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가?

신정일의 '길 위에서'

2025-05-02     신정일 객원기자

한가하게 사는 사람이 있고, 바쁘게 사는 사람이 있다. 천지 사이에는 천지운행의 기틀이 발동하여 돌고 돌아 한 순간도 정지하는 때가 없다. 이와 같이 천지도 한가할 수가 없는데, 하물며 사람은 어쩌겠는가?

높은 벼슬에 많은 녹을 받는 사람이거나, 좋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 그 얼마인지 알 수는 없지만, 조용히 세속적인 곳으로 떠나거나 물러날 줄 아는 사람은 매우 적다. 전자의 사람들 중에는 날마다 재산을 모으고 좋은 집을 지으려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으나 한 번도 그 뜻을 이루고 죽고 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집에서 먹고 지낼 수만 있다면 진정으로 한가한 생활을 즐기면 좋을 것인데도 돈지갑만을 꼭 간수하려고 손을 벌벌 떨고 금전출납부만 챙기면서 마음을 불안하게 먹고 있으니, 어찌 낮에만 부산하게 바쁘겠는가. 밤에 꾸는 꿈속에서도 뒤숭숭할 것이다. 이러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좋은 산수와 좋은 풍경을 만난다고 할지라도 그 깊은 맛을 어찌 알겠는가?

그리하여 부질없이 삶을 수고롭게 살다가 죽어도 후회할 줄 모른다. 이들은 실로 돈만 모을 줄 아는 수전노로서 자손을 위하여 소나 말과 같은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전노보다 더 심한 자들이 있으니, 그들은 자손을 위하여 거의 독사나 전갈같이 되기도 한다. 

"한가한 사람이 아니면 한가함을 얻지 못하니, 한가한 사람이 바로 등한한 사람은 아니라네" 라는 시구도 있다. <문기유림>에 실린 글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의 즐거움이 한가한 산수 사이를 노니는데 있는 줄을 모른다.

오직 권력과 부를 모으는 곳에 있다고 여기면서 재산을 불리거나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 더구나 쓸 줄은 모르고 모을 줄만 아는데, 그것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더 많이 쌓아 놓기 위해, 아니면 자식들을 위해 한가한 한 때도 보내지 못하고 모으고 또 모은다.

그러나 그렇게 전력을 기울여 모으고 차지한 재물과 권력을 어느 한 사람이라도 가지고 가는 것을 본적이 있는가? 아니다. 진시황도 나폴레옹도 그 누구도 가지고 가지 못했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한가롭게 보내는 행복한 한 순간도 보내지 못하고 아등바등 살다가 쓸쓸히 가는 것이다.

지금도 그리 부산한 그대여, 그대는 한가한 시절을 원하지 않는가? 한가한 사람이 아니면 한가함을 얻지 못한다.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문화사학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