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생각이 '도시의 목소리'가 될 때까지
[도시 이야기(1)] 다시 연재를 시작하며
'도시 이야기' 1년 전의 시작
30년 가까이 미디어와 함께 해왔지만, 여전히 나는 마이크 앞에 서면 가슴이 뛰고 울렁거린다. 진행자 대신 제작자의 길을 택한 것도 아마 그 울렁증과 연관이 있었을 것이다. 울렁증에도 불구하고 도시 이야기를 시작한 걸 보면 간절함이 두려움보다 컸던 모양이다. 지난 10여 년간 내가 이야기해 왔던 것은 ‘우리가 이렇게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며 미래를 준비하고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바람을 제대로 다루는 미디어가 없었고, 직접 글을 써도 답답함은 커져갔다. 이런 고민의 결론이 ‘도시이야기 (제작)를 시작하자’로 이어진 것이다.
여러 장치를 두고 보완하려 했다. 나를 대신해 이야기를 끌어줄 주진행자를 두고 보조진행자로서 참여하고 제작자로서 임하기로 한 것도 그중 하나다. 직접 이야기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묻고 담아보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접근은 유효했다. 요즘 자주 쓰는 표현이 이것이다. 한 사람의 생각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여럿이 나누면 우리의 생각이 되고, 수많은 이야기가 모이면 도시의 생각이 된다는 믿음이 저의 솔직한 심정이자 출발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고민은 다시 이어진다. 처음엔 매 방송을 기사로 남겨보겠다는 욕심도 부렸다. 하지만 전업 방송인이 아닌 아마추어로서, 일주일에 한 시간 방송을 만드는 것은 매우 바쁜 일이었다. 섭외, 조율, 대본 작성, 녹화, 편집까지 모두 내 몫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요즘과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 도시 이야기와 같이 다소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얼마나 듣는다고.....‘, ’다 떠나서 도무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현실에 대한 답답함으로 늘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현실에의 반영을 염두에 두고 의식하거나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도시 이야기 같은 것 대신에 그냥 자전거 이야기나 나누는 게 낫지 않을까?‘와 같은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 뒤섞인 채 오가기도 한다. 이 고민은 아마도 이후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과 미국 아이오와 '스톰 레이크 타임스'가 주었던 영감
전주를 세상의 중심에 두고 해석하는 일은 도시 이야기에 출연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문한 질문이었고 바람이었다. 이런 바람이 실제가 되곤 하는 경우 때때로 마법처럼 느껴진다. 전혀 상상치 못했던 상상력의 확장으로 내게 돌아오곤 하는 경우다.(관련 방송보기 : 세상의 중심은 전주 (1회방송))
가령 ’도시민들이 한판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 왜 우리에겐 없을까?‘라는 질문과 회의적 시선을 가지고 있던 터에 ’온 세계에서 몰려온 사람들과 에든버러의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지는 기나긴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진 프린지 축제‘에 관한 이야기가 귀와 상상력을 열게 한 경우다. 이런 상상력은 과거의 전주 난장에 대해 프린지 축제와 연결된 고리로 작동하기도 하였다. ‘맞아 난장이 펼쳐진 기린대로엔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자체가 흥미로운 경험이었지~’라는 추임새로 이어지는 이야기 전개가 가능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관련 방송보기 : 시민이 만드는 세계인의 축제 '애딘버러 프린지페스티벌)
한편 ‘왜 우리들 삶과는 직접적 연관 관계가 떨어지는 서울이나 뉴욕 소식에 길들여져 있고 목말라할까? 이렇게 왜곡된 미디어들 속에서 정작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미디어는 없을까?’라는 물음표를 가지곤 했다.
이런 방송을 준비하다가 찾아진 다음과 같은 사례가 나를 흥분시키기도 했다. 미국 아이오와 지역의 농업회사와 지방정부가 유착해 피해를 입힌 수질오염 관련 비자금 사건을 파헤친 지역미디어 스톰 레이크 타임스의 경우가 해당한다. 이 매체는 이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 했는데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지역의 작은 매체가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반증이었다.(관련 방송 보기 : “주민들이 만들고 삶을 담아내는 미디어를 응원합니다”(고영준 활동가))
또한 이런 경우도 있다. 반복해서 실패하는 우리들의 문제는 무엇일까?에 관한 문제인데 대체로 지적되는 부분이 ‘변화를 너무 쉽게 하려 한다’와 같은 지적과 ‘변화와 혁신에서의 다이내믹한 역동성에서의 혼동’을 지적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유행처럼 번졌던 '재래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처럼 섣부른 모방이 실패로 이어지는 이유가 확인된다고 할까?
다시 1년, 그리고 또 다시 이어질 1년, 1년을 약속하며...
도시 이야기에서 출연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른 주제였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지만 하나의 결론으로 연결된다.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며, 시민이 주체적인 역할을 할 때 비로소 도시의 방향성이 빛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많은 도시들의 위기에서의 해법은 시민들이 공론을 통해 변화를 선택한 것이라는 점이 확인된다. 방송에 출연한 여러 사람들의 주문이자, 제작자로서 강조했듯이 쉽지 않은 ‘공론의 과정’이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잃지 않고 정리해가고자 한다.
우리 사회, 우리의 풍토가 변화에 관한 진지한 모색과 변화에 필요한 결단에 이르기까지의 진중하고 무게 있는 토론의 부재는 지속적으로 여러 사람들에 의해 지적된 과제라고도 할 수 있다. 어설프게 성공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이룬 경험을 베껴다 쓰는 접근을 벗어나 우리가 배워야 할 성공 속에 담긴 깊은 철학적 성찰과 재구성이 필요하다.
도전하기는 쉬우나 누구나 도전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론을 통해 합의하지 않은 변화란 없었다는 점에 대한 확신을 통해 공론의 장이 만들어지길 소망하며 그 여정에 조금이나마 일조하고자 하는 소명 아래 이야기를 담아갈 계획임을 밝힌다. 우리가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도시의 주인인 시민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가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에 이 '도시이야기'가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임을 약속한다.
앞으로의 연재에서는 회차를 넘나들며 2회차 연재기사의 제목 '자유와 개방성, 미래도시의 조건'과 같은 식으로 주제를 다루게 될 예정이며 한달에 2~3회씩 연재할 예정이다.
/김길중 시민기자(한의사·자전거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