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크게 바꿀 수 있다
백승종의 역사칼럼
"철학자들은 이 세상을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우리는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훔볼트대학교 본관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그 대학 출신의 명인 칼 마르크스가 한 말이라고 하지요다. 그렇습니다! 잘난 사람들은 세상 일에 관해서는 얼마든지 이렇다, 또는 저렇다라고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지요. 그들은 이른바 철학자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불과 50일 전만 하여도 한국에서는 모든 변화의 가능성이 질식된 상태였습니다. 그때도 시민들은 "변화"의 가능성을 믿고 길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아직도 혼란의 안개가 제대로 걷히지 않았습니다만, 우리는 확신합니다. '변화는 가능하다!'입니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는 독재자와 그의 수하인 일부 검찰과 못된 관료들에게 멱살 잡힌 상태로 꾸역꾸역 잔명을 잇는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시간은 이미 지난 일이 되었습니다. 저들은 역사를 너무 단순하게 보았고, 자신들의 알량한 권력을 과신하였습니다. 그런데 역사가로서 저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시민이 변화를 진정으로 원하기만 한다면, 독재는 언제든 무너지고 맙니다. 정치체제를 아무리 교묘하게 조작해도 그 이치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변함이 없습니다.
일찍이 공자는 말씀하기를, "정치란 그 효과가 매우 빠른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시민의 생각이 하나의 새로운 구심점을 향해 모이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세차게 불던 역풍이 갑자기 순풍으로 바뀝니다. 오랜 가뭄에도 시원한 빗줄기가 힘차게 쏟아져 내립니다. 그것이 진리입니다.
시민은 어리석어 보일 때가 많아도 가장 신통한 존재입니다. 시민은 가장 나약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흐름을 단숨에 바꾸어 놓고야마는 진정 위대한 존재인 것입니다. 모든 권력은 시민에게서 나오는 법입니다. 설사 누군가 헌법에서 그런 구절을 지워버린다 해도 만고에 변치 않는 하늘의 명령입니다.
/백승종 객원논설위원(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