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광일보', '송하진신문'이라 부르는 이유

[전북지역 주요 신문 톺아보기] 2020년 9월 7일(월)

2020-09-07     박주현 기자

절기상으로 ‘백로(白露)’인 7일 월요일.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대기 중 수증기가 엉켜서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전히 나타난다는 백로, 그러나 많은 비와 거센 바람을 동반한 태풍 10호 ‘하이선’의 상륙으로 피해가 또 다시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단체행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던 전공의들이 7일에도 집단휴진을 이어간다는 소식과 코로나19 관련 암울한 속보들이 전해지고 있다. 전북지역 언론사들은 의사정원 확대 등으로 불똥이 튄 남원 공공의대 설립계획이 '좌초' 또는 '무산' 위기에 처했다며 관련 기사와 사설들을 내보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낯부끄러운 두 가지 유형의 보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 전북일보, 대주주 ‘자광’ 힘 실어주기 연속 칼럼 ‘눈살’

전북일보 9월 7일 '오목대' 칼럼(홈페이지 갈무리 )

전북일보는 이날 ‘단체장의 성적표’란 제목의 내부 칼럼(오목대)에서 “자광이 2조 5,000억을 투자해서 대한방직터에 익스트림 타워를 짓겠다는 것을 바로 시행토록 해야 한다”며 “시민이 원하는 사업을 투명하게 처리하면 두려울 게 없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는 일은 안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강조했다.

신문은 자사의 대주주인 (주)자광이 추진하고 있는 전주시 옛 대한방직 부지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특혜논란과 함께 찬반논쟁이 뜨겁게 일자 전주시가 '시민공론화위원회'란 한시적 특별기구를 만들어 시민여론을 수렴하고 있는 과정에서 이 같이 전주시에 압박을 가하는 행태의 칼럼을 내보냈다.

신문은 칼럼에서 “전주시는 지난 2011년 친환경첨단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한 이후에는 공단조성을 손 놓았다”면서 “온통 한옥마을에만 매달렸다. 1,000만 관광객 시대를 맞았다고 흥분일색이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지만 전주시가 미래를 내다보고 기업유치를 해야만 했다”고 시를 비판했다.

그러더니 “지금은 잡히지도 않는 산토끼를 잡는다고 예산만 낭비할 게 아니라 찾아온 집토끼를 잘 기르는 게 상책”이라며 다시 ‘집토끼’를 거론했다. 신문의 대주주인 자광이 옛 대한방직 터에 추진하는 익스트림 타워를 바로 시행토록 해야 한다는 논리를 다시 강조한 것이다.

전북일보 6월 29일 '오목대' 칼럼(홈페이지 갈무리)

신문은 이 같은 논리를 내세워 지난 6월 29일 ‘집토끼 키우는 지혜’, 7월 6일 ‘가성비 낮은 지방의회’ 등의 칼럼을 연속해서 내보냈다.

지난 6월 29일 ‘집토끼 키우는 지혜'란 제목의 칼럼에선 “마치 특례시만 되면 전주시가 엄청나게 발전할 것으로 홍보하지만 재정적인 지원이 안돼 흥분할 사안이 아니다”며 “김승수시장은 청년일자리 마련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자광의 의욕을 꺾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7월 6일 ‘가성비 낮은 지방의회’란 제목의 칼럼에서도 “매달 10억씩 3년 이상 이자부담을 해온 (주)자광이 투자의욕을 잃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며 “좋은 전주발전기회를 먹튀라고 비아냥 거리는 것은 매향노나 할 짓이다”고 압박했다.

신문은 이밖에 다른 사설에서도 이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유사한 논리를 강조한 바 있다.

많은 국내 건설사 또는 개발회사들이 무슨 생각으로 언론사의 대주주가 되려고 하는지 짐작이 가게 해주는 대목이다. 세간에서 이 신문이 ‘자광일보’란 소릴 듣는 이유다.

[#2] 송하진 지사와 측근 인사들 띄우기 경쟁, 따가운 ‘눈총’

새전북신문 9월 7일 2면 관련 기사

이날 또 눈살을 찌푸리게 한 대목은 신문들의 천편일률적인 전북도 관련 보도내용이다.

송하진 도지사와 측근 인사들이 지역 일간지의 많은 지면을 큼지막하게 채웠다.

전북도가 감사관, 대외협력국장, 비서실장을 교체하는 7일자 인사를 단행했다는 내용의 기사와 최훈 전북도 행정부지사의 와이드 인터뷰, 거기에다 송 지사의 인터뷰까지 온통 전북도 수뇌부 인사들이 지면을 가득 차지했다.

새로 발령 난 인사들 중에는 송하진 도지사의 측근 인사들이 발탁됐다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특히 신임 대외협력국장(지방부이사관·개방형 3호)에 임명된 한민희 도 비서실장과 비서실장(지방별정 4급 상당)에 발탁된 고성재 도 비서관은 송 지사의 측근 중의 측근 인사로 알려져 왔다.

송 지사의 전주시장 재임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언론인 출신 또는 시의회에서 행정을 견제·감시해 온 시의원 출신이라는 점, 선거 캠프에서 같이 활동해온 핵심 측근이란 점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지만 지역 언론사들은 어떤 비판이나 군더더기 없이 보도자료를 액면 그대로 보도해 주었다.

전라일보 9월 7일 16면 인터뷰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와 함께 이날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는 최훈 전북도 행정부지사 인터뷰 기사를 똑같이 전면에 실어주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4일 취임한 도 행정부지사를 3개 일간지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한 면을 할애해 홍보해주었다. 그러나 그의 학력과 이력 중에는 송 지사와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특히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송 지사와 같은 동문이란 점이 예사롭지 않다. 이 때문인지 송 지사 측근이란 소리가 흘러 나온다.

여기에 전북도민일보, 전북중앙신문, 전민일보 등은 2면에 송하진 지사의 사진과 함께 인터뷰 기사를 나란히 내보냈다.

신문들은 기사 리드에서 송하진 지사가 농민공익수당 첫 지급 계획과 관련, “생태문명의 동력이자 인류의 공공재인 농업과 농촌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 평가와 인식 제고를 위한 첫 걸음을 이제 내딛게 됐다”면서 “농민공익수당을 농산물 최저가 보장제와 함께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양대축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힌 내용을 똑같이 썼다.

전북중앙신문 9월 7일 2면

다른 신문들도 1면 또는 3면의 지면을 할애해 관련 내용을 비슷한 내용으로 전달했다.  이처럼 전북지역 주요 일간지들은 많은 기사들의 내용과 밸류, 지면 비중까지 흡사하게 다루고 있다. 지역 일간지들이 ‘송하진 신문’ 또는 ‘전북도정 신문’이란 소릴 듣는 이유다.

그러나 무엇보다 언론사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건설사를 위한 일관된 주장의 내부 칼럼과 사설들, 전북도지사의 행보와 측근 인사들에 대한 무비판적인 보도들이 넘쳐나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많은 지면들에서 전북언론의 미래가 암울하게 읽히는 백로(白露) 아침이다. 다음은 9월 7일(월) 전북지역 주요 일간지들의 위 내용 관련기사의 제목이다.

전북일보

전북도, 대외협력국장·비서실장·감사관 인사 -2면

전북도 ‘전국 첫’ 농민 공익수당 추석 전 지급 -3면

[오목대] 단체장의 성적표 -15면

최훈 전북도 행정부지사 “도민 가려운 곳 긁어주는 ‘효자손’ 역할 해야죠” -16면

전북도민일보

전북도 ‘농민 공익수당’ 추석 전 지급 -2면

송하진 도지사 "농민 공익수당, 미래세대 위한 가치투자" -2면

도 대외협력국장 한민희 전비서실장 -2면

한민희 대외협력국장 "내부 화합·결속 다져 도민 자긍심 높일 것" -15면

최훈 전북도 행정부지사 "전북 미래 먹거리 발굴 모든 역량 쏟아 부을 것" -16면

전라일보

전북 ‘농민수당’ 추석 전 60만원씩 지급 -2면

김진철 도 감사관·한민희 대외협력국장 -2면

최훈 전북도 행정부지사 “행정 역량 쏟아부어 도민 삶 개선하겠다 -16면

새전북신문

첫 `농민 공익수당' 추석전 미리 준다 -1면

도, 감사관-대외국장-비서실장 교체 -2면

전북중앙신문

전국 첫 제정 농민수당 추석전 준다 -1면

송하진 도지사 "농업-농촌 가치평가 첫걸음 내딛어" -2면

전민일보

‘전북 농민 공익수당’추석 전 지급 -1면

전북도 농민 공익수당 첫 지급 결정-송하진 지사 인터뷰 -2면

한민희 대외협력국장, 고성재 신임비서실장, 김진철감사관 등 임명 -2면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