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잘못에는 눈 감고, 본인 지지층 결집에만 '몸부림'…한국 정치 수준 '최악'의 형태로 퇴화"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2025-01-20     이영광 기자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만인 15일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었다. 사실 15일 아침만 하더라도 경호처 저항 등으로 체포까지 길게는 2박 3일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체포되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 체포 과정을 어떻게 봤을까? 그것과 함께 최근 불거든 개혁신당 내홍 상황 등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천 원내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천 원내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공정과 상식면에서 대통령 체포는 불가피...아직도 본인이 얼마나 큰 잘못 저질렀는지 모르고 있는 듯"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사진=천하람 제공)

-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지 한 달이 지났어요. 15일 결국 윤 대통령이 체포됐죠.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사필귀정이죠. 물론 대한민국 다수 국민의 선택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재임 중에 체포됐다는 게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굉장히 슬픈 일이죠. 그렇지만 이미 국방부 장관 등 대통령의 지휘를 받은 사람들이 구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는 것도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공정과 상식면에서 대통령 체포는 불가피했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대통령은 왕이 아니라는 걸 국민들께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 물론 대통령은 다수의 지지를 받아서 당선된 것이니까 예우는 받아야 하죠.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된 권한 이외 특혜가 있을 수 없죠. 결국 대통령은 왕이 아니고 내란죄 처벌에 있어서 현직이라도 체포되고 법적인 조치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걸 이번에 보여준 거잖아요. 쉽게 얘기해서 대통령은 5년짜리 임기제 공무원인 겁니다. 물론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는 거지만 누구도 헌법과 법률 위에 있을 수는 없다는 걸 이번에 잘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 생각보다 빨리 끝난 것 같아요.

“저는 박정훈 대령의 판결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결정짓는 굉장히 중요한 순간에 아주 현명한 형태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걱정했던 것이 총을 든 2개의 국가 기관이 부딪치면 그건 말 그대로 내전입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나 법치주의 후진국도 아니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글로벌 중추 국가에서 국가 기관 간의 내전이 일어난다는 건 피해야 되는 일이거든요. 경호처가 극렬 저항했다면 그런 일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박정훈 대령 판결에서 위헌 위법한 명령에는 불복종해도 되고 심지어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위헌 위법함이 명백한 명령에 대해서는 거부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경호처에 있는 실무 경호관들이 법원의 적법한 영장에 저항하는 거 위법하고 위헌적이라는 걸 깨닫고 적절한 범위 내에서만 본인의 직무 수행하고 충돌 피하는 현명함을 발휘했기 때문에 충돌 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 사실 윤 대통령이 소환조사에 응했으면 체포될 일도 없는 거 아닌가요?

“평범한 분들의 사고방식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분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이미 자기만의 세상에 살고 계십니다. 오늘(15일) 체포 직전에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은 것도 보면 대한민국의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해요. 본인에 대해 가해지는 수사나 법적 처벌 부분들이 전부 잘못된 반국가 세력의 공세인 것으로 치부하거든요. 즉 아직도 본인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이고 국회에 무장한 군인들이 와서 국회의 유리창 부수고 몸싸움하면서 진입하려고 했던 것이 얼마나 민주주의 국가에 있을 수 없는 큰 일이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알면서도 애써 자기 잘못에는 눈 감고 본인 지지층을 결집하려고 하는 것 같고요. 그러다 보니까 본인은 잘못한 것이 없고 본인을 수사하려고 하는 공수처, 검찰, 경찰 다 썩었고 영장을 발부해 준 법원도 썩었고 본인의 여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헌법재판소도 썩었고 국회도 썩었다는 거죠. 그래서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고립무원의 형국으로 홀로 서 있다고 저는 평가합니다.”

"윤석열 지지층 못 버리는 국민의힘 의원들...한국 정치 수준, 정말 최악"

- 국민의힘 의원 30여 명이 15일 아침에 한남동 관저 갔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비상계엄 이후의 사태들을 보면서 아쉬운 것이 물론 저희 개혁신당도 더 잘해야 되고 부족한 부분도 많이 있지만 민주당이 너무 조급하고 거칩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인지 뭔지 아니면 지금 잡은 승기를 최대한 빨리 끌고 가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쉽게 이기려고 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너무 조급해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내란이라는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저질렀는데도 오히려 보수층 결집이 유발됐고 보수층 결집이 유발되다 보니까 국민의힘 의원들도 윤석열을 쉽게 못 버리는 겁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윤석열을 지지하는 걸로 보이는 윤석열 지지층을 못 버리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한국 정치의 수준이라는 게 정말 최악의 형태로 퇴화해 버린 겁니다.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을 여당의 의원들 그것도 숫자로 치나 존재감으로 치나 주류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감싸고 돌죠. 왜 그러냐 하면 ‘이렇게 해도 사람들은 이재명을 싫어하고 민주당을 싫어하기 때문에 우리를 지지해 줄 거야’라는 믿음이 있고 이 지지층을 끌고 가는 것이 결국 향후 대선 국면에서나 아니면 본인들의 총선 경선 국면에서 본인들에게도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거거든요. 저도 야당의 일원으로서 더 잘했었으면 하는 부분들도 있죠. 저도 굉장히 거칠게 밀어붙인 부분들도 있습니다만 그런데 주요하게는 민주당이 이 비상계엄 이후에도 중도층 국민 내지는 보수층에서도 윤석열의 이런 행태에 실망한 국민들을 완전히 사로잡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국민의힘이 더 결집하고 또 그 결집이 주로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지지자들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었기 때문에 굉장히 이게 슬픈 일입니다. 우리가 상대방과 싸우면서 닮아간다고 하는데요. 보수 지지층의 입장에서 이재명이라는 인물의 수준이 너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과 싸우기 위해서라면 우리 편이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감싸줘야 한다는 생각들이 작동합니다. 물론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입장에서는 ‘우리 잘못이냐? 억울하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서로 잘하는 상향 평준화의 정치가 지금 잘 안되고 있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차라리 이재명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서 민주당이 탄핵이라든지 윤석열의 사법 처리를 촉구하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 되기 위한 욕심 때문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하라는 주문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게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이재명 대표가 그걸 할 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요구는 하지 않고 있지만 결국 그것이 저는 이번 사태에서 생각보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쉽게 흩어지지 않고 또 지금의 국민의힘 의원들도 굉장히 뻔뻔하게 내란 수괴를 옹호하는 행동 이어가고 있는 원인 중 정치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근데 어쨌든 대행 체제를 가능하면 빨리 끝내고 대통령이 국경을 운영해 가는 체제로 가는 게 나라를 위해 좋은 거 아닌가요?

“저도 당연히 동의하고요. 신속한 헌법재판의 진행에 대해서 여러 차례 저희 개혁신당도 촉구한 바가 있습니다. 당위론적으로는 그게 맞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봤을 때 국가의 안정을 위해서 대선 빨리 해야 한다는 정당한 요구가 마치 이재명 대표의 판결 이전에 대선 치러야 한다는 사익적 요구와 겹쳐 보입니다.”

- 지난주 국회에 백골단이 나타나서 논란이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제가 이번 비상계엄 이후에 미쳤다는 표현을 너무 많이 썼습니다. 저도 너무 제가 거친 표현을 자꾸 쓰게 되는 거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지만 국회 기자회견장에 백골단을 부른다는 건 미쳤다는 말밖에는 쓸 수 있는 단어가 잘 없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제정신이 아닌 겁니다. 그리고 제대로 잘 몰랐다는 건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고요. 국회의원이 다른 단체의 엄중한 시국에 기자회견을 함께 하면서 그 단체의 명칭이나 제대로 된 활동을 몰랐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탄핵, 빠르면 2월 말 조금 늦으면 3월 중순경 나올 것으로 생각”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사진=천하람 제공)

- 야 6당이 내란 특검 재발의하자 국민의힘도 특검법 발의한다고 하잖아요. 어떻게 보세요?

“굉장히 약한 내용으로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안이 나와서 실제 발의가 된다면 저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협의해서 저는 타협점 만들면 제일 좋고 그러지 않더라도 지금의 야 6당이 내놓은 안 자체도 사실 제 입으로 이런 말 하면 하기 그렇지만 예전부터 제가 하자고 했던 방식입니다. 제3자 추천 방식이거든요. 물론 저는 이런 걸 볼 때마다 진작 이렇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한 건 야당들이 이미 여당을 굉장히 배려하고 양보하는 안을 낸 겁니다. 그래서 야 6당 안이 표결 처리된다고 하더라도 기명 투표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찬성하기 쉽지 않아도 혹여 거부권 행사가 돼서 재표결이 이루어진다면 기존보다 딱 두 분만 더 찬성하시면 되거든요. 200명 이상의 의원들의 찬성을 받을 거예요. 그리고 최상목 권한대행 입장에서도 이번 야당 안은 거부권을 행사할 그렇게 명분이 사실 크지 않습니다.”

- 탄핵 심판 1차 변론이 14일 있었데 4분 만에 끝났죠. 어떻게 보셨어요?

“제가 재판 해보면 본인이 이길 것 같고 승기 잡은 재판에 안 나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길 것 같고 본인 주장이 타당해서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가 굉장히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보통 나오려고 합니다. 윤 대통령도 본인의 주장이 타당하고 비상계엄이 아무런 문제가 없고 탄핵 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게 문제라고 얘기했었는데 그게 그 주장이 타당하고 논리적이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왔을 겁니다.”

- 14일 안 나온 건 체포될까 봐 무서워서 아닌가요?

“저는 그런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극단적으로 꼭 본인이 헌법재판소에 출석해서 변론하고 싶었다면 저는 경호처와 공수처가 협의해서 헌법재판에 참석하고 왔다 갔다 하는 동안에는 체포하지 않는 정도로 협의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협의 요청한 바도 전혀 없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을 보면 체포당할 두려움도 물론 있었겠지만, 헌법재판에 응해서 거기서 헌법재판관들의 굉장히 준엄한 질문에 제대로 답할 용기가 없었던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의원님 보시기에 탄핵 심판 결론 언제쯤 나을까요?

“저는 빠르면 2월 말 조금 늦으면 3월 중순경 생각합니다.”

- 지금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헌재가 탄핵 심판 결론 내렸는데 윤 대통령이 불복할 경우잖아요.

“지금 봐서는 윤 대통령이 불복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윤 대통령이 불복하더라도 나머지 국가기관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사실 큰 문제는 없습니다. 물론 대통령을 지낸 분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승복하지 않는다고 하면 국가적인 망신이고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로서도 굉장히 슬픈 일입니다만 현재로 봤을 때 경호처라든가 대한민국 국군의 일부라든가 이런 사람들이 윤석열과 동조해서 헌법재판 불복에 힘을 합칠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헌법 질서가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생각해요.”

"허은아 대표나 저 같은 사람들 2선으로 물러나고 선거기획단 중심으로 선거 준비해 나가면 분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

- 다른 얘깁니다만 최근 개혁신당 내홍이 심한 것 같은데 어떤 상황인가요?

“정당이라는 것이 크든 작든 운영하는 사람들 사이에 정치적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시스템적으로 잘 해결하느냐의 문제일 것인데 저희는 나름대로 그런 시스템이 작동할 거로 생각합니다. 저는 내부에서 대화하고 타협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 계속 노력할 생각이고요.

그런 겁니다. 허은아 대표께서는 이준석 의원이 상왕 노릇 하려고 한다고 하시는데 개혁신당에서의 이준석 의원의 존재감이라는 건 사실 절대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준석 의원이 상왕 역할 하려고 했다면 당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준석 의원이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은아 대표의 공간도 있었던 것이고 이런 분란도 있는 거죠.

그리고 자꾸 허은아와 이준석 간의 다툼으로 허은아 대표는 프레임 만들려는 것 같은데 실제 가장 먼저 허은아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서 문제제기 했던 건 당직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허은아 대표 리더십의 문제점 그리고 혹시 조기 대선이 있게 된다면 허은아 대표 체제에서 대선을 잘 치러낼 수 있을까란 우려들이 당내에서 겹쳐 발생한 문제라고 말씀드립니다.”

- 외부에서 보기에는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쫓겨나는 과정과 지금을 똑같이 보거든요.

“외부에서 그렇게 보실 수 있다는 건 저도 크게 부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사실 다른 부분들이 분명히 있고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예를 들면 윤리위를 동원한다든지 하는 형태가 아니고 민주적인 절차 또 시스템 통해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이런 파열음이 저도 개혁신당 지지자나 당원 등 기대하시는 분들에 죄송스러운 건 맞지만 정당이라는 것이 너무 한 목소리만 내는 것도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당의 방향성이나 또 리더십에 옳고 그름에 대해 일정 부분 파열음이 날 때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이걸 저도 최악이 아닌 형태로 잘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그러면 의원님이 생각하는 해결 방안이 뭘까요?

“이미 4월에 재보궐 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선거기획단 같은 형태의 기구 띄우면서 지금 분쟁 겪고 있는 허은아 대표나 저 같은 사람들은 다 같이 2선으로 물러나고 선거기획단 중심으로 선거 준비를 해 나가게 된다면 지금의 분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