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전 세계 똘똘 뭉쳐 '이건 잘못됐다'고 하지 않는 한 원상복귀 매우 어려운 상황"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지난 7월 31일 상호 관세는 15%, 투자액은 3,500억 달러. 그리고 시장 개방에 있어서 쌀과 쇠고기는 지키는 정도로 타결됐다. 이에 대해 우리 협상팀이 선방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말이 갈리는 부분도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번 관세 협상에 대해 평가해 보고자 지난 4일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대미 투자에 대해서는 우리가 상당히 선방했다고 판단"
- 지난 7월 31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됐잖아요. 먼저 총평 부탁드려요.
“저는 상당히 선방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그런 평가를 하기 위한 기준이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미국이 해온 요구를 보면 이번 관세로 미국이 얻고자 하는 게 네 가지였다고 생각해요. 시장 개방과 대미 투자 그리고 미국 물품의 구매 마지막으로 안보 관련 이해를 관찰하는 거죠.
일단 첫 번째 시장 개방은 우리가 굉장히 성공적으로 막았죠. 물론 농축산물 시장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만 김용범 실장 말에 의하면 시장 개방을 막은 건 맞고요, 두 번째, 제일 중요한 게 대미 투자 분야인데 대미 투자의 수준에서 우리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평가하는 기준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야죠. 우리가 미국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제1의 국가가 일본이잖아요. 일본과 비교를 했을 때 우리가 상당히 선방했어요. 일단 투자액을 보면 일본이 5,500억을 투자한 거고 한국은 3,500억인데 이 중에는 1,500억이 조선업 투자예요. 그래서 우리는 일본식으로 따지면 2천억 정도 투자하게 된 거거든요. 근데 일본이 한국보다 경제 규모로 따지면 한 2.5배 정도 됩니다. 일본 투자액을 경제규모로 한국에 적용하면 2,100억 정도 되요.
선방했다고 말씀 드리는 게 미국이 한국에 요구한 게 경제 규모에 따른 투자가 아니라 무역 흑자 규모에 따른 투자예요. 작년 같은 경우 한국이 대미 무역 흑자가 660억 달러고 일본은 685억 달러거든요. 25억 달러밖에 차이가 안 나요. 그래서 협상 과정에 언론에 나온 걸 보면 한국에 4천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요구했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무역 흑자 규모가 아닌, 그냥 경제 규모 측면에서 2천억 정도로 투자하게 된 거니까 대미 투자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리가 선방했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미국산 물품 구매가 일본이나 유럽은 다 있었어요. 근데 우리는 그 내용이 빠졌어요. 물론 앞으로 정상회담까지 가는 길에 이걸 요구해 올 가능성이 크고 정상회담에서 발표했을 수도 있어요. 근데 현재로서는 없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안보 이해 같은 경우에도 처음에 이걸 같이 얘기할 수 있다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안보 이해를 같이 넣으면 우리가 그만큼 불리합니다. 근데 이번에는 안보 관련 요구 없었다는 것도 우리가 선방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 왜 안보와 관련된 게 없었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건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미 동맹 관련된 방위비 분담 문제, 국방비 문제, 연합 훈련 전략 자산 전개 비용 문제 그리고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문제, 동맹의 현대화 같은 걸 요구될 가능성이 있죠.”
- 일본, EU와 같은 15%예요.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25%를 올리려는 것보다 협상용 아니었을까요? 처음부터 15% 말하면 협상에서 깎일 수 있으니 먼저 25% 불렀을 수도 았을 것 같은데.
“그건 트럼프의 협상술이죠. 이번에도 스위스 같은 경우 31% 했다가 갑자기 39%로 올렸죠. 마음대로 자기가 오르락내리락하니까 당연히 트럼프는 거래하는 사람 입장에서 큰 액수를 부르고 그걸 활용해서 압박을 가하는 거죠. 그러니까 관세라는 걸 트럼프가 어떻게 사용하냐면 이것은 아까 말씀드린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와 또 안보적 이해를 관찰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퍼센티지는 순전히 매우 자의적인 숫자로 부르고 있는 거죠.”
"트럼프, 한국 조선업은 능력 있고 한국만이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
- '마스가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 마음을 옮겼다는 평가도 있던데.
“정확해요. 트럼프를 상대하려면 트럼프가 자신의 머릿속에 갖고 있는 의제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는 게 중요하죠.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서 경제와 안보에 갖고 있는 똑같은 얘기를 계속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이 조선업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어요. 지난번에 자기 당선되고 나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이 처음에 통화할 때 조선업 얘기 했잖아요. 그 얘기 했다는 건 트럼프가 조선업에 대해 한국이 그만큼 능력이 있고 한국만이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거고요.
일본도 5,500억 달러의 투자 중에 조선업 협력이 있는데 그것은 조선업 단순히 투자지 우리같이 미국 조선업의 생태계를 다시 복원시켜 줘서 미국이 조선업할 수 있게 다 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에요. 일본은 그럴 만한 능력이 되질 않아요. 전 세계에서 미국의 망가진 조선업을 유일하게 보존해 주고 발전시키고 상쇄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는 걸 굉장히 잘 정리해서 얘기한 것이 가장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 투자 부분에서 한국과 미국 말이 다른 거 같거든요.
“그건 다 마찬가지예요. 투자 액수에 대해 미국은 이것을 자신들이 다 통제할 수 있는 돈이고 자신들에 온전히 넘어오는 돈이기 때문에 한국은 돈만 대고 미국이 그것을 다 알아서 쓴다는 거고요. 그래서 나오는 이득의 90%는 미국 한국이 가지고 가고 10%는 한국이 가지고 간다고 얘기하는데 세상에 어떤 투자가 그런 게 있습니까? 말이 안 되는 얘기인 거고요. 그래서 한국의 우리 공식 입장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기본적인 투자액과 더불어서 대출과 보증을 다 포함한 액수다’라는 거죠. 직접 투자액은 한국은 밝히지 않았는데 일본 같은 경우 1에서 2% 정도로 5,500억 달러 중에 55억 달러 정도밖에 안 된다는 식으로 얘기 해요.
한국도 비슷한 입장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앞으로 직접 투자가 진짜로 투자가 진행이 될 경우에 그 부분을 확인해야겠죠. 그런데 당연히 투자처는 미국이 적정한 투자처를 찾아오는 것이 맞고 그러면 한국이 무조건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투자의 효용성을 판단할 거 아닙니까? 그래서 필요하면 일부 투자가 되고 아니면 우리 기업이 하는 것에 보증 실어주고 대출 해주고 그런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맞겠죠.
근데 문제는 원래 서로 얘기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장시간 협상을 해서 자세한 협상문 만들고 양국이 서로 부딪혔을 때 누가 중재하는지 법적인 조항도 다 포함시켜야 하는데, 이번에 트럼프가 하는 걸 보면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의도적으로 그런 걸 안 하는 거죠.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얘기거든요. 그래서 일본 같은 경우 분기별로 이 투자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미국이 판단해서 만약에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다시금 25% 관세로 회귀하겠다고 얘기 하고 있죠. 쉽게 말해서 약장사 마음대로 하겠다는 거죠.”
- 그래서 구두 합의만 한 건가요?
“그런 거죠. 아예 합의문 자체가 없는 거지 않습니까? 영국은 합의문이 있지만, 영국을 빼고는 나머지 국가들은 그냥 트럼프가 X(구 트위터)에 올려버린 거예요. 지금 전무후무한 걸 보고 있는 거죠.”
- 그러면 한미FTA는 파기된 걸까요?
“파기 되지는 않았죠. 왜냐하면 파기되려면 일방이 이건 파기라고 선언하는데 한국이나 미국이 파기를 선언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사실상 무시된 거죠.”
- 어떻게 되는 건가요?
“트럼프 마음대로 되는 거잖아요. 이게 문제가 나중에 트럼프가 물러나고 나서 혹시 민주당이 다시 들어온다 하더라도 쉽게 다시 FTA로 돌아가지 못해요. 이미 상호 관세라는 게 이상하게 부과가 됐으면 이게 연속성이 있고 이것이 자신들의 동력을 갖고 가게 돼요. 그래서 전 세계가 똘똘 뭉쳐서 이거 잘못됐다고 해서 다시 그럼 원상으로 하자라고 하지 않는 한 이것이 다시 복귀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쌀 시장 개방 안 된 건데도 트럼프, 쌀 시장 얘기 하는 건 계속 압박해서 뭔가 더 받아내려는 것"
- 이번 협상에서 교수님이 관심 있게 보신 부분은 뭘까요?
“쌀과 소고기 부분이죠. 처음부터 미국은 우리가 쌀 시장을 개방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협상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쌀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쿼터제를 운영하죠. 일본은 연간 77만 톤이고 한국은 연간 41만 톤 정도 돼요. 이게 연간 고정된 거거든요. 그러나 일본 같은 경우 특별하게 어떤 국가에 쿼터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연간 77만 톤의 그 범위 내에서 미국산을 더 사면 됩니다. 근데 한국은 5개 국가의 국가별 할당이 돼 있어요. 이게 우리가 결정한 게 아니라 WTO 협상에서 다 결정된 거거든요. 그래서 만약 이 쿼터를 바꾸려면 다른 국가의 쿼터를 줄여야 돼요. 미국에 더 수출하려면 다른 국가에 덜 수출하도록 해야 되는데 다른 국가가 그걸 어떻게 동의하겠어요?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변경이 불가능한 거거든요. 또 쌀 시장은 한국에 매우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미국은 한국이 양보할 수 없다는 걸 매우 잘 알면서도 일종의 협상용으로 쌀 시장을 활용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쌀 시장이 개방이 안 된 건데도 트럼프가 쌀 시장 얘기 하는 건 계속해서 이걸 갖고 압박해서 뭔가 더 받아내려고 한다는 생각이고요.
또 하나 우리 입장에서 되게 잘 된 거지만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 게 소고기예요. 왜냐하면 소고기 같은 경우 30개월령이 걸려 있잖아요. 전 세계에서 30개월 이상 소고기를 수입하지 않는 국가가 한국과 그리고 러시아와 벨라루스예요.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미국의 적성국이잖아요. 미국의 동맹국 중에 30개월 이상을 수입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어서 저는 이 부분은 우리가 양보해야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 했는데 성공적으로 막았죠. 아마도 막을 수 있었던 게 작년 기준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아마 협상 ‘30개월 안에도 우리가 제일 많이 수입하는데 됐지 않느냐’라는 식의 명분을 쌓을 수 있었겠죠.”
-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다 개방한 것처럼 이야기했잖아요.
“맞습니다. 그러나, 진위여부를 떠나서 우리는 성공적으로 방어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거 아니라고 너무 반박할 필요도 없어요. 왜냐하면 트럼프도 나름대로 자기가 협상 잘했다는 걸 자기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되는 거잖아요. 근데 우리가 계속 ‘야 이거 아니야’라고 주장하면 이게 또 하나의 논란거리가 돼요. 우리는 그냥 조용히 있으면 될 것 같아요.”
- 아쉬운 건 자동차 부분인 것 같아요.
“2.5%면 아쉬움이 있죠. 왜냐하면 가격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분야이기 때문에 자동차의 2.5%는 제가 계산해 봤더니 중형차 기준으로 한 500~1,000불 차이 나더라고요. 미국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500~1,000불은 매우 큰 돈이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이게 가격 경쟁이 약해질 수 있죠. 그렇지만 제가 말씀드린 것은 현대차 기아차가 좀 더 혁신해야겠죠. 그래서 가격을 올리지 않고 흡수하는 방법으로 가야 될 겁니다. 저는 가능하다고 봐요.”
"방위비 분담, 여전히 유효...정상회담서 논의 여지”
- 관세 협상 타결하면서 발표된 게 2주 뒤 한미 정상회담 할 거라고 했죠.
“너무 트럼프의 말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 없어요. 트럼프가 2주라고 얘기한 건 맞긴 한데 보통은 정상회담이 그렇게 빨리 준비 안 됩니다. 원래 정상회담은 최소한 3~6개월 전에 준비해야 되고 특히 정상들의 만남을 위해서는 많은 실무 접촉이 필요하고 또 공동 성명 내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협상도 많이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2주라는 시간은 거의 불가능한 시간이에요. 그런데도 8월 25일 얘기 나오더라고요.
어쨌든 중요한 건 이 기간이 뒤로 갈수록 우리가 나쁘진 않아요. 왜냐하면 새 정부 출범해서 시간도 없었던 상황이니까 잘 준비하고 미국 측과도 실무 협상해 가면 되는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 걱정은 많이 됩니다.”
- 어떤게요?
“아까 얘기한 것처럼 두 가지가 빠졌어요. 대미 투자와 안보죠. 다른 국가는 보잉 등을 산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런 얘기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그거 요구해 올 가능성이 있고요, 또 하나는 안보 의제죠. 아까 말한 방위비 분담은 여전히 유효해요. 그리고 가장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건 중국 견제 어떻게 할 거냐는 걸 벌써 물어오고 있어요. 그런 문제들이 앞으로 정상회담에서 논의가 될 여지가 있죠.”
-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이번이 매우 중요해요. 결국 우리 새 정부 들어서서 첫 정상회담이고 또 트럼프라는 인물은 워낙 지도자와의 관계를 중시하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와 잘 만나서 기본적인 신뢰를 잘 회복해 신뢰 구축하는 게 중요하겠죠.”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