떻게 더 많이 참여하게 할 것인지를 더욱 고민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동안 진행해 온 ‘함 앵커가 간다’는 뉴스 이용자들에게 더 깊숙이 다가가는 진화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프로슈머 시대에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함윤호: 부족한데 칭찬을 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웃음)
김명성: 저는 '멍석토론'이나 재래시장, 대학가 현장에서 벌이는 '공론의 장'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특집을 통해 함 앵커께서 진행하셨는데 살아 있는 공론장이라고 할 만 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것들이 도민들에게 더 많은 사랑, 신뢰 그리고 최고의 믿음 주는 정보를 접하는 채널이 되도록 해야 하겠고, 아울러 비예산으로 쌍방향을 강화하기 위해 본사에서는 11만명의 패널을 구축해서 회신 등을 받아 프로그램을 개편합니다. <패트롤 전북>도 1,000명 정도 패널을 확보해서 그분들에게 현안을 제공하고 SNS 상에서 활용한다면 더욱 다양한 접근과 소통이 이뤄지리라고 봅니다. 가령 하계 올림픽 유치에 관해서도 이를 활용한다면 관변성 논란(의제)에 그치지 않고 더욱 더 파워풀한 의제가 될 것입니다.
함윤호: 도민들에게 더 깊숙이 다가가 의견을 청취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김진형 전 부장님께서는 라디오 PD가 없는 지역국의 현실 속에서 아나운서가 작가 및 다른 스태프들과 함께 제작하고 진행하는 데 객관적이고 공정한 패널을 어떻게 모실 것인지 고민이 컸을 것입니다. 전문가 분들을 모시기가 어렵다는 얘깁니다. 여기 계신 박주현 대표님도 목요일 ‘지역 언론 돋보기’ 코너에 모시기 위해 작가님과 직접 대학에까지 찾아갔던 적이 있습니다만, 어떻게 하면 훌륭한 연사들을 모셔야 할지 늘 고민인데,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요?
“방송인은 전달할 의무가, 공무원은 설명해야 할 의무가, 도민들은 들어야 할 권리가 있다”
김진형: 직접 찾아가는 방법도 좋습니다. 진정성 있게 설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분이 이 아이템에 맞는지 충분히 공부하고 그분이 맞다 싶으면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게 중요합니다. 제가 겪은 바로는 공무원들은 특히 방송에 아이템으로 선정되고 마이크를 타야(방송 출연) 할 경우 공포감을 나타냅니다. 정책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고 하면 어떻게든 안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카드를 공무원들에게 제시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섭외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방송인은) 전달할 의무가 있고, 당신은(공무원은) 이걸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도민들께서는 이걸 들어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방송을 해주셔야 되지 저 개인과 담당자와의 얘기가 아닙니다.“
이렇게 하면 다들 참여를 해주셨는데 진정성 있는 설득이 중요합니다. 또 저는 가장 기억에 남는 전화 한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떤 지역 교육장께서 초등학교 우열반을 만들어서 영재교육을 시키겠다는 아이템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방송을 하면서 말미에 ”교육의 최종 목표는 전인교육인데 그것과 상충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라고 질문을 했더니 그분이 굉장히 당황해 하셨습니다. 당시 그분은 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질문에 당황하면서 방송을 끝내야 했습니다.
그날 방송이 끝나자 어떤 나이든 분이 전화로 ”초등학교 교장이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제까지는 자신이 방송을 짜고 친 방송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방송 마지막 질문 하나에 모든 것이 다 오해였고, 앞으로는 방송에 대해서 신뢰하겠다. 오늘 방송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분의 그때 전화가 오랫동안 방송을 지키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함윤호: 저도 한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어느 장례식장 화장실에서 만난 어르신께서 ”함윤호 아나운서 방송 유심히 보고 있어요“라는 말에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물음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주현 대표님은 출연자이시고 언론인이신데 KBS전주방송총국은 전국 9개 총국 가운데 지역국이 없이 전북특별자치도에 1개 총국밖에 없습니다. 수신료 내시는 시청자로서 강하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농촌 소멸, 지역 위기 등 의제로 보도하면서 정작 해당 지역을 사각지대로 방치한 게 아니냐는 지적 받을 만“
박주현: 광역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총국 하나 밖에 없는 전주인데 그동안 남원과 군산지역 방송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사업과 보도기능이 지나치게 전주 중심이라는 소릴 듣게 됐습니다. 조금 더 확장한다 하더라도 전주·군산·익산 중심이라는 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가뜩이나 농촌 소멸, 지역 위기를 의제로 보도하고 있음에도 정작 해당 지역을 사각지대로 (스스로)방치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반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차제에 공영방송은 정권이 바뀌면 늘 선거의 전리품이란 소릴 들어 왔지만 방송3법이 개정됨으로써 본사뿐만 아니라 지역총국의 체제도 도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도민이 주인이 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해보게 됩니다. 그동안 느슨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공정성과 지역성 외에 무너진 신뢰성을 다시 쌓아나가야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함윤호: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을 제2의 고향, 친정집이라고 하는데 김진형 전 아나운서 부장님께서는 이곳이 바로 그런 곳일 텐데 후배들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김진형: 다시 이 자리에 앉고 보니 지난날 방송을 잘 했었는가 하는 반성이 우선 되구요. 지금 후배들께서 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낍니다. 방송 환경이 아무리 변했다 하더라도 KBS고, 1라디오고, <패트롤 전북>입니다. 그것만 진심으로 지켜주시면 됩니다. 기대하겠습니다.
함윤호: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명성 전 보도국장께서는 (후배들에게)어떤 말씀을 해주실까요?
”도민들에게 실시간으로 나눠줘야 한다는 사실, 잊어서는 안 돼“
김명성: 앞서 고사동과 금암동에 이어 효자동 시대에 이르기까지 KBS전주총국 역사를 말했는데 효자동, 지금 이곳은 전체가 9,200평입니다. 그리고 전국 (지역총국)평균은 5,500평입니다. 즉 뭐냐면 약 4,000평은 있어서는 안 될 땅입니다. 그래서 (사옥)이전 당시 (본사)이사회에서 4,000평을 떼 내서 파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전주총국 전 직원이 아이디어를 짜내어 "도민의 놀이터 또는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제보하는 도민의 신문고, 그리고 도민들의 교양 강좌 장소 등으로 나머지 4,000평을 활용하자"고 제안해서 지켜냈습니다. 따라서 도민들에게 실시간으로 나눠줘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함윤호: 그렇습니다. 나눠드리는 것 이상으로 항상 열려 있는 공영방송으로서 도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박주현 대표님께서 짧게 정리해 주시죠?
박주현: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특히 KBS전주총국의 전설적인 두 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고 도민의, 도민을 위한, 도민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송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함윤호: 87년 전인 1938년 10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가 방송이 걸어온 길을 2025년 9월 3일, 4일, 5일 3일 간에 거쳐서 방송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내일은 <함 앵커가 간다>를 통해 직접 KBS차를 타고 이리 남중동에서 전주 고사동, 금암동, 효자동에까지 온 발자취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세 분의 역사 속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리=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