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정국’에 주목받는 ‘군산 무속인’…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계엄 전 30여차례 찾은 내막 ‘섬뜩’

이슈 초점

2024-12-25     박주현 기자
군산시 개정면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이선진 씨가 언론들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탄핵 정국이 갈수록 불안해진다. 특히 ‘12·3 내란 사태’를 주도한 세력이 군을 동원해 국회의 기능을 멈추기 위한 ‘내란’뿐 아니라 북한을 자극해 남북 간 국지전을 유도하는 '외환(외국의 공격)'까지 시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충격과 불안이 크다. 

게다가 내란과 외환을 주도한 세력은 최고 통치권력자이자 군 통수권자인 현직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중요 국가 임무를 맡은 정부와 군 주요 인물들 외에 민간인들까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과 불안의 강도는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12·3 내란 사태' 이후 군산지역의 한 무술인이 언론에 연신 조명되고 있다. 탄핵 정국의 본질을 흐릴 정도로 지나치게 요란한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 세례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해당 무속인이 '12·3 내란 사태’의 진원지인 서울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전북지역이란 점에서 세간을 놀라게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노상원, 계엄 전 30여 차례 군산 무속인 찾은 이유는?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자료사진)

내란과 외환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된 민간인 노상원(육사 41기)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계엄 전 30여 차례에 걸쳐 군산의 무속인을 찾은 것도 놀랍지만 그가 해당 무속인에게 김용현(육사 38기) 전 국방부장관과 관련한 사주와 점을 보거나 계엄을 암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전모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히다.

그가 자주 찾았다는 무속인은 군산시 개정면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이선진 씨(38)로 최근 이씨는 전국은 물론 지역 방송에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인터뷰를 실시해 주목 받고 있다. 이씨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월 노 전 사령관이 점을 잘 본다는 소문을 듣고 처음 찾은 이후 최근까지 무려 30여 차례나 찾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으로 찾아와 현직 국방부장관 등 고위 군 장교들의 미래를 묻는가 하면, ‘올해 어떤 일을 벌일 것’이라며 성패를 자주 물었다고 한다. 이씨는 "노상원이 '이 사람(김용현)이 정말 잘 돼야 된다. 그 일(계엄)이 되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며 "'힘들고 어려울 것 같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씨는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운이 다 끝나 사업적으로 일을 해야한다고 조언했지만 노 전 사령관은 ‘일(계엄)을 탄탄하게 준비하고 있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언론에 전하면서 “노 전 사령관이 '계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일'이라는 표현을 썼고 나중에 뉴스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국방부장관 앞날, 군인들 ‘사주’ 부탁…’배신할 사람 있는지’ 집중적으로 물어"

JTBC 12월 24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이씨는 또 "노상원 씨가 한 번에 A4 용지에 군인 10여 명의 사주를 적어와 점을 봐달라고 했다"면서 "주로 이 사람과 끝까지 갈 수 있는지 배신을 할 사람인지 등을 집중해서 물었다"고도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2022년 2월부터 찾았다는 이 점집은 직접 찾아온 것만 30번 정도라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휴대전화 속에 예약을 확인하는 노씨의 음성 녹음이 40건 넘게 남아있는 것도 언론에 밝혔다. 이씨는 "노 전 사령관이 특히 김용현 국방장관의 앞날을 궁금해했고, 군인 10여명의 이름을 건네며 충성심을 물었다"고 주장했다.

KBS전주총국 12월 24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이씨는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항상 내세우는 거는 김용현이었다. 그분이 뭔가를 해야지 자기가 (대통령실에) 간다고. (군인 명단) 중에 나를 배신할 놈이 있는지를 물었다"며 “또 '계엄'을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초부터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일 거라며 성패를 묻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노 전 사령관이 지목한 ‘어떤 일’의 시점이 올해 여름이어서 계엄을 이 때부터 준비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더구나 당시는 김용현 전 장관이 국방장관에 지명될 시기다. 이씨는 노 전 사령관이 건넨 군인 명단을 적어놓은 노트가 있는지 찾고 있다고 말해 명단이 계엄 가담자들과 일치하는지 등을 확인하면 구체적인 시점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이달 1일에 이어 계엄 당일인 3일에도 전·현직 군 관계자들을 자택 인근인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역 롯데리아에서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리아 ‘햄버거 회동’에서는 자신이 지휘하는 별도의 수사단을 꾸리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 자리에는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본부장과 국방부 조사본부 차장 김모 대령 등 전·현직 국방부 조사본부 장교 등이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JTV 12월 24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대선 때부터 손바닥에 ‘왕(王)’자 새겨 자랑하더니...끊임없는 '무속 의존' 논란, 실망·불안 넘어 '섬뜩'

게다가 ‘12·3 내란 사태’ 기획자로 지목된 노 전 사령관 수첩에서는 ‘백령도 작전’ 관련 내용과 함께 정치인, 종교인, 판사 등이 ‘수거 대상’으로 돼 있으며 ‘사살’이라는 표현도 사용돼 수사당국은 백령도 작전이 사살 계획의 일환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수첩에는 검찰 재직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던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전주을) 이름도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무속인 이씨는 방송들과 인터뷰에서 윤석열·김건희 부부에 대한 언급도 하면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이 될 것이다'고 했지만 노 전 사령은 ‘대중이 알고 있는 생일과 실제 윤 대통령의 생일이 다르다’는 점을 들면서 '절대 탄핵될 일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대통령 선거 때부터 손바닥에 ‘임금 왕(王)’을 새겨 무속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지적을 받아온 윤석열은 대통령 당선 후에도 끊임 없이 무속인들과의 접촉설이 나오더니 비상계엄 선포에 이르기까지 무속 의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부인 김건희 씨의 무속 논란에 이어 주변인들의 무속 관련 민낯까지 드러난 셈이어서 세간을 더욱 놀라게 했다.

그러나 사전에 30여 차례의 점을 보았지만 내란 실행 혐의 등으로 노 전 사령관은 구속된 상태에서 검찰에 송치됐다. 계엄 당일의 '국헌 문란' 상황이 상당 부분 확인된 만큼 수사당국은 '설계자'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 전 사령관을 통해 계엄 모의 과정 규명에 나설 전망이다. 이처럼 탄핵 정국 속에서 실망과 불안을 넘어 국민을 썸뜩하게 하는 일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지 가늠조차 어렵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