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산케이블카 사업 전면 재검토하라"
전북환경운동연합 성명 -2020.9.2
‘생태자연도 1등급’ 이라는 쐐기돌이 흔들리면, 우수생태환경이 무너진다.
신시도엽 생태자연도 1등급지를 하향 조정하라는 이의신청 철회하고,
경관훼손, 환경파괴, 경제성 없는 고군산케이블카 사업 전면 재검토하라!
군산시와 새만금개발공사가 추진하는 국내 최장의 고군산군도 케이블카(신시도-무녀도 4.8km)구간은 환경부가 지난 1월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을 확대 지정 고시한 지역이다. 환경부의 생태자연도는 전국적인 차원의 조사를 바탕으로 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이다.
생태계가 우수하고 경관이 수려한 지역을 비롯해 생물다양성이 특히 풍부한 자연생태계룰 보전하고 관리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 중 식생보전등급 Ⅰ,Ⅱ등급에 해당하는 우수한 지역과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 1등급 지역은 전체 지정 면적의 9% 정도에 불과하다. 당연히 개발보다는 보전이 우선인 지역이다. 따라서「자연환경보전법」시행령 제28조에 따라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지나가는 고군산 케이블카는 건설할 수도 없고 건설해서도 안 된다. 도시계획시설결정이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태문명의 대전환과 그린뉴딜을 강조해온 전라북도가 두 차례에 걸쳐 생태자연도 1등급을 2등급으로 하향 조정해달라고 이의신청을 했다. 이는 자연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을 지키고 복원을 통해 확대해야 하는 도의 책무를 저버린 것으로 본다. 난개발을 막고 국토생태를 보전하자는 취지로 생태자연도를 도입한 자연환경보전법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이에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신시도 생태자연도 1등급지 하향 조정을 철회하고 경관 훼손, 환경파괴, 경제성 없는 고군산케이블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민간업자의 개발 사업을 이유로 생태자연도를 낮춰달라는 것은 수조원으로 추산되는 1등급 권역의 생태적 자산 가치를 개인사업자에 헌납하는 것이다. 환경부의 생태자연도 1등급의 경제적 가치 추정 연구에 의하면 생태자연도 1등급 10만 평의 자산 가치는 1조 7,074억 원(95% 신뢰구간 1조2,686억 원~2조 2,980억 원)으로 추산했다. 자연환경보전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16년 전 연구 결과임을 고려하면 현재 가치는 몇 배나 더 늘었을 것이다.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우리 사회가 지키고 복원해야 할 ‘생태자연도’ 라는 쐐기돌을 흔드는 것이다. 마지노선이 무너지면 우수 생태환경이 훼손되는 것은 순간이다.
둘째, 지난 1월, 변경 고시(2020-5호) 이전에도 신시도 보전관리지역의 상당 부분은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2006년 주)새만금관광개발이 추진하려던 ‘신시도타워’ 건설도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포함 △상당한 형질변경을 수반하는 지형 △ 풍화암 지질 등을 이유로 어설픈 사기극으로 막을 내린 적이 있다. 이는 고군산군도 케이블카 사업 추진과 노선 결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케이블카가 지나는 곳이 1등급 권역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무능한 행정이고 1등급 권역인 줄 알고도 추진했다면 꼼수 위법행정이다.
셋째, 전문가들이 수년에 걸쳐 작성한 자연환경조사결과에 의하면 신시도를 중심으로 한 고군산군도는 생태적인 가치는 물론 지형이나 경관 가치도 매우 높다. 무녀도 서쪽 해안에서 앞삼섬 구간과 무녀도 동쪽 해안에서 쥐똥섬으로 연결되는 ‘육계사주’, 대장도 남서사면에 발달한 ‘급애’는 Ⅰ등급 지형으로 보존가치가 높다고 평가되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은 1종(매),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은 6종(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촉새, 긴꼬리딱새, 물수리, 새호리기, 팔색조), 보호종은 11종(검은딱새, 검은등뻐꾸기, 개개비, 꾀꼬리, 되지빠귀, 물총새, 뻐꾸기, 소쩍새, 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 흰날개해오라기)이 확인되었다. 지난 조사에서는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맹꽁이도 관찰되었다.
전문가들은 신시도, 무녀도, 신시도를 잇는 도로 개설과 관광객 증가, 펜션단지 등 위락시설물 증가로 인해 팔색조와 긴꼬리딱새의 서식지 훼손 가능성이 높고, 낚시 등 탐방객의 증가로 인해 검은머리물떼새(갯바위 등은 검은머리물떼새의 휴식지, 번식지, 채식지로 중요한 지역) 등의 멸종위기종 조류의 번식 개체군이 현재 상태에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식물상은 육지역의 높은 산에 비해 식물 종 수는 낮은 편이지만 저수지, 간척지, 묵논습지, 바닷가와 염습지가 발달하여 다양한 생태환경에서 식물이 생육하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신시도와 무녀도, 선유도 일대를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넷째, 고군산군도는 연육교 개설 이후 난개발로 인해 관광객 수용 한도를 넘어섰고, 섬의 원형과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있다. 차량이 몰려들면서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 서식지를 메워 도로를 확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쓰레기는 쌓여가고 개발에 따른 섬 주민 간 갈등의 골도 깊다. 섬이 원형을 유지하는 것이 관광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케이블카는 한물간 사업이다. 일시적인 관광객 유인 효과가 있었지만 여기저기 케이블카가 들어서면서 희소성이 사라지면서 이용객수가 줄어드는 추세이다. 환경파괴 논란만 있고 경제적 타당성도 떨어졌다. 케이블카 사업에 지분 참여를 통해 이익 공유 방안을 모색하던 군산시가 행정적인 지원만 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섬의 원형을 잘 지키고 보존하는 것, 관광객이 모이는 비결이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에서 머무르고 체험하면서 섬과 어촌의 정서를 느끼면서 쉬어가는 관광이 지역주민에게도 도움이 된다.
‘꽃이 피는 것은 어려워도 지는 것은 잠깐이더군’ 이라는 시구처럼 환경을 지키고 복원하는 것은 어렵지만 훼손되는 것은 순간이다. 고군산군도의 자연환경은 오랜 세월의 풍상을 맞으며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면서 섬세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신시도의 생태계가 훼손되는 것은 또 하나의 작은 지구가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생태․자연도 등급 수정․보완 절차업무를 맡은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국가적으로 중요성이 크고 체계적인 보전대책과 관리방안이 시급한 상황임을 중심에 두고 전라북도의 이의신청을 검토해야 한다. 난개발이 분명한 지자체의 케이블카 사업을 위해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을 2등급을 낮추는 것은 환경보전정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자 정부가 전문가들과 수년에 걸친 조사결과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2020년 9월 2일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오창환 유영진 유혜숙 한양환
<문의 : 이정현 선임활동가 010-3689-4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