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위협하는 코로나, 지역이 더 위험

진단

2020-08-31     박주현 기자

코로나19가 무서운 기세로 번지면서 감염병을 취재하는 일선 기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비상이다. 누구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감염병 정보를 전달해야 할 언론계가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서울에서는 CBS를 비롯, 상암동 SBS프리즘타워, 목동 SBS 사옥 등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해 언론사 건물 폐쇄와 비상제작, 심지어 사상 초유의 방송 '셧다운'이 이뤄지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출입기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국회 본관을 비롯한 주요시설들이 폐쇄되고 의사일정도 전면 중단됐다.

국회 기자실 폐쇄공지 안내문(자료 사진)

국회 출입 사진기자인 뉴시스 A기자는 지난 26일 오전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취재 직후 받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언론사들은 사옥방역과 대응수칙을 강화하는 한편 ‘셧다운’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세우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며 또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언론사들은 누가, 언제, 어디서 걸릴지 모를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수도권발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언론사들은 보다 강화된 안전 수칙을 알리고 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국내·외 출장 자제’, ‘대면회의, 인터뷰 자제 및 온라인 회의, 인터뷰 권장’, ‘사내 회식 및 내·외부 모임 자제’ 등을 권장하고 있지만 쉽게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의 특성상 현장 위주의 취재보도 시스템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력 운영이 여유 있는 서울 언론사들은 휴가 사용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여름휴가를 비롯해 자녀 보육을 위한 가족 돌봄휴가(무급휴가), 연차휴가(유급휴가)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이 빠듯한 지역언론사들의 경우 그렇지 못한 형편이다. 사주가 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불안하기만 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북지역에선 최근 전주지방법원(전주지법)에서 부장판사가 코로나19 확진판정 이후 법조 기자실이 폐쇄된 상태다. 지난 21일 전주지법 소속 A부장판사가 현직 판사로는 전국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당일 모든 재판 일정이 취소되고 민원인의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자료 제공)

이번 사태로 전주지법은 9월 4일까지 휴정에 들어간 상태다. 

예방 차원이 아닌 코로나19 감염에 따라 법원 기능이 셧다운 된 것도 이번이 전국적으로 처음이다. 

또한 전주시 소재 한 언론사 건물에 있는 카페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해 해당 언론사가 발칵 뒤집히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근 대전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기자 2명과 취재공간이 겹치는 대전충남 언론사 기자들이 지난주부터 무더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대전충남기자협회(협회장 김대환)는 27일 대전시와 대전시의회, 대전시교육청, 충남도청, 세종시청 등을 출입한 인터넷매체 기자 2명이 지난 23일과 24일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들과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협회 소속 기자 9명이 자가격리 상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전충남기자협회 간부들은 지난 26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간 기자들에게 라면, 즉석밥, 생수, 물티슈, 휴지, 마스크, 간식 등이 들어간 구호 물품을 직접 문 앞까지 배달했다는 웃지 못 할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언론사와 취재현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현업단체들은 코로나19 감염예방 대응 지침을 마련해 발표했다. 전국적인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언론인의 감염과 언론사 사옥 폐쇄 사례가 잇따르자 9개 언론현업단체들은 28일 코로나19 공동 대응 지침을 발표하고 개인 위생 관리 강화와 회사의 감염 예방‧확산 방지 대책 점검을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인협회 등 9개 언론협업단체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언론인 개인 위생 관리 강화, 보도 및 방송 제작 준수 등 16개 지침을 발표했다.

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갈무리)

한국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이번에 마련한 주요 지침은 ‘실내외 구분 없이 전 사업장(근무지)에서 반드시 마스크 착용’, ‘재택근무 원칙, 외근자는 현지에서 퇴근’, ‘보고와 회의는 최대한 비대면 전환’, ‘카페, 대중음식점 등 사람 붐비는 장소 이용 최소화’, ‘회식 금지’,‘인터뷰시 비대면, 실외 진행 권장’, ‘코로나19 보도시 국민의 알 권리뿐 아니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재확산 방지’, ‘사실 보도에 힘쓴다’ 등이 해당된다. 

9개 언론현업단체는 "감염병 확산 시기에 언론의 정확한 정보 전달과 언론노동자의 철저한 개인 위생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면서 "보도와 방송 특성상 여러 사람을 접촉해야 하는 우리 언론노동자들은 개개인의 안전수칙 준수만이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 보호하는 유일한 백신이라는 책임감으로 아래의 지침을 준수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언론사와 언론인들의 대응과 안전수칙이 강화되고 강조되고 있지만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언론사들일수록 더욱 불안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다음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언론현업단체 공동 대응 지침' 전문이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언론현업단체 공동 대응 지침]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8월 23일부터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인 가운데 언론노동자의 감염 사례와 감염자 발생에 따른 사업장 방역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고 있습니다.

감염 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미확인 감염 사례 증가로 감염 위험성, 특히 취재 및 방송 제작 현장에서의 감염 가능성은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염병 확산 시기에 언론의 정확한 정보 전달과 언론노동자의 철저한 개인 위생 관리는 더욱 중요합니다.

보도와 방송 특성상 여러 사람을 접촉해야 하는 우리 언론노동자들은 개개인의 안전 수칙 준수만이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 보호하는 유일한 백신이라는 책임감으로 아래의 지침을 준수해 주시길 당부합니다.

■ 일반 개인 위생 관리 강화 지침

1. 실내외 구분 없이 전 사업장(근무지 포함)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동 물품 사용·대인 접촉이 잦은 업무 종사자는 개인별 휴대용 세정제 사용을 의무화한다.

2. 재택 근무를 원칙으로 대면 접촉을 최소화한다. 외근자는 회사로 복귀하지 않고 현지에서 퇴근하도록 한다.

3. 대면 보고, 회의 등은 최대한 비대면으로 전환한다.

4. 코로나19와 관련한 정신적 피로감, 스트레스 등을 줄이기 위해 야근을 최소화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카페

5. 카페 등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 방문을 최소화하고, 손님이 붐비는 대중음식점 이용을 피하며, 업무 후 회식은 삼간다.

6. 회사는 종사자가 위의 사항을 준수할 수 있도록 대면 보고와 회의 최소화는 물론 비대면 회의 방안을 강구하고, 마스크·휴대용 개인 세정제 등 감염 예방을 위한 개인 위생용품을 충분히 제공한다.

7. 각 사업장에서는 노사협의를 통해 개인 위생 관리 강화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에 나선다.

8. 업무 시간 여부와 상관없이 감염 장소를 방문했거나 감염자(밀접접촉자 포함)와 접촉한 경우(사후 포함) 즉시 부서장 등에 보고하고, 자택 격리 등의 예방 조치에 적극 협조한다.

■ 보도 및 방송 제작 관련 준수 지침

1. 취재와 방송 제작 중에는 취재원과 취재자·방송 제작자 자신, 우리 사회의 방역과 안전을 위해 반드시 마스크 등의 안전장구를 착용한다.

2. 대면, 현장 취재 및 방송 제작이 꼭 필요한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한다. 실내에서 주로 이뤄지는 인터뷰의 경우 충분한 거리 두기 이외에 비대면과 실외에서 진행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

3. 보도와 방송 제작을 위해 감염에 노출된 장소(실내)를 방문할 경우 반드시 방역 여부 등 안전성을 확인하고, 감염자와의 인터뷰는 삼간다.

4. 취재와 방송 인력 중 감염 위험이 높은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 KF94 등급 수준의 마스크 착용과 개인별 세정제 사용을 일상화하고 회사로 복귀하지 않는다. 이밖에 외근자의 경우에도 회사로 복귀하지 않고 현지 보고 후 퇴근하도록 한다.

5. 코로나19 감염병과 관련한 보도와 방송을 제작할 경우,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제정한 ‘감염병보도준칙’과 한국인터넷기자협회의 ‘감염병취재보도준칙’, 한국영상기자협회 의 ‘영상보도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 [첨부 파일 참조]

6. 실내외 취재 활동 시 취재진 간에 밀착 접촉 및 과도한 취재 경쟁을 방지하며, 안전을 위한 공동의 취재 협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풀단 구성 및 취재에 적극 협력한다.

7. 코로나19 감염병 관련 보도와 방송 제작을 이유로 위험한 행위(방역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감염 장소를 출입하거나 감염자의 대면 접촉)를 하거나 지시하지 않는다.

8. 코로나19 감염병의 보도와 방송에 있어 국민의 알권리뿐 아니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감염병 재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사실 보도에 적극 힘쓴다.

2020년 8월 28일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인협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