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에도 미인 선발대회 고집, 혈세까지 써가며 왜?

미디어 비평

2020-08-28     박주현 기자

시대착오적 언론사 미인대회, '수영복' 심사도 여전 -2019년 6월 8일 <미디어오늘>

세금까지 써가며 언제까지 '아가씨 타령' 할 건가 -2019년 7월 20일 <한겨레>

세금 쓰는 ‘미인대회’ 여전히 진행 중 -2019년 6월 1일 <여성신문>

1년 전, 전국 지자체와 언론사들이 미인선발대회를 잇따라 개최한데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자 서울의 일부 언론들이 이 문제를 조명했다.

무엇보다 ‘성을 상품화하고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미인대회’라는 점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아 왔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국민들의 성 평등 의식과 젠더 감수성 등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많은 미인선발대회가 폐지되거나 축소됐지만 여전히 일부 지자체와 지역언론들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는 이유는 홍보 효과도 있지만 예산, 즉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사를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지자체들은 세금으로 시민들의 외모를 서열로 매기는 우스운 형태가 반복되고 있고, 주최하는 언론사들은 협찬·후원금 또는 광고 효과 때문에 쉽게 놓을 수 없는 사업으로 매년 반복되고 있다.

전북지역 지자체, 언론사들과 미인대회 '전국 2위' 불명예

전국에서 ‘지역축제’라는 이름으로 개최되는 미인대회는 10여 곳에 이른다.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해서 그런지 여성의 성 상품화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표면적으로 ‘미인대회’를 내세우지 않고 ‘향토 문화 육성’, ‘지역 경제 살리기’ 등과 같은 지역 축제와 결합해 열리는 대회들이 많다.

그런데 지자체들이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미인대회를 보면 경북과 전북지역이 유독 많이 개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을 이룬다. 농촌지역이 많다는 점도 같다.

한겨레가 2019년 7월 20일 공개한 '세금까지 써가며 언제까지 '아가씨 타령' 할 건가'  기사 중 자료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경북지역이 영양 고추아가씨대회, 김천 포도아가씨 선발대회, 영천 포도아가씨 선발대회, 안동 한우홍보사절 선발대회, 미스 성주참외 선발대회 등 5개로 가장 많고 전북지역이 4개로 그 뒤를 이었다.

한겨레는 “미스 변산 선발대회와 같은 형태의 미인대회가 ‘지역축제’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전국 10곳에서 열리고 있으며, 이러한 대회에 들어간 중앙·지방 정부의 예산은 연간 약 1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전북도민일보가 주최한 31회 미스변산 선발대회 안내광고

미디어오늘도 지난해 6월 이 문제를 거론하며 전북지역 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뤄 시선을 끌었다.

미디어오늘은 ‘시대착오적 언론사 미인대회, ‘수영복’ 심사도 여전‘이란 기사에서 “특히 향토미인대회가 많이 열리는 전북지역은 지난달 8일 남원시에서 JTV 전주방송 주관으로 ‘전국 춘향 선발대회’가 열렸으며 전북일보와 JTV 전주방송이 공동 주최하는 소충·사선문화제에서도 ‘사선녀 선발 전국대회’가 열렸다”면서 “전북도민일보가 주최하는 ‘미스변산 선발대회’는 지난해(2018년) 29회째를 맞았는데 이 대회는 부안 변산해수욕장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진행됐으며,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2015년 부안군이 미스변산 선발대회에 후원한 협찬금만 5,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성신문도 ‘세금 쓰는 ‘미인대회’ 여전히 진행 중‘이란 기사에서 문제점을 짚었다. “지역에서는 새만금 벚꽃아가씨 선발대회, 밀양 아랑규수 선발대회, 김천 포도아가씨 선발대회, 풍기 인삼아가씨 선발대회, 영양 고추아가씨 선발대회, 안동 한우아가씨 선발대회, 영천 포도아가씨 선발대회, 경산 대추아가씨 선발대회, 영광 굴비모델 선발대회, 연천 율무아가씨 선발대회, 사선녀선발 전국대회 등이 열렸거나 열리는 가운데 대회별로 지자체가 투입하는 예산 규모는 5,000만원 안팎”이라고 보도했다.

그 후 1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인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발생했지만 숫자는 미미하다.

물론 여성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행사를 취소하는 곳도 있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일자 ‘정순왕후 선발대회’ 행사를 취소했으며 단양의 마늘아가씨 선발대회와 제주의 감귤아가씨 선발대회 등은 대회가 폐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인대회를 고집하는 지자체들은 행사에 예산을 지원하는 이유를 ‘지역홍보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속에도 미인대회 행사 집착하는 이유?

전북지역은 ‘새만금 벚꽃아가씨 선발대회’, ‘전국 춘향 선발대회’, ‘미스변산 선발대회’, ‘사선녀 선발대회’ 등이 언론사 주최 또는 지자체와 언론사 간 공동으로 개최되는 행사들이다.

이 외에도 '미스전북 선발대회’가 언론사 주최로 해마다 개최되고 있어 미인대회 숫자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

군산신문이 3월 19일 공지한 안내 광고

이 가운데 올해로 29회째를 맞는 ‘새만금 벚꽃아가씨 선발대회’는 군산신문이 매년 주최해 왔으나 지난 4월 18일 열릴 예정이었던 올해 행사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주최 측이 취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기승에도 불구하고 전북도민일보가 주최하는 미스변산 선발대회와 새전북신문이 주최하는 미스전북 선발대회는 지난 7월과 8월 사이에 치러졌다.

특히 올해 31회째를 맞은 미스변산 선발대회에는 해마다 많은 후원·협찬 외에도 지자체와 지방의회 간부 등 외부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세를 과시해 왔다.

'부안 바다의 아름다움을 전국에 알린다'는 취지로 1989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올해도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 외에도 남원시 광한루 일원에서 매년 4월경 JTV 주관으로 열리는 ‘전국 춘향 선발대회’가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돼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되는 춘향제 행사 기간에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물론 선발 장면을 JTV가 중계한다.

전북도민이로 8월 3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

JTV는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도 전국 춘향 선발대회를 위한 예선접수 및 안내, 변경 등의 공지를 하는 등 예선을 거쳐 2차 합격자 발표까지 마친 상태다.

또한 전북일보와 JTV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사선녀 선발 전국대회’도 올해로 34회째를 맞는 가운데 10월 3일부터 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전북일보는 최근 광고를 통해 이 행사를 적극 알리고 있다. ‘전북일보와 JTV, 사선문화제가 공동으로 열리는 이번 문화제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방역 원칙을 지키며 향토문화축제로 열린다”며 “사선녀 선발 전국대회는 당일 예선과 본선으로 개최된다”고 홍보에 나섰다.

전북일보는 이 대회 참가자격 요건으로 ‘17세 이상 만 25세 이하의 미혼여성과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대한민국 여성’으로 제한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 행사에 매년 예산을 지원해 왔던 임실군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각종 외부행사와 축제를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바람에 이번 행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전북일보는 계속해서 참가를 독려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전북일보가 최근 공지하고 있는 사선녀선발 전국대회 안내 광고

이처럼 코로나19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고강도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언론사들이 미인대회라는 따가운 비판의 시각이 뒤따르는 행사들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행사를 치름으로써 들어오는 광고와 협찬금 수입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조금 명목의 지자체 지원이 이뤄지는 행사도 있기 때문에 쉽사리 취소하거나 폐지하지 못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미인대회, 혈세 들여가며 언제까지 할 것인가?

전북지역에서 치러지는 미인대회 중 지난해 한겨레가 취재 보도한 ‘지자체 예산지원 현황’에 의하면 ‘전국 춘향 선발대회’는 남원시 2억 900만원(국비), ‘미스변산 선발대회’는 부안군 5,000만원, '사선녀 선발 전국대회'는 임실군 2억원 등으로 밝혀졌다.

이 외에도 기업 협찬이나 광고 등은 언론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행사를 빌미로 유치하고 있는 게 다반사이다.

새전북신문 7월 7일 1면

이와 관련해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전형적인 예시가 미인대회이며, 여성의 가치를 몸이나 외모에 의해 품평 및 감상하는 인식을 공고히 하는 행위”라며 “미인대회 예산으로 여성의 역량을 개발하거나 성 평등 감수성을 높이는데 사용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지난해 6월 3일 미스코리아대회 개최 63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회 폐지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해 주목을 끌었다.

이 단체는 성 상품화를 조장하는 축제를 강행한 대구시와 대구·경북지역 민영방송 TBC에 미인대회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 지역 단체는 “그동안 우리는 민생경제에 기여한다는 명목으로 강행한 미스코리아 대구선발대회와 TBC 중계방송에 명백히 반여성적이고 성 상품화를 조장하는 행사임을 밝히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더구나 대구시와 대구 동구청, 경상북도까지 이를 조장하는 행사에 국민의 세금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이 행사를 위해 지자체들이 보조금을 지급한데 대한 따가운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나 전북지역은 아직 미인대회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지 않지만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경제가 침체되고, 삶이 팍팍해진 상황에서 시민들은 지역언론사들이 미인대회을 잇따라 개최하고 나선데 대해 곱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미인대회, 주민들의 혈세까지 들여가며 언제까지 할 것인가?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