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꿈과 작은 꿈
신정일의 '길 위에서'
매일 밤마다 몇 가지의 꿈을 꾼다. 꿈을 꾸다가 일어나 꿈이었던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멍 한 채 다시 잠들어 또 다른 꿈을 꾸기도 하고, 꿈을 깬 것을 아쉬워하며 그 아쉬움으로 잠을 못 이루다가 겨우 잠들어 다시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매일 밤마다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자고 깨어나는 밤과 낮의 하루를 두고 사도바울은 "나는 매일 죽노라"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삶과 꿈은 도대체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사람이 난다는 것은 없던 것이 홀연히 있게 되는 것이고, 죽는다는 것은 있던 것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혹은 있다고도 하고 혹은 없다고 하며, 오래되면 장차 민멸(泯滅)한다고도 한다. 이것은 다 정식(情識)의 망령된 추측이고 무생(無生)의 이치를 모르는 것이다.
홀연히 꿈을 꾸고 홀연히 깨곤 한다. 그러니 능히 꿈을 꾸기도 하고, 능히 깨기도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능히 알 수 있다. 꿈이 있기도 하고 꿈이 없기도 하다. 그러니 능히 혹 꿈을 꿀 수도 있고, 혹 꿈을 꾸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고 사는 것은 큰 꿈이다. 깨고 잠자고 하는 것은 작은 꿈이다. 그 작은 꿈은 큰 꿈에 따라 있게도 되고 없게도 되곤 한다. 그리고 큰 꿈은 꿈 아닌 것에 의지하여 숨기도 하고 나타나기도 한다.“
김대현(金大鉉)의 <술몽쇄언(述夢瑣言)>에 실린 글 중 '유무(有無)’라는 주제의 글이다. 김대현의 글에 의하면 지금의 나는 큰 꿈을 꾸고 태어나 작은 꿈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고, 어느 날 문득 떠나는 것은 큰 꿈을 꾸는 것이리라.
작은 꿈 하나 간직하고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도 못하고 멀리서 관조만 했던 나날, 그것도 어쩌면 나에게 또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해진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가고 또 시작되는 것 그 자체가 어쩌면 봄날 한낮의 꿈일지 모르는 일인데, 우리는 왜 그리도 많은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긴긴 꿈을 꾸고 또 꾸는 것일까?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문화사학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