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광, 전주 도심 '초고가 아파트' 분양만 성공하면 '470m 타워 건설' 흐지부지될 가능성 우려”...이유는?
진단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에 추진 중인 초대형 주상복합 개발사업을 놓고 초고분양가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시행사가 3.3㎡(1평)당 2,500만~3,000만원 안팎의 분양가를 제시하자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사업이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여기에 시행사인 ㈜자광은 이곳 부지에 높이 470m의 관광 타워를 건립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파트 분양만 성공하면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그 실태와 문제점, 이유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자광, '전주시 복판에서 새만금까지 볼 수 있는 153층 높이 타워 건설’ 약속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는 전주시내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곳이다. ㈜자광은 2017년 1,980억원을 주고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대부분 공업용지였던 이곳에 자광은 관광타워복합개발사업을 하겠다며 지난 11일 최종 사업 허가를 전주시에 신청했다. 총사업비 6조 2,000억원을 들여 470m(153층)의 관광 타워와 200실 규모의 호텔, 쇼핑몰·대형마트를 갖춘 프리미엄 복합쇼핑몰, 45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10개동 3,395세대(84~321㎡), 단지 내 도심형 공원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관광 타워 전망대는 360도 파노라마 뷰를 통해 전주 도심 복판에서도 새만금까지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공언을 해왔다.
그러나 자광이 이날 사업 허가 신청과 함께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가로 3.3㎡당 2,500만~3,000만원 안팎을 제시하면서 초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졌다. 전주지역에 최근 공급된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최고 1,400만~1,600만원임을 감안하면 두 배에 달하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자광이 제시한 가격대로라면 전용 84㎡(34평형) 기준 분양가가 8억 5,000만~10억원에 달한다.
초고분양가를 놓고 지역사회에서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됐다. 자광의 분양가 제시 사흘 만인 14일 전북환경운동연합과 한승우 전주시의원은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의 분양가는 터무니없는 고가인데, 전주시를 아파트 투기장으로 만들 셈인가”라며 “전주시는 즉각 분양가 통제 방안을 마련하고, 개발이익을 공공에 환수하도록 제도적 개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자인 자광은 지난해 9월 협상대상지 선정 신청서를 낸데 이어 전주시의 보완 요청에 새로운 계획안이 제출됐다. 이 과정에서 자광은 6조 2,000억원을 들여 전주시 한복판에 관광타워복합개발사업을 하면서 470m 높이의 관광 타워를 장점으로 제시해왔다. 전은수 ㈜자광 회장은 지난해 4월 주민설명회에서 “타워 빌딩은 관광용 전망타워로 조성돼 꼭대기에 자이로드롭 등 놀이시설과 함께 7개 층에 전망대 시설을 갖춰 전주시 야경과 주변을 360도로 관람이 가능하게 설계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부산 롯데타워, 인천 청라시티타워 장기간 표류...자광, 이보다 높은 타워 5년 내에 건립할 수 있을까?
하지만 도심 개발사업과 함께 추진된 대규모 타워 건립은 부산과 인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지역 대표 명소로 키우겠다며 추진하고 있으나 장기간 표류하는 사례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부산롯데타워는 롯데가 지난 2000년 높이 428m(107층)의 짓겠다고 장담했으나 사업성 확보 방안을 놓고 20년 넘게 부산시와 기싸움을 벌이다 타워 높이를 342.5m로 대폭 줄인 뒤 23년 만인 지난해 8월 착공했다.
인천지역에서도 2007년부터 추진해 온 450m 높이의 청라시티타워가 장기간 지연되는 바람에 3,000억원으로 예상했던 공사비가 8,000여억원으로 급상승한 채 아직도 표류하고 있다. 그런데 자광은 이들 지역보다 높은 470m(153층) 높이의 타워를 착공 4년 6개월 만에 건립하겠다고 약속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단체들은 무엇보다 자광의 ‘자본 불확실성’을 계획 발표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전주시민회는 “153층 타워는 천문학적인 땅값 차액을 노린 것”이라며 “자광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3,013억원, 부채는 3,748억원으로 순자산이 –735억원이고, 자광과 지분 투자로 얽힌 스페이스자광·자광홀딩스·자광건설 등 6개 특수관계사 자산 총합도 1조 3,079억원인 반면 부채 총합은 1조 3,362억원으로 순자산 –286억원, 유동자산보다 유동부채가 더 많다”고 밝혔다.
또한 자광홀딩스는 지난 2022년 4월 변산해수욕장에 관광휴양콘도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전북자치도·부안군과 투자협약(MOU)을 체결하고도 2024년까지 총사업비 2,004억원을 투자해 79개 객실 규모의 콘도를 건립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부지매각대금 중 계약금(10%) 26억여원을 납부했을 뿐 3개월 이내에 지급해야 할 중도금(40%)도 납부하지 못해 특혜 논란 등이 일고 있다.
"자본 불확실성 불구 용도 변경 통해 천문학적 땅값 시세 차익 거두려는 목적...‘먹튀’ 우려"
따라서 전주시 개발의 상징이 될 대형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자광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높다. 더구나 자광이 부지를 구입할 때 보증을 선 시공사 롯데건설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가 짙다. 일부에서는 일반 공업지역인 부지를 싸게 매입하고, 개발을 내세워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 천문학적 땅값 시세 차익을 거두려는 목적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특히 민선 8기 출범 이후 전주시가 20년 넘게 방치된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과 2004년 개발 논의를 시작한 이후 20여년 동안 전북자치도와 줄다리기를 벌여온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데 두 곳 모두 롯데그룹과 연관돼 있어 이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그간 ‘정체된 도시’ 이미지를 지녀온 전주시의 낙후 도심을 개발하는 데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이지만 개발 주체가 신뢰 가고 듬직한 기업이길 시민들은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빚이 자본보다 많은 ‘부실기업’ 낙인이 찍힌 자광이 전주의 한 모습을 바꿀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자칫 또 다른 불상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이로 인해 자광의 ‘전주 타워’ 개발이 과연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부실시공과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먹튀 사태'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양산하지는 않을지 전주시는 면밀히 검토하고 ‘개발사만 배불리는 특혜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감독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조국혁신당 전북도당 “분양만 성공하면 타워 건설은 ‘여건 변화’나 ‘경기 위축’ 이유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실효성 있는 조치 즉각 마련해야”
이와 관련 조국혁신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은 21일 논평(제목: 전주시민의 주거권은 누가 지키는가–특혜의 연속과 초고가 분양가, 시민은 어디에 있나)을 내고 “전주시는 도시계획 변경,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인상, 감정평가 구조 조정, 교통개선비의 공공기여 전환 등 자광에게 다양한 특혜를 제공해 왔다”며 “시민이 위임한 도시계획권이 총동원되어 사업자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지만 그 결과 자광은 수조원 규모의 추가 분양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시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초고가 분양가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말이 있듯이 행정적 특혜로 얻은 이익을 시민에게 되돌리기는커녕 오히려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라고 비판한 논평은 “자광이 받은 특혜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용적률을 350%에서 500%로 상향 조정해 약 34만㎡의 연면적이 추가 확보되었고, 이를 기준 분양가로 환산하면 1조원이 넘는 추가 이익이 발생한다”며 “이 모든 계산이 자광에 유리하게 돌아갔는데도 전주시는 이를 자랑하듯 ‘100% 개발이익 환수’라 했지만, 이는 조삼모사식 환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광이 초고가 분양가를 언론에 먼저 흘린 것도 단순한 시장 홍보라기보다 전략적 여론 형성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 논평은 “고분양가를 미리 공개해 고급 주거지 이미지를 선점하고 주변 아파트 소유자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해 지지 여론을 유도하려는 전략이다”며 “분양만 성공하면 타워 건설은 ‘여건 변화’나 ‘경기 위축’을 이유로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고분양가 입주자들은 타워 지연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다”면서 “아파트 수익만 확보한 뒤 공공성이 요구되는 관광타워는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논평은 “이러한 흐름이 현실화될 경우, 전주시는 '먹튀' 구조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뒤 “지금처럼 이행보증이나 환수 장치가 미비한 구조라면 사업자가 타워를 제외하고 아파트 수익만 챙긴다는 우려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며 “전주시는 관광타워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강제 조항, 이행보증증권, 위약금, 환매권 등의 실효성 있는 조치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주시민회 “470m 타워, 최소 5년 이상 소요...동시 착공-동시 준공-책임 준공 사업에 나설 시공사 없을 것, 감당하기 어려운 형태로 피해 발생할 수도”
이문옥 전주시민회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 “일반적으로 기업이 1년 동안 영업이익으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빚(부채)의 이자를 갚지 못하는 경우가 지속되면 보통 이런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며 “자광과 그 특수 관계사들의 재무구조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차입 원가 자본화'라는 회계규정을 이용하여 비용으로 처리돼야 할 이자를 자기 자본화 하였으며, 현금의 유입이 없는 자산 재평가를 통하여 회계장부상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부실한 재무구조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또 “자광은 그동안 누누이 공개적으로 시공사 입찰 선정–동시 착공, 동시 준공– 책임 준공을 공언했다”며 “그런데 아파트 분양을 먼저하고 번 돈으로 153층 타워를 짓는다는 말을 믿을 전북도민이나 전주시민은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시개발(랜드마크) 과정에서의 갈등이 그 산증인”이라고 밝힌 뒤 “470m 타워는 건축 기간이 최소한 5년 이상인데 해당 사업허가 조건을 맞춘 시공사는 물론 수조원의 돈을 빌려주겠다는 은행이나, 보험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이 국장은 "그런데도 전주시와 자광이 서로 짜고 아파트 분양을 실행한다면 그 피해는 지역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고층 주상복합개발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전주시의 도시계획 변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2022년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기존 350%에서 500%로, 일반상업지역은 500%에서 900%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인근 일반주거지역과 비교할 때 형평에 어긋나고 도시계획의 일관성도 해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승우 전주시의원 ”사회적·환경적 비용 고려한다면 오히려 제시한 분양가 대폭 낮춰야”
자광이 부담해야 할 도로 신설 등 주변 교통개선사업 비용 일부가 시의 ‘공공기여’ 항목으로 포함된 점도 논란을 부른다. 시는 홍산로 지하차도, 마전들로 교량 설치 등 총 4개 도로 개선사업을 공공기여 항목으로 포함했다. 이에 전주시의회 한승우 의원은 “자광은 인허가 과정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개발이익을 극대화한 만큼 아파트 분양가가 높아질 이유가 없다”며 “시와 시민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제시한 분양가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광 측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 고급 주상복합에 버금가는 주거 평면과 설계를 도입했다”며 “전주 삼천과 인접하고 대규모 공원에 둘러싸인 프리미엄 아파트 단지가 시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광 측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올 하반기 착공 및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