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에 ‘땅 짚고 헤엄치기 특혜' 준 자치단체장들, ’동주공제(同舟共濟)’ 하기로 한 건가?

토요 시론

2025-01-18     박주현 기자

사상 초유의 '12·3 내란 사태'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탄핵 정국 속에서 온갖 해괴한 일들이 잦다. 전북지역에서는 두 자치단체가 지난 연말 어수선한 틈을 타 한 민간개발업체에 막대한 특혜를 안겨 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양태가 더욱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연말 전주시와 부안군은 같은 그룹 계열의 민간기업에게 '땅 짚고도 헤엄칠 수 있는 특혜를 주어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라는 지방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푸념이 새해 벽두까지 새나오게 하고 있다. 두 지역 자치단체장들은 모두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과 3선을 노리고 있어 선심성 특혜 논란을 선거기간 내내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매우 복잡하고 심각해 보이는 부안군의 사례는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특혜성 자녀 취업 논란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지적이어서 연초부터 지역사회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돼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부안군, 변산휴양콘도 부지 매매 잔금 기일 2년 넘게 연장 이어 군수 아들 취업 논란까지…갈수록 커져가는 ‘특혜 의혹’

부안군 변산해수욕장에 들어설 ㈜자광홀딩스 관광휴양콘도 조감도.(사진=부안군 제공)

부안군이 변산 관광휴양콘도 조성사업 사업자인 ㈜자광홀딩스에 부지를 비교적 저가 감정가에 매각한데 이어 연체료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연말까지 부지 매매대금(280억여원)의 납부일을 2년 가까이 연기해 주어 특혜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권익현 군수 아들이 이 회사 주요 부서에 채용돼 근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형국이다.

게다가 부안군은 지난해 12월 30일 군정조정위원회를 열어 해당 기업에 특혜를 주는 안건을 승인하면서 세간의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자광홀딩스가 미납 중인 토지대금 및 연체 이자 등 270억원 가량을 올해 10월말까지 다시 조건부 연장 승인해 준 때문이다. 부안군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자광홀딩스가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대금을 납부하겠다고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재차 연기해 준 내막을 두고 특혜 의혹이 난무하다.

이 과정에서 권 군수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군의회의 지적이 곧바로 나왔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의심이 가게 한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한 군의원은 “자광홀딩스의 대금 납입 소식을 12월 31일까지 기다렸지만 아무 말이 없었다”며 “이상해서 해를 넘겨 담당 부서 과장에게 질의했더니 ‘지난해 12월 30일 군정조정위원회를 열어 납부 기한을 올해 10월까지 연장 승인했다’고 답변했다고 들었다”고 말하면서 “한 마디로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자광홀딩스가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부안군에 내기로 약속했던 변산해수욕장 관광휴양콘도 조성부지 대금과 지연 이자 등 270억원 가량을 납부하지 않아 사달이 났지만 군은 270억원을 세입으로 추계 편성하지 않고 135억원만 편성해 군의회가 이를 뒤늦게 알고 발칵 뒤집힌 모양새다. “부안군이 군민은커녕 군의장 등 군의회 등 어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은 채 군정조정위원회를 소집해 민간기입인 자광홀딩스에 '납입 기한 10개월 연장'을 연말 선물로 준 것”이라며 군의원들이 분을 삭히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군의회 안팎에선 “부안군이 자광홀딩스의 대금 납입 기한을 전격 연장 조치한 것은 부안군수 의중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조치로 의심된다”며 군수 아들의 특혜성 채용 의혹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논란을 부추기고 있을 정도다. 

지방의회와도 협의 없이 ㈜자광홀딩스에 막대한 특혜 주는 이유는?

부안군의회 입구 전경.

부안군이 변산 관광휴양콘도 조성사업체인 자광홀딩스에 부지를 비교적 저가인 감정가에 매각한데 이어 연체료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권 군수 아들이 이 회사 주요 부서에 채용돼 근무한 사실까지 알려져 지역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부안군은 2022년 4월 변산해수욕장 관광지 사업으로 조성된 휴양콘도 부지에 관광 휴양콘도를 조성할 목적으로 민간사업자인 자광홀딩스와 투자협약을 맺을 당시만 해도 민자유치 실적을 자랑하며 많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그후 행정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해 7월 실시협약을 맺고 변산면 대항리 612번지에 2026년까지 2,004억원을 투자해 리조트 등을 조성하기로 한 민간기업 자광홀딩스는 다름 아닌 전주시 옛 대한방직 부지에 6조원대의 개발투자를 하겠다며 초기부터 숱한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주시와 사업을 밀어붙이는 ㈜자광과 같은 그룹 계열사란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이 사업을 위해 부안군으로부터 자광홀딩스가 매수한 부지는 4만 3,887㎡로 1만 3,276평에 달하며 매매대금은 265억 5,180여만원이다. 평 단가로 환산하면 평당 약 200만원 선이라고 한다.

그런데 빠른 행정 절차와 다르게 매매 계약이 2022년 12월 20일 이뤄진 이후 계약 시 계약금 10%인 26억 5,000여만원만을 낸 것 외에 중도금 등이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2023년 3월 20일로 정한 중도금 납부일, 또 매매 대금의 40%인 106여억원 등 나머지 잔금을 내기로 한 2023년 6월 납부 기한을 모두 어긴 것이다. 계약조건 대로라면 잔금이 치러지지 않을 경우 6개월 연장한 후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지만 부안군은 어찌된 영문인지 계속 연기해 줌으로써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계약대로라면 2023년 6월에 매매 대금인 260억원 전액이 부안군에 납부돼야 마땅했지만 자광홀딩스는 약속과 달리 계약금 10%만 낸 후 중도금과 잔금을 아직도 내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어설프기 짝이 없다. 그런 사이에 관계사인 (주)자광은 전주시에서는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옛 대한방직 부지 공장용지를 상업용지 등으로 변경해 대규모 개발을 하겠다며 전주시와 개발에 관한 협의를 밀어붙였다. 반면 자광홀딩스는 2023년 3월에 지켜야 할 첫 번째 약속인 중도금은 물론이고 2023년 6월에 내야 할 잔금도 내지 않고 계약에 따라 연체료를 내는 조건에서 6개월 뒤인 2023년 12월로 기한을 연장했지만 이 마저도 지켜지지 않아 양 지역 시민사회계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무엇보다 부안군은 서류로만 계약했지 사실상 모든 약속을 어긴 셈이기 때문이다. 마땅히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몰수해야지만 부안군은 잔금일을 1년 뒤인 2024년 12월로 연장해 주고 지난해 연말 또 다시 2025년 10월로 총 2년 4개월을 미뤄주었다. 이게 특혜가 아니라면 무엇이 특혜란 말인가. 부안군수의 아들 채용 시기가 부안군과 자광홀딩스와의 변산 관광휴양콘도 부지 매매계약 체결 시기가 겹치면서 특혜 채용 등 뒷거래 의혹까지 제기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란 지역언론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부안지역 풀뿌리 언론인 부안뉴스는 1월 10일 “권 군수 아들 권 모씨가 2022년 초 자광 주요 부서에 채용돼 근무하다가 2023년 11월 퇴사했다”며 “약 2년간 근무한 것이지만 문제는 권씨가 자광에 채용된 시기와 부안군과 자광과의 관광휴양콘도 부지 매매계약 체결 시기(MOU 체결 2022년 4월 26일, 실시협약체결 2022년 7월 13일, 부지 매매계약 체결 및 계약금 납부 2022년 12월 20일)가 겹친다는 점이다”고 보도해 파장을 던졌다.

또 해당 언론은 “비교적 싼 가격에 변산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콘도 부지(4만 3887㎡)를 매각한 것도 모자라 1년 반이 넘도록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하지 않았음에도 묵인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연체료마저 단 한 차례도 납부하지 않았는데도 계약을 해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강조해 특혜 논란을 키웠다.

부안군수, 3선 도전 앞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권익현 부안군수가 1월 9일 신년 언론인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부안군 제공)

당초 매매 계약대로라면 자광홀딩스는 2023년 3월 20일 중도금 106억월을 납부하고, 그해 6월 20일 잔금 132억 7,000만원을 납부했어야 하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또 이 기간에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하지 않을시 부안군은 6개월 동안 연체료를 부과한 뒤 2023년 12월 30일이 지나면 계약을 해제 했어야 한다. 게다가 자광홀딩스는 지난해 연말까지는 중도금과 잔금, 연체료 등을 모두 납부했어야 했는데 다시 올 10월까지 연기해 준 부안군의 처사에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도대체 자광홀딩스란 민간기업이 어떻게 했길래 질질 끌려다니며 특혜 소릴 듣는지 부안군수는 명백히 해명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 팽배한 건 너무 당연하다. 3선 출마 의지를 밝힌 권 군수는 이와 더불어 아들 취업 관련 특혜 논란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권 군수는 이와 관련 일부 언론에 “아들이 자광에 입사했지만 당시 몇 년간 사업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홍보업무는 침체됐고, 아들은 다른 길을 모색했다. 결국 퇴사해 공무원 채용시험을 준비했고, 합격해 근무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현직 군수가 3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상황에서 지역사회에 제기된 ‘특혜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안군수가 3선 도전에 앞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일각에선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의혹 사건에서 불거진 ‘곽상도 50억 클럽 사건’과 또 다른 ‘김성태 국민의힘 전 의원 자녀의 KT 특혜 채용 의혹 사건’ 등을 떠올리며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마당에 보다 정확한 조사와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부안군의 이러한 민간기업 봐 주기와 특혜 논란과 관련해 부안군의회에서조차 “원칙에 맞게 대응해야 마땅하지만 업자 말만 믿고 사정만 봐주며 끌려 다닌다”는 지적과 함께 “개인 대 개인 같으면 벌써 계약이 파기됐다. 2년이 넘도록 묵인해 준다는 것은 그 회사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할 정도다. 어물쩍 해명하며 쉽게 넘어갈 사안아 아닌 중대한 사안임에 분명하다.

전주시, 특혜 시비 속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속도’…㈜자광에 '의심의 눈초리' 여전한 까닭은?

전주시 효자동 일원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전경.

부안군에 이어 전주시도 지난 연말 민간기업에 큰 선물을 안겨주어 땅 짚고 헤엄치게 해주었다는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전주시는 말 많고 탈 많은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공공기여 및 사업 시행을 위한 협약'을 민간기업과 전격 체결했다. 한해가 가기 직전 어수선한 시국 상황에서 개발 협약을 체결한 민간기업은 바로 부안군에서 특혜 논란을 일으킨 자광홀딩스와 같은 그룹 계열사인 ㈜자광이란 점에서 세간의 싸늘한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공업용지를 상업용지 등으로 전환해 천문학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곳이어서 초기부터 특혜 시비에 이어 최근까지 짜맞추기 감정평가 논란 외에 도시계획 변경 과정에서의 월권·행정 미숙 논란, 개발 시행사인 ㈜자광의 '기한이익상실'(EOD, event of default, 대출금 조기 회수) 발생으로 인한 극심한 자금 경색 등이 문제점으로 잇따라 지적돼 왔지만 전주시는 결국 해당 민간기업에 개발권을 내주었다.

전주시는 “용도변경에 따른 토지가치 상승분을 포함한 총 3,855억원을 납부하고 사업계획을 반드시 이행하기로 약속했다”고 강조했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시의원들 사이에는 “자금 사정에 적색 신호가 드리워 시공도 못하고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온갖 특혜와 행정 업무를 월권하면서까지 민간업체에 개발권을 쥐어주며 힘을 실어주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떨구지 못하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1월 8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전주시 제공)

서양 속담에 'We are all in the same boat'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뜻이다.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동주공제(同舟共濟)’와도 같은 의미다.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뜻이지만 누구와 같은 배를 타고 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전주시와 부안군의 사례만 보더라도 민선시대에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단 한 건의 민자유치 실적이 절실한 상황에서, 혹은 더딘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민간개발업체와 불가피하게 한배를 타기 쉽다. 하지만 누군가 흑심(黑心)을 품은 채 한배를 탔거나 어느 한 쪽으로 쏠릴 특혜를 지녔다면 그 배는 분명 순탄한 항해를 할 수 없을 것이 자명하다.

중도에 멈추거나 뒤집어지면 그 배에 함께 타고 있는 선량한 다른 사람들이 손해를 보거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속담과 성어를 전주시와 부안군 두 자치단체장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자칫 본인은 물론 지역사회 전체에 큰 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부디 내년 지방선거용이 아니길 많은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거나 결코 가벼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