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회 윤리특위, 박용근 의원 '출석정지 30일' 의결…”무늬만 징계", "제 식구 감싸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비판 쏟아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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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특별자치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가 '30억원대 사업 강요 의혹'에 휩싸인 박용근(장수) 도의원에게 '공개 경고'와 '출석정지 30일'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 도민들과 공직사회는 ‘무늬만 징계일 뿐, 제 식구 감싸기가 여전하다’며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역 언론들도 “'제명'을 단행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에 비해 가벼운 처분”이라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란 비판적 보도를 잇따라 내보냈다. 박 의원에 대한 출석정지 결정은 25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예정이지만 민주당 중앙당의 '제명' 결정과 차가운 외부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도의회가 ‘뒤늦은 제 식구 감싸기'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전북도의회 윤리특위, 박용근 의원에 ‘출석정지 30일’ 의결…
민주당 중앙당의 ‘제명’과 ‘온도차’ 큰 이유는?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윤리특위(위원장 강동화)는 24일 '제420회 임시회 윤리특별위원회 제1차 회의'를 열고 박 의원에 대해 '공개 사과'와 '출석정지 30일'의 징계를 결정했다. 지방자치법상 지방의원 징계는 공개 경고, 공개 사과, 출석정지 30일, 제명 등 4단계로 나눈다.
이날 도의회 윤리특위는 윤리자문위원회(윤리자문위)로부터 올라온 박 의원에 대한 의원 징계 요구의 건을 처리하고 25일 열리는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말 도청 공무원들을 여러 차례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업자 앞에서 예산 30억여원이 투입되는 전력 절감 시스템 'FECO' 도입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박 의원을 '제명' 조치했다. 그러나 도의회 윤리특위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윤리자문위 의견을 존중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도의회 본회의에 상정,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지만 현재 도의회 분위기대로라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표결에 앞서 윤리특위 징계 요구안이 너무 미약하거나 출석정지가 이뤄지더라도 이 기간에는 의회가 열리지 않고 9월 5일에 다음 회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출석정지 30일'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징계라는 지적이 곧바로 나왔다. 특히 박 의원에 대한 자체 징계가 민주당 중앙당의 제명 결정과 외부 여론은 의식하지 않은 채 같은 민주당 일색인 도의회가 '제 식구 감싸기'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도의회 윤리특위 회의에는 총 8명의 의원 중 6명이 참석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박 의원에 대해 출석정지 중 최장인 '30일 출석정지'와 '공개 경고'안에 동의하고, 일부 의원은 과도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앞선 17일 "박 의원의 '30억 원대 사업 강요 의혹'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제명했다"고 통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말 발생 사안, 도의회 ‘자체 조사 권한 없다'며 차일피일 미루다
뒤늦은 자체 징계 결정…'싸늘한 시선'
더구나 민주당 소속 의원이 대부분인 전북도의회 윤리특위가 이보다 낮은 징계 수위를 택해 중앙당의 결정에 반발한 모양새가 됐을 뿐 아니라 그동안 지나치게 눈치를 봐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박 의원은 지난해 말 도청 공무원들을 여러 차례 자신의 사무실로 부른 뒤 업자가 보는 앞에서 예산 30억여원이 들어가는 전력 절감 시스템 'FECO' 도입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공직사회가 술렁거렸다.
특히 해당 공무원들은 “FECO보다 태양광 시설 설치가 전력 절감에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냈으나 박 의원은 이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 시 예산 삭감과 각종 자료 요구 등 불이익을 운운했다”고 토로해 공분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사업 청탁 의혹 프레임을 씌워 부정적 여론을 호도하려는 보이지 않는 세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부인해왔지만, 이 같은 논란이 장기간 이어졌음에도 도의회는 '자체 조사 권한이 없다'며 공을 민주당에 넘겼다.
그러면서 비위 의혹이 제기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당에서 제명 결정이 나오자 뒤늦게 징계 절차를 밟기로 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자초한 셈이 됐다. 이에 대해 도의회 윤리특위는 “윤리자문위의 의견을 존중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며 핑계를 둘댔다. 윤리자문위는 도의원들이 동료 의원을 직접 징계하는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외부 인사로 구성된 자문기구다.
이와 관련 강동화 도의회 윤리특위 위원장은 이날 언론과 인터뷰에서 “의회는 윤리행동강령 위반에 대한 판정을 하기 때문에 민주당 중앙당하고 도의회 윤리위하고는 약간 징계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강 위원장은 또 "자문위의 의견을 존중하기도 했지만, 박 의원을 중심으로 불거진 이번 의혹은 의혹만 있지 실체가 없다"고도 말했다.
공무원 노조 “최고 수준의 징계와 도의원들 부정 청탁 전면 조사 요구 '묵살'…
지방의회 반복된 '제 식구 감싸기'에 자정 능력 상실” 비판
그러나 전북특별자치도청 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은 박 의원에 대해 의회 제명을 촉구하는 뒤늦은 도의회 내부 조치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송상재 전북자치도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출석정지 징계는 제 식구 감싸기에 몰입한 행위”라며 “부정 청탁이나 이해관계 등을 전면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청렴성이나 공정성이 매우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며 “정치적 이해 관계에 얽매여서 자정 능력을 매우 심각하게 상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공무원노조 회원들은 이날 도의회 윤리특위 결정에 대해 “최고 수준의 징계와 도의원들의 부정 청탁에 대한 전면 조사 요구가 묵살됐다”며 “지방의회의 반복된 제 식구 감싸기에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성토했다.
이처럼 도의회 외부의 여론은 차가운데 중앙당의 결정보다 낮은 윤리특위 징계는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전주완산경찰서는 이 사건과 관련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박 의원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진술 등을 종합해봤을 때 강요죄 구성 요건에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며 "해당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 연말 업자를 대동하고 에너지절감 시스템 도입을 도청 공무원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반년여 만에 민주당이 박 의원을 당원에서 제명하면서 의원직 박탈 여론이 제기된 것에 비하면 낮은 수위의 자체 징계에다 불송치 결정까지 내려지자 민주당 일당 독점 구도의 지방의회 자성론을 넘어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 달 동안 의회 일정 없어, '징계 때문에 의사 일정 참여 못하는 일' 없을 것”...
희화적 상황 연출
전북도의회는 지난 14일 ‘전북자치도의회·전북자치도 청렴전북 구현 협약식’을 갖고 청렴의 가치를 공유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의정과 도정 활동에 임할 것을 다짐했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위원 선임을 놓고 자중지란을 일으키더니 이번엔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휘말린 양태를 보여준 때문이다.
더구나 도의회 안팎에선 “당장 다음주부터 한 달 동안 의회 일정이 없어 징계 때문에 박 의원이 의사 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어서 희화적 상황까지 연출한 셈이 됐다. 도의회가 임시회 마지막 날 출석정지를 의결하는 건 다음 회기가 9월에 열리기 때문에 의정 활동에 전혀 제약을 주지 않아 사실상 징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해도 너무 했다는 차가운 반응들이 도의회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를 바라본 도민들 사이에서도 “내부 비위와 일탈 등 엄중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지방의회의 '3류 정치'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있으나 마나 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