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고을 원님의 '청렴' 지켜주는 부인의 '소매자락 단도리'...'청풍양수'

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129)

2025-07-13     김용근 객원기자

지리산의 고을들 중에는 원님들의 청렴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 중 하나는 '청풍양수'이다. 청풍양수(淸風兩袖)라는 말은 양쪽 소매자락에 맑은 바람만 있다는 뜻으로 청렴결백한 관리를 이르는 말이다.

아랫 사람들이 윗사람이나 권력자에게 뇌물을 바치고자 할때 아무도 몰래 주어야 했음으로 두루마기 양쪽 소매자락에 뇌물을 숨겨 넣고 가서 꺼내 주었는데 청빈한 사람은 그 소매자락에 맑은 바람만 넣고 다닌다는 말이다. 그 이야기에 끈을 대고 있는 지리산 어느 고을 원님의 청풍양수 이야기는 이렇다.

가난한 선비로 살던 사람이 과거에 급제하여 원님으로 부임했다. 그 원님은 청렴하여 고을의 어떤 사람에게도 뇌물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상급자인 관찰사는 그 원님이 자신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은 것에 화가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원님이 거느리던 관솔 하나가 관찰사에게 전해주어야 할 고을 특산물을 착복했다가 발각되었다.

관찰사는 이를 구실로 원님이 고을 백성들을 착취하여 부를 축재하고 있다고 임금에게 처벌을 요하는 상소를 올렸다. 임금은 암행어사를 그 고을에 보내 진상을 조사해 보라고 했다. 암행어사가 고을 원님을 만났는데 원님의 두루마기 소매자락이 넓은 통이 아니라 팔에 딱붙은 소매자락 옷을 입고 있었다.

"사또의 옷 소매자락은 어찌하여 농부들 작업복 같이 팔에 딱달라 붙어 있습니까?"

"아~ 예 그것은 집안 형편이 곤란해서 옷감을 절약해야 한다는 옛날 습관이 남아 있어서 제 아내가 옷을 그렇게 지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옆에 있던 침모가 말을 거들었다.

"그것은 높은 사람들에게 옷소매에 뇌물을 숨겨 상납하지 말라는 안방마님의 원님 섬김의 생활때문입니다요. 그래서 저희 고을은 어느 누구도 원님을 찾아와 옷소매에서 뇌물을 꺼내 바친 자가 없습니다요."

암행어사는 임금에게 그 고을 원님의 사찰 결과문을 이렇게 올렸다고 한다.

"원님 옷소매에는 맑은 바람만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청풍양수'이다. 공직은 가족이 청렴공동체이어야 지속 가능해 지는 생활 유기체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