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멈췄다” “국민이 이겼다”...15년 만에 등장한 ‘호외’ 인기...‘12·3 내란’ 직후 지역서 광주·무등일보, 서울서 경향·서울·한겨레 등 앞다퉈 제작·배포
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110)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우리 역사와 기억 속에서 지워졌는가 싶었던 섬뜩한 ‘계엄’이 등장해 온 국민이 공포에 휩싸인 채 불안에 떨어야 했다. 한밤중 예고 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의 12월 3일 밤 내란(12·3 내란 사태)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현직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2시간 반 만에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11일 만인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기까지 숨 가쁜 탄핵 정국 속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촛불 혁명의 승리, 위대한 국민의 승리가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그러나 아직 상황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이 남아 있고 내란범들에 대한 수사와 단죄 등이 아직 남아 있다.
그런데 이번 '12·3 내란 사태'로 긴장과 불안은 국내 언론계에 극도로 고조됐다. 계엄이 시행되면 언론·출판이 당장 계엄군의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사실과 진실보도를 제대로 할 수 없다. 1980년 광주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계엄군에 의해 무수히 짓밟히고 피를 흘리며 스러져 갔을 때 국내 언론들은 이 사실조차 세상에 알리지 못한 이유도 바로 언론이 철저히 군에 의해 빗장을 걸어 잠근 채 통제와 간섭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이번 '12·3 내란 사태' 이후 많은 일간지들이 호외(특별판)를 발행해 큰 주목을 받았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서울은 물론 지역에서 제작·배포된 호외(특별판)의 특징과 의제 등을 톺아본다.
“비상계엄에 민주주의 멈췄다”...다시 놀란 광주시민들, ‘12·3 내란’ 직후 광주일보·무등일보 '호외' 제작·배포
'호외'는 일간지들이 정규 지면에 채 담지 못한 중대한 사안이 긴급하게 발생했을 경우 발행하는 1-4면 분량의 쪽지 신문을 말한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위험한 천재지변 또는 사변 발생 등 매우 긴급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발행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호외는 서서히 사라지는 듯했다. 본지를 정식으로 판갈이 할 물리적 여유가 부족할 때 우선 호외를 발행하기도 했지만 인터넷 대중화 시대 이후에는 보기 힘들어졌다. 그런데 최근 호외가 국내에 다시 등장했다.
지역에서는 광주일보와 무등일보가 4일 새벽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후 빠른 대응으로 호외를 내고 지역 주요 거점에 배포했다. 여세를 몰아 이들 신문은 14일 국회의 탄핵안 가결 후에도 호외를 제작·배포했다.
4일 새벽 광주일보는 ‘비상계엄에 민주주의 멈췄다’는 1면 헤드라인 제목의 호외를 인쇄해 광주 송정역 등 인파가 몰리는 주요 장소에 배치했다. 자체 윤전설비를 갖춘 무등일보도 이날 ‘윤, 비상계엄 선포...국회 부결 무효’란 1면 제목과 함께 4쪽 분량의 호외를 제작해 광주공항, 광주고속버스터미널 등에 5,000부 배치했다. 호외를 받아 본 광주시민들은 1980년 5월의 아픈 역사를 소환하며 크게 놀랐다.
서울지역 경향·서울·한겨레 ‘호외’...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15년 만
서울에서는 경향신문, 한겨레, 서울신문이 비상계엄 직후 호외를 발행해 4일 새벽 배포했다. 경향신문은 ‘반헌법적 계엄 선포,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란 제목의 호외를 3만부 발행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 계엄령,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란 제목의 호외를 6만부, 서울신문은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국회 계엄해제 결의안 가결’이란 호외를 5,000부 찍어 배포했다. 이들 신문의 호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다음날인 2009년 5월 24일 이후 15년 만으로 기록됐다.
경남도민일보·옥천신문·미디어오늘·기자협회보 등 ‘언론자유 수호’ 특별판·호외 제작
이 외에 시민들에게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언론인들의 결의를 알리고 언론자유 수호를 위해 일부 언론사들도 '12·3 내란 사태' 이후 언론단체의 시국선언문을 13일과 14일 광고 형태의 특별판 또는 호외로 제작해 내보냈다. 여기에는 경남도민일보, 옥천신문, 미디어오늘, 한겨레, 경향신문, 기자협회보 등이 참여했다.
이들 신문들은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낸 ‘민주주의 언론자유 말살 기도 윤석열을 반드시 탄핵하라’란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특별판 또는 호외에 실어 전했다. '윤석열 탄핵 촉구 언론계 시국선언'에는 현업 언론인 4,164명이 참여했다.
’윤석열 탄핵안 가결‘ 후에도 광주지역 신문들 ’호외‘ 1만부씩 발행...“윤석열 탄핵, 국민이 이겼다”
이번 호외는 계엄 선언 직후 뿐만 아니라 '대통령 탄핵안 가결' 소식을 전하느라 다시 제작·배포됐다. 광주일보와 무등일보는 14일 국회의 탄핵안 가결 직후 각각 4개 면으로 구성된 호외를 다시 제작해 배포했다. 광주일보는 ‘윤석열 탄핵...국민이 이겼다’는 제목으로 눈길을 끌었다.
호외는 두 신문 모두 1만부씩 발행했으며 탄핵의 역사, 비상계엄 이후 11일 간의 시간, 앞으로 남은 과제, 5·18민주광장 앞 금남로에 나온 시민 목소리 등 탄핵 내용을 담았다. 이번 호외 역시 광주시 송정역, 광천동 버스터미널, 5·18민주광장, 전남대 후문,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조선대도서관 등 인파가 밀집한 곳에 집중 배포됐다.
이 외에도 광주일보는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국회 앞 집회에 취재기자 6명을 파견하는 등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 기자를 보내 현지 반응을 기사화하기도 했다. 전남일보도 탄핵안 가결 후 '인터넷판 호외'를 제작해 뉴스를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윤석열 탄핵안 가결' 소식 많은 신문사들 '호외' 제작...한겨레21·시사IN 특별판 ‘인기’
서울에서는 14일 오후 국회에서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자 일간지들이 앞다퉈 호외판을 제작해 배포했다. 한겨레는 이날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안 가결’이라는 1면 헤드라인 제목과 함께 시민들이 환호하는 사진을 실었다.
이 밖에 이날 경향신문은 ‘시민이 이겼다’란 제목의 호외를 냈고,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디지털타임스, 아주경제,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등도 호외를 일제히 제작해 배포했다.
한편 일간지들 외에도 이번 '12·3 내란 사태' 이후 한겨레21은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제목의 표지를 펼치면 손팻말이 되는 특별판을 제작했으며, 시사IN은 ‘내란범 윤석열’이란 제목의 특별판을 제작, 거리편집국을 차리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배포해 많은 인기를 누렸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