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지사, 반대 여론 우세 불구 ‘전주·완주 통합 추진' 이어 ‘새만금특별지자체 출범’ 강공 드라이브…"정치력 시험대", "뭘 믿고 저러나?"

이슈 진단

2025-01-08     박주현 기자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을사년 새해를 맞아 다시 한번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새만금특별지자체) 출범'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연속 도전 의지를 밝혔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을 제대로 의식한 것인지 의문이란 지적과 함께 무리한 강공책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선 재선을 염두에 둔 그의 정치력을 스스로 시험대에 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지사는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주·완주 통합과 관련해서는 완주의 시민사회단체에서 찬성단체의 중심으로 107개의 미래비전을 발표해 전주시에 제출한 상태"라면서 "일부는 굉장히 도전적인 사업도 있는데 가능한 부분이 수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뒤 "양 지역의 통합을 전제로 한 조례를 통해 '완주군민들의 우려'도 종식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 지사 “전주·완주 통합 전제 조례…우려하는 일들 벌어지지 않게 사전에 조치 취할 것”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올 한해 도정 방향을 제시했다.(사진=전북자치도 제공)

이어 김 지사는 "오는 2월 이내에 완주군민들이 염려했던 복지혜택 감소, 1인당 예산 감소, 혐오시설 배치' 등 우려를 방지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할 것"이라며 "통합을 전제로 한 조례를 통해 우려하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사전에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유의식 완주군의회 의장은 "2025년은 완주·전주 통합 논란을 종식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완주군 지역의 통합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했다.

앞서 유 의장은 지난 연말 제289회 완주군의회 제2차 정례회 개회사에서도 “김관영 도지사의 실망스러운 행보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지난 7월에는 전주시와 완주군이 통합되면 특례시로 지정해서 도지사의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다고 나서더니 열흘 전에는 한발 더 나아가 '전북특별자치도 통합 시·군 상생발전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발표하고 사실상 완주·전주 통합을 밀어붙이겠다는 취지성 자료를 제시하며 도민 설득에 나섰다”고 비판한 뒤 “김 지사의 일방적인 완주·전주 통합 추진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희태 완주군수도 통합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유 군수는 지난달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탄핵정국 속 일방적인 통합 추진은 주민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완주군·의회 “일방적 행정통합으로 인한 주민 갈등 우려...반대”

완주군청사 전경.(사진=완주군 제공)

앞서 유 군수는 통합반대대책위원회에서 제출한 3만 2,785명의 통합 반대 서명부와 완주군 관련 의견서를 함께 전북특별자치도에 전달한 바 있다. 의견서에는 △일방적인 행정통합으로 인한 주민 갈등 우려 △의회 및 각 사회단체의 지역 여론 △익산권을 포함한 광역권 대안 제시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유 군수는 또 전주·완주 통합에 대한 지역 내 반대 여론을 지방시대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 지사는 전주·완주 통합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취임 초부터 강하게 밝혀왔지만 겹겹이 쌓인 난관 앞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올 초 다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힘으로써 난관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주시와 완주군은 1997년, 2009년, 2013년에 행정구역 통합을 시도했으나 모두 완주지역의 반대로 무산된데 이어 지난해 다시 통합 논의 불씨가 급속도로 재점화된 양상이다. 

“새만금특별지자체 출범 위해 군산·김제·부안 자치단체장 결단” 촉구

민선 8기 김관영호 전북도정의 또 다른 난관은 김 지사가 취임 초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지지부진한 새만금특별지자체 출범이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새만금특별지자체를 출범시키려 노력했지만 군산과 김제의 관할권 다툼이 심화되고 있어 잘 진행되지 않고 있어 유감"이라고 밝힌 뒤 “군산·김제·부안의 3개 지방자치단체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군산과 김제 모두 상생하는 마음으로 한발씩 양보해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새만금 관할권을 가지고 갈등의 소재로 삼으면 갈등이 봉합되고 상생의 길로 나가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취임 초부터 새만금과 접해 있는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이 순환 체제로 운영하는 새만금특별지자체 설립을 강하게 추진하고 나섰지만 진척은 별로 없다. 지역 간 갈등을 해소하고 새만금을 신속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특별지자체가 필요하다는 의지만 앞설 뿐 군산시와 김제시의 대립과 반목은 오히려 심화되는 형국이다.

그런데 올들어 김 지사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력한 통합 의지를 피력하자 전북자치도는 기다렸다는 듯이 새만금특별지자체 추진 계획안을 즉각 내놓아 시선을 다시 끌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새만금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인 군산과 김제, 부안이 동등하게 참여해 기획·행정부터 관광·체육, 산업·경제, 건설·교통, 환경·안전, 농업에 이르기까지 6개 분야에서 47개 협력사무를 맡는다는 것이다.

또한 3개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새만금사업에 대응해 새만금의 신속한 발전을 꾀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그러나 지자체들 간 견해차로 새만금특별지자체 출범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오래 전부터 군산시와 김제시가 새만금 SOC를 두고 관할권 다툼을 벌이며 여전히 반대해 온 때문이다.

이에 반해 부안군은 "우선 출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동서도로 등 새만금 관할권 갈등으로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군산시와 김제시 양 지역 의회 등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갈등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팽팽한 신경전이 오가는 상황이다.

군산·김제·부안 3개 시·군 "행정구역 확보 더 중요"...민선 7기부터 반복, ’치킨게임’ 양상

새만금 '만경 7공구' 공유수면 매립지 위치도.(행정안전부 제공)

그동안 새만금 행정구역 통합은 커녕 영역을 더 확보하려는 경쟁과 갈등, 마찰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통합시나 메가시티 같은 행정통합이 아닌 우선 지자체 간의 연합체계부터 구축하자는 제안에도 이들 지역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앞서 민선 7기 때부터 해당 지자체들의 합의로 새만금권역행정협의회가 출범해 기대를 모았지만 갈등 속에 논의는 터덕거렸다.

관할권 조정은 행안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 판단에 맡기고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지역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새만금특별지자체 추진이 '치킨게임' 양상까지 보일 정도로 첨예하게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새만금을 둘러싼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의 관할권 다툼은 2010년 시작돼 벌써 15년째 이어오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간척사업으로 불리며 세계에서 가장 긴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시작된 분쟁은 새만금 3호(2.7㎞)·4호(11.4㎞) 방조제를 정부가 군산시에 귀속시키면서 비롯됐다. 이에 김제시와 부안군이 반발하며 대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당시 행정구역이 결정되지 않은 새만금 3·4호 방조제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김제, 부안과 연접한 방조제는 각각 김제, 부안에 귀속시키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결정했다. 행정자치부는 2015년 이를 바탕으로 새만금 1호 방조제는 부안군에, 2호 방조제는 김제시에 할당했다. 

군산 “전북자치도, 분쟁 해결도 못 하고 특별지자체 논의 적절치 않아”, 김제 “특별지자체 구성한다 해도 공동협력사무 한계”

그러나 군산시가 불복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각각 권한쟁의 심판과 ‘새만금 방조제 일부 구간 귀속 지자체 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20년 9월 헌재는 권한쟁의 심판을 각하 처분했다. 대법원도 2021년 1월 “정부의 결정이 위법한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군산시는 같은 해 2월 해당 판결의 근거가 된 구 지방자치법 제4조 제3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는 등 군산시와 김제시는 새로 생긴 새만금 동서도로와 새만금 신항만의 관할권을 놓고 다시 충돌했다.

3개 지자체 간 주장이 상반돼 꼬리를 무는 소송전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을 두고 싸움을 벌이다가 내부 개발이 진행되면서 새만금 동서도로, 새만금 신항만, 남북도로까지 확대됐다. 게다가 매립지의 면적이 늘어날수록 영토 분쟁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소지역주의 갈등이 새만금사업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김관영호 전북도정이 군산·김제·부안 3개 시·군이 상생발전과 새만금 사업 가속화를 위해 새만금특별지자체를 본격 추진한다는 방안을 연초 화두로 끄집어 냈으나 군산시와 김제시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군산시는 "김제와 부안을 합쳐도 군산에 미치지 못하는데 단체장을 돌아가면서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전북자치도가 분쟁 해결도 못 하고 방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지자체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에 맞서 김제시도 김 지사의 제안에 대해 "새만금 관할권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특별지자체를 구성한다 해도 대부분 국가사무인 공동협력사무를 지자체가 처리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난색을 보였다.

군산·김제 수용 여부 '최대 관건'…김 지사 '정치력' 시험대 

새만금 방조제 현장.(사진=새만금개발공사 제공)

이에 반해 부안군은 "관할권 문제와 별개로 특별지자체를 우선 출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부안군의회 등 일부 지역 정치권은 '부안 인근의 새만금 농생명용지의 산업용지 전환'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완전한 찬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임기 후반에 접어든 김 지사는 "군산, 김제, 부안 모두 상생하는 마음으로 한 발씩 양보해 역지사지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세 단체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접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새만금특별지자체의 성패는 결국 해당 자치단체들의 합의에 달려있지만 관할권 분쟁 앞에서 쉽사리 합의점은 도출되지 않을 전망이다. 

새만금 SOC 관할권 결정이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에서 김 자시의 새만금특별지자체 추진 전초전 성격의 3개 시·군과 합동추진단 운영이 제대로 성사될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는 이유다. 3개 지자체와 주민들이 지지한다면 새만금특별지자체 설립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관할권 문제에 강력하게 반발해온 군산과 김제시 측의 수용 여부가 최대 관건이어서 과연 이 문제를 김 지사가 정치력으로 돌파해낼 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했다. 그의 재선 가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