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유·초·중등교육 책임질 '교육감 자리', 어쩌다 대학 교수들 '전유물' 됐나?

토요 시론

2025-07-05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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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말한다. 이 말은 원래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管仲)이 ‘관자(管子)’라는 책에 쓴 ‘십년수목 백년수인(十年樹木 百年樹人)’에서 유래됐다. 그대로 직역하면 ‘나무를 키우는 데 10년이 걸리지만, 사람을 키우는 데는 100년이 걸린다’는 뜻이지만 사람을 기르고 인재를 양성하는 일은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를 지닌 이 말은 평생 혹은 100년 앞을 내다보며 계획을 세워야 할 만큼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그 후 세월이 무수히 흘렀지만 국가나 지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람을 기르고 미래를 준비하는 유아, 초등, 중등교육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 더 큰 울림으로 전해오고 있다. 그런데 전북지역에선 유·초·중등교육을 책임질 교육감 자리가 수십년째 대학 교수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며 선출제 이후 내리 당선되고 있지만 지역 교육의 발전과 성장보다는 퇴행과 추락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유·초·중등교육과 거리 멀고 경험 부족한 대학 교수들... 

1997년 이후 전북교육감 모두 당선, 4명 중 전북대 출신 3명이나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전경(사진=전북교육청 제공)

그도 그럴 것이 유·초·중등교육과 거리가 멀거나 경험이 부족한 대학 교수 출신들이 간선 또는 직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한 지난 1997년 이후 최근까지 줄곧 당선되고 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과 문제점이 오히려 심각해 보인다. 제12대 문용주 전 교육감 이후 지난달 대법원 최종 선고로 교육감직을 중도에 상실한 제19대 서거석 전 교육감에 이르기까지 모두 4명의 교육감이 교수 출신이다.

먼저 간선제로 선출된 문 전 교육감은 교사와 교수 경력을 함께 지닌 인물로 초대와 2대 전북교육위원회 교육위원으로 활동한 후 제12대와 제13대 전북교육감을 지냈다. 이어 직선제로 선출된 3명의 전북교육감은 모두 전북대학교 출신이란 점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들 중 2명은 재임 기간에 뇌물 수뢰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르자 도망을 다니다 8년 만에 구속됐거나, 선거 과정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까지 이어진 소송 끝에 낙마한 불명예를 기록했다.

특히 2006년 직선제 도입 이래 처음으로 당선된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은 전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제2대에 이어 제3대, 제4대 전북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다 2004년 8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제14대와 제15대 전북교육감에 당선돼 교육계 수장을 맡았다. 그러나 교육감 재직시 자신의 고향인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이 9홀에서 18홀로 확장하면서 교육청 소유인 인근 고등학교 부지를 골프장이 매입하는 과정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차례에 걸쳐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수사가 시작되자 도주해 무려 8년 2개월 만에 검찰 수사관들에 의해 붙잡혔다. 그는 가명과 차명을 써가며 인천 등에서 생활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파장이 컸다. 당시 도민들에게 안겨준 충격과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최규호 직선제 초대 전북교육감, ‘뇌물 수뢰’ 혐의 수사 중 '도피'…

8년 만에 붙잡혀 10년 중형, 따가운 시선

MBC 2019년 10월 31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오랜 도피 생활 끝에 붙잡힌 그는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재판 끝에 2019년에야 최종 선고를 받았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사기, 주민등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전 교육감의 상고를 기각하고 대법원은 징역 10년의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뇌물 수뢰 후 8년간 도피 생활을 했던 최 전 교육감이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한동안 전국의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을 뿐 아니라 그의 도피에 도움을 준 혐의로 기소됐던 동생 최규성 전 국회의원이자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크게 주목을 받았다.

특히 최 전 교육감은 도피 중 병원 치료와 주식투자, 각종 취미, 미용시술 등에 매달 700만원 이상을 써가며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거센 공분을 샀다. 당시 전북교육의 위상이 나락으로 추락한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뒤이어 당선된 김승환 전 교육감은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제16대에 이어 17대와 18대까지 내리 3선 성공의 기록을 세웠다. 김 전 교육감은 재직시 교육계에 많은 변화를 시도했지만 12년의 임기 동안 적지 않은 법적 다툼을 벌이며 곤욕을 치렀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4차례에 걸쳐 근무평정에서 인사담당자들로 하여금 특정 공무원의 승진후보자 순위를 올리도록 순위와 점수를 정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교육감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어진 상고심에서도 공무원 인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로 기소된 김 전 교육감에게 대법원은 원심의 벌금 1,000만원 선고를 확정했다. 다행히 금고나 징역 등 자유형은 피해 교육감직은 유지하게 됐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이밖에 김 전 교육감은 상산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취소 문제로 학부모들로부터 직권 남용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되는 등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전북대 총장 출신 서거석 전 교육감, 대법원까지 긴 법적 다툼 끝 ‘낙마’…

전북교육 위상·신뢰 ‘추락’

서거석 전 전북교육감(사진=전북교육청 제공)

이어 같은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인 서거석 전 교육감은 전북대 15대와 16대 총장을 지낸 인물로 전북교육감 선거에 뛰어들어 제19대 교육감에 당선됐지만 선거 기간에 상대 후보 교수가 제기한 '동료 교수 폭행 의혹'에 대해 방송 토론회나 SNS에 "어떤 폭력도 없었다"며 부인했지만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적용돼 기소됐다. 이로 인해 선거가 끝나고도 임기 대부분을 수사와 재판을 통해 규명해야만 했던 그는 결국 대법원까지 이어진 법적 다툼 끝에 교육감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도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서 전 교육감은 대법원까지 이어진 긴 재판 과정에서 자신은 물론 전북교육의 위상과 신뢰가 동반 추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무엇보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진실공방을 가리기 위해 임기를 시작한 이후 모두 22회의 재판을 받으며 1심 첫 공판부터 대법원 선고까지 무려 2년 5개월이 걸렸다. 물론 이 기간 내내 따가운 시선과 좋지 않은 입길에 오르내린 것은 물론 교육 및 시민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과 함께 사퇴 요구를 받았다.

이처럼 교육감 선거가 선출제로 시작된 1997년부터 최근까지 30여년 동안 전북지역에서는 대학 교수 출신들이 내리 당선돼 유·초·중등교육의 사무를 총괄하고 지휘했지만 끊임없는 구설과 잡음, 비위 등에 휘말리며 구속되거나 중도에 낙마한 사례가 이어질 때마다 전북교육의 위상과 신뢰가 크게 실추됐다.

더구나 유·초·중등교육을 경험해 본 사람이 교육감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지만 매번 교수 출신이 당선되거나 교수들끼리 선거에서 경쟁을 벌이는 것은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높다.

교수들, 직 내려놓지 않고도 자유롭게 교육감 출마 가능…

교사들, 공무원 출마 규정 적용 ’불리’

법원 입구 전경(자료사진)

현행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감은 교육·학예에 관한 소관 사무로 인한 소송이나 재산의 등기 등에 대하여 해당 시·도를 대표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지원 자격에는 ‘교원 경력이나 교육 행정 경력이 3년 이상이면 교육감에 출마’할 수 있도록 자격이 주어진 반면, 현직 교사는 공무원 출마 제한 규정이 적용돼 선거 90일 전에는 직을 그만둬야 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국립대나 사립대 교수들은 예외로 적용돼 교수직을 내려놓지 않고도 자유롭게 출마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유·초·중등교육의 책임을 질 교육감 선거가 교수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돼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교육감 선거에 정작 현장 교사 출신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당 개입 없는 직선제다보니 선거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드는 데다 인지도 측면에서도 교수들에 비해 훨씬 낮은 교사들이 실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기란 어려운 구조란 점 때문에 교육감직이 개인의 출세를 위한 자리로 변질되거나 교수들의 전유물이 되어간다는 지적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중에서 9곳이 교사 출신 교육감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또한 조사기관의 교육감 직무수행 평가 결과 1위에서 3위까지 모두 교사 출신 교육감이 차지했다는 것도 교육감 선거의 구조적 요인이 문제라는 지적을 뒷받침해준다. 더욱이 지역의 백년지대계를 책임질 교육감이 대학 교수들의 전유물이란 착각 또는 관습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그동안 전북지역의 30여년 사례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차제에 1년 앞으로 다시 다가온 교육감 선거에서는 전북에서도 새로운 변화와 바람이 일기를 기대해 본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