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 왜?

[백승종 칼럼]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이재갑ㆍ강양구, 생각의힘, 2020)를 읽고

2020-09-07     백승종 객원기자

1.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19번”의 공격으로 지구 전체가 꼼짝하지 못하는 상황이지요. 오늘 아침(2020. 09. 06) 외신을 보았더니, 유럽 여러 나라 가운데서 이 전염병을 가장 잘 방어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어제 하루만 해도 확진자가 1,300명이 나왔답니다. 그래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는 요즘 어떠한가요. 인구로만 단순비교를 하면, 독일은 우리보다 인구가 1.5배니까 우리도 하루 확진자 8~900명은 거뜬할 것 같아보입니다. 오늘 국내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겨우(?) 152명이라고 하는군요. 그럼 이것은 정말 이상적인 것 같군요.

하지만 문제가 짐작대로 간단해 보이지는 않아요. 이미 각급 학교도 거의 문을 닫은 상태이지요, 수도권은 경제활동이 매우 위축되어 있습니다. 만일 이대로 계속 가게 되면 규모가 영세한 사업장은 곧 끝장날 분위기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2.

2020년은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는 책의 제목이 실감나는 한 해입니다. “뉴 노멀과 언택트, 연결과 밀도에 관하여”라는 이 책의 부제도 과장된 표현이 결코 아니지요.

이 책을 쓴 분들은 유명한 분들입니다. 이재갑(한림대 의대) 교수는 감염관리에 관해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공저자 강양구 기자는 손꼽히는 과학전문가이고요. 두 분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하여 시시콜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전문가들의 토크를 엿듣는 기분이라서 흥미도 있고, 또 당연히 내용을 신뢰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 우리가 자주 듣는 K-방역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알려주고, 그야말로 지금 이 상황에서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는 정은경 본부장에 관하여도 궁금증이 가시는 것 같습니다.

책은 우리에게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점에 약한지도 알려줍니다. 방역에서 한국 정치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속시원히 말해주고 있지요.

3.

정말 읽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절대로 쉽게 물러갈 것 같지도 않고, 앞으로도 유사한 문제가 거듭해서 일어날 모양이니까요. 이 책에서 제 관심을 끌었던 몇 대목을 적어보겠습니다.

“환자를 빨리 진단해야 격리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니, 진단 체계를 시급히 갖추는 일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 그러나 권영진 시장은 생각이 달랐다. 그런 식으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면, 지나가는 시민이 보고 불안해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3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누어도 설득이 되지 않아, 나는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45쪽) -- 그랬었군요. 권영진 대구시장님, 멋진 분이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알고 보니 정말 참 답답한 분이었군요.

“생활치료센터도 여러 번 우여곡절을 겪었다. 처음에는 ... 중수본과 대구시가 난색을 보였다. 법적 근거가 없고, 생활치료센터에서 환자가 한 명이라도 사망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이유로 하루 이틀 시간만 보냈다.”(48쪽) -- 역시 대구시였습니다. 관료적인 사고로 저렇게 굳어 있었으니 전문가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정은경 본부장이 이야기할 때는 진정성이 묻어나옵니다. 오로지 바이러스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이렇게 얻은 신뢰는 앞으로 겅은경 본부장이 국면을 헤쳐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테고, 위기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다른 관료도 벤치마킹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106쪽) -- 그렇지요. 시민들이 보는 관점이나 전문가들의 눈이나 일치하는 대목입니다. 매사에 진정성이 퍽 중요합니다!

“(K-방역은) 임기응변과 ‘피’와 ‘땀’이죠. 그때그때의 임기응변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의료진을 비롯한 다수의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긴 희생들. 이게 K-방역의 핵심이죠.” -- 아, 제가 어림짐작한 스마트한 K-방역 같은 것은 아예 없었습니다. 우리는 여러 모로 의료 자원이 부족한 것입니다.

그래서 머리를 굴리고굴려서 임기응변을 하는 것이고요. 위기의 상황에서 여러 사람들이 큰 희생을 각오하고, 이순신과 수군이 되어 왜적을 막았듯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상대한 것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아마 흉내조차 낼 수가 없을 것 같아요. K-방역, 그렇게 영광스럽고 멋지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4.

백승종 교수

생태재앙이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는 21세기, 이 책을 읽어볼만 합니다. 전문가의 대담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곰곰 생각해볼 기회가 생기니까요. 우리사회에서는 참 드문 존재이겠지만 전염병관리 전문가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다수 의사 선생들은 부리나케 돈만 쫓아 가던데 말입니다.

첨언: 이 책과는 무관한 일이지만 이 책의 공저자 강양구 기자가 문제의 <<조국흑서>>의 공저자라는 사실이 무척 당혹스럽습니다. 실로 유감입니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