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언론을 ‘입틀막’하려 하다니
토요 시론
지역에서 조그마한 언론사를 운영하니 만만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거대 자본력을 앞세워 툭하면 대형 법률사무소(로펌)나 자사 운영 변호인단을 앞세워 비판 기사를 내려달라(삭제)며 협박성 요구를 하거나, 자사 비판 기사를 쓴지 불과 한달여 만에 ‘저작물 사용’을 트집 잡으며 겁을 주려는 등의 사례가 심심찮다.
이제 겨우 5년 째인 지역 인터넷 언론이지만 <전북의소리>의 성역 없는 비판과 감시는 진실과 정의, 공정하고 따뜻한 지역사회를 위한 책무라는 사실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 그 대상은 누구도, 어느 곳도 예외일 수 없음을 이미 밝혀왔고 뉴스 콘텐츠로 꾸준히 실천해 왔다. 공공기관과 언론사들, 특히 지자체들은 그래서 늘 불편해하고 있지만 이러한 불편함 없이는 시민들의 알 권리 충족과 주민들의 편안한 삶, 공정하고 정의로운 지역사회는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사회적 중요 가치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지역에 본사를 둔 16개 일간지와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사들, 수백개의 주간지·인터넷 매체들 외에 서울에 본사를 둔 일간지, 방송사, 통신사, 인터넷 언론사 등이 우글거리며 언론 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회적 공기(公器)가 아닌 흉기(凶器)란 소릴 자주 듣거나 심지어 막대한 주민 혈세를 지원받으며 주민 편보다는 관공서나 지자체 편에서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공존관계’를 유지하며 제대로 된 언론 역할을 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기 일쑤다. 왜 그럴까?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공존관계' 유지...제대로 된 언론 역할 찾기 힘들어
권력과 자본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견제·감시 기능이 무뎌지는 순간 그 사회는 건강성을 금세 잃게 되고 대신 비리와 부조리, 불공정과 부정의가 만연해진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다행히 우리 지역에는 인구 대비 다른 지역들보다 많은 언론을 비평·감시하는 시민단체가 있다. 바로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은 언론을 바로 세우고 언론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1999년 창립한 이후 건강한 눈과 목소리로 꾸준히 권언유착, 정언유착, 독과점 등을 과감히 고발하고 시정케 해줌으로써 든든한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비록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금세 흘려버리거나 싸늘한 시선으로 쏘아보며 눈엣 가시처럼 여기는 언론사들, 기관·단체들도 있지만 그 역할을 누군가 하지 않으면 지역사회는 부패와 부정이 난무하고 왜곡과 호도, 비리가 창궐할 것이다. 이에 성역 없는 감시와 비판 대상에 언론도 예외로 두지 않고 창간부터 줄곧 실천해 온 <전북의소리>는 전북민언련의 이러한 지역언론 감시·비평을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단체의 보고서와 분석 자료 등을 더 많은 시민(독자)들에게 알리는 데 주저하지 않아왔다.
당장 듣기에 거슬리겠지만 실제로는 유익한 쓴소리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조그만 빈틈도 파고드는 지역 언론사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자사 우월주의’에 심취된 언론사들은 이를 곱게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전북민언련의 이러한 활동 내역을 보도하는 것 외에 더욱 더 쓴소리로 지역 언론을 감시·비판해 온 <전북의소리>에 항의와 협박은 물론 공갈 전화 또는 주변 사람들을 동원해 동종 언론사 간 선전포고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묵묵히 본연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내기 위해 흔들림 없이 운영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에 더해 서울에 본사를 둔 일부 언론사들 중 대형 로펌을 앞세우거나 자사 변호인단을 통해 심심치 않게 협박성 문제 제기를 해오는 경우가 왕왕 있다.
대형 로펌·자사 변호인단 앞세워 협박성 문제 제기 심심찮게 발생, 이유는?
언론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주된 기능 중에는 해당 언론사에서 발행·유포한 콘텐츠(기사, 사진, 이미지 등)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거나 왜곡된 경우, 또는 지역 언론사들과 제휴해 지나치게 관에 의존하거나 기대어 왜곡된 기사를 내보내는 경우 관련 사례를 캡처(capture) 또는 인용해 비평(판)에 쓰이는 것은 그동안 보편적으로 행해져 왔다.
그런데 이러한 비평·비판 기사를 트집 잡으며 ‘저작권을 위반했으니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겠노라’며 공문을 통해 으름장을 놓거나 금전적 배상 합의를 요구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사 콘텐츠의 유료 회원 언론사로 등록을 유도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으니 볼썽사나운 행태와 경쟁이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서울에 본사를 둔 이러한 언론사들 중에는 한해 동안 전북자치도 등 지역에서 수천만원 또는 수억원의 공적 예산을 광고·홍보비 등으로 챙기는 것도 모자라 매년 수배 이상 늘려 받아가면서도 그 이유를 정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언론사들도 포함돼 있는 것을 보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지자체들에게 막대한 광고 또는 홍보 예산을 지원받아 자사의 배를 채우고 대신 배를 채워주는 지자체들을 보호하거나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를 위해 비판 기능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심지어 서울 어느 대형 로펌 소속 변호인은 자신을 ‘전직 지역 검찰청 간부 검사 출신’이라고 소개하며 위세를 떤 뒤 ‘공공기관(공인)과 관련된 비판 기사 일부를 삭제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거나 ‘법정에서 만날 수 있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하는 걸 보면 과거와 다르게 비판 언론을 길들이거나 재갈을 물리려는 수단·방법이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케 한다.
첨단 디지털 뉴미디어 시대 지역 언론계 현실 암담...’관언유착’ 더욱 강화
특히 첨단 디지털화된 뉴미디어 시대에도 언론이 언론을 ‘입틀막’하려 하다니 난세는 난세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적 자금인 전북자치도를 비롯한 시·군의 광고·홍보 예산을 지역 언론사들보다 훨씬 많이 가져가면서도 정작 지역 주민들에 기여하는 바는 별로 없이 대부분 관에 의존하는 홍보성 기사를 주로 내보내는 서울 본사 체제의 일부 언론들이 지역에 본사를 둔 비판 언론에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라면 큰 착각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감시와 비판의 눈은 더욱 매서워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이처럼 언론 지형과 관공서 언론 대응 행태가 날로 변해가는 데도 지역에 본사를 둔 대부분 언론사들의 현실은 더욱 암담하기만 하다. 토호세력 또는 특정 유지의 사적 소유물로 전락했거나 오로지 관에 의존하는 언론들은 언론 본연의 책임과 임무를 다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독자 없는 신문을 양산하고 지방정부와의 유착을 더욱 강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그러다 보니 주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막대한 공적 자금인 광고·홍보 예산이 우호적 언론 관계 형성을 위한 자치단체장들의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는 따가운 비판이 어느 지역에서나 유효한 실정이다. <전북의소리>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됐듯이 지역에서 조성된 공적 예산이 서울에 본사를 둔 언론들에 매년 천문학적으로 유출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공적 예산에만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는 언론에게서 참언론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하다.
공적 예산을 집행하는 지자체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은 물론 정의롭고 신뢰할만한 결과를 이뤄내는 것을 철칙으로 여겨야 한다. 또 하나같이 공정보도(公正報道), 정론직필(正論直筆), 불편부당(不偏不黨)을 사시(社是)로 내세운 언론들이야 말로 국민 알 권리 충족을 위한 제 역할에 보다 충실하길 바란다. 전북에 이러한 행정과 언론들만 있다면 <전북의소리>는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사라질 테니 말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