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볼 수 없는 꽃과 나무들...40여년 함께 지내왔는데
기고
1984년에 지어진 전주시 효자주공아파트 3단지, 올해 말에는 살던 주민들이 다 이사를 나가면 재건축 공사가 시작 된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사시는 선생님과 함께 아파트 안에 핀 꽃구경을 했습니다. 꽃사과는 꽃망울이 진홍색인데 꽃이 예쁩니다. 명자나무도 주홍색 꽃이 곱고, 산수유와 목련은 피었다가 지고 있었습니다.
메타세콰이어와 벚나무는 5층 아파트 건물 보다 키가 큰 것도 있습니다. 단풍나무, 박태기나무, 조팝나무도 꽃이 무리져 피었는데 4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자라서 새들이 지저귀는 나무들의 앞날은 어찌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아파트 단지에 자라는 꽃과 나무들이 몇 종류나 되는 지, 누가 조사해보지는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아파트가 사유재산이긴 하지만 수십 년간 자란 나무들은 그간 탄소를 줄여주고 전주 시민들에게 산소를 공급했을텐데요, 재건축을 하게 되면 지금 있는 나무들 중 상당 수는 잘리겠지요?
아파트 건물 뒷편,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핀 쑥이랑 쑥부쟁이도 캤습니다. 이제는 시들어가는 동백꽃도 보고, 큰 나무 아래 무리 지어 핀 산자고 꽃도 보았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밟고 지났을텐데요, 꽃을 예뻐하는 선생님께서 산자고 라고 알려주신 덕분에 볼 수 있었습니다.
산자고는 기후 등 조건이 맞아야 꽃이 핀다는데요. 재건축이 되면 그쪽으로 4차선 도로가 난다하니 살아남기 힘들겠습니다. 아파트 단지 윗편에는 공원 같은 터가 있는데,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데리고 가서 놀았던 잔디밭은 이제 주위로 나무들이 우거지고, 가까운 동네 사람들도 와서 걷는 답니다.
벚꽃이 지고나면 철쭉꽃이 예쁘게 필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볼 수 없는 꽃들이라고 생각하니 아쉽습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봄날이 갔습니다.
/문아경(전주시민·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