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정의로운 전북인 특별상] 전민재 씨...장애인 육상의 '살아 있는 전설', 파리올림픽서 '연맹 문제점 폭로' 등 제도 개선 앞장

'제2회 올해의 정의로운 전북인 특별상' 선정

2024-12-11     박경민 기자
'제2회 올해의 정의로운 전북인 특별상'에 선정된 전민재 선수.

진안 출신의 ‘한국 장애인 육상의 전설’, '작은 거인', 미소 천사‘ 등으로 널리 알려진 장애인 육상선수 전민재(47) 씨가 '제2회 올해의 정의로운 전북인 특별상'에 선정됐다. 

‘2024 파리 패럴림픽’ 기간 중 전북 출신 육상 국가대표로 참가한 전 선수는 대한장애인육상연맹의 내부 문제점 폭로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등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 육성과 발굴 과정에 내재된 문제점들을 다시 돌아보게 한 장본인이다.

전 선수는 세계 각국의 취재진 앞에서 “난 손이 불편하고 말을 못 해서 생활 보조가 누구보다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육상연맹 임원 한 분이 강력하게 반대해서 올해 생활 보조가 함께 할 수 없었다”며 “내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한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전 선수는 “연맹 측에서 사적으로 권력 남용을 해도 되는지 의문스럽다”며 “지난 4월에 있었던 익산선수권대회도 생활 보조가 없어서 불참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맹(임원)은 개인적인 감정으로 부당하게 '전민재 선수는 생활 보조가 없어도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내 의사는 1%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그는 "오로지 극구 반대한 임원의 권한으로 엄마가 생활 보조로 들어올 수 없었다. 연맹 측에서 사적으로 권력 남용을 해도 되는지 의문스럽다"고 밝히기도 해 충격을 주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장애인과 장애인 선수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물론 제도적인 점검 및 보완을 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불어넣었다.

'한국 장애인 육상의 전설' 전민재 선수가 9월 5일 새벽(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스포츠등급 T36)에서 결선에 올라 7위를 기록했다.(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올해의 정의로운 전북인 특별상'에 선정된 전 선수는 “과분한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전국에는 많은 장애인 선수들이 열심히 자신과 싸움을 하며 지역을 대표하거나 국가를 대표해서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원 정책은 미흡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전 선수는 “앞으로도 장애인과 장애인 선수들의 복지 문제와 각종 지원 관련 법안 개선 등을 위해 미력하나마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선수의 어머니 한재영 씨에 따르면 전 선수는 다섯 살 때 원인 모를 뇌염으로 '뇌 병변 장애'를 얻어 단어를 발음하거나 글씨를 쓰기 힘들어 스마트폰에 쓴 편지를 발가락으로 눌러 음성으로 변환해 소통한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1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200m 결선에서 5위를 기록한데 이어 5일에는 100m 결선에서 7위를 기록한 후 성적이 생각보다 부진한 것과 관련 전 선수는 이러한 불리한 여건에도 취재진에게 연맹의 불합리한 점을 스마트폰과 발가락 등을 이용해 폭로함으로써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전 선수는 '2008 베이징 패럴림픽'부터 5회 연속 패럴림픽에 출전해 '2012 런던 대회' 100m·200m 은메달,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200m 은메달 등을 획득한 바 있다.

전민재 선수(왼쪽)와 어머니 한재영 씨.

이밖에 전 선수는 앞선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 100m와 200m에서 모두 은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다섯 살이던 1982년 뇌염을 앓아 뇌성마비 1급 판정을 받았고, 2003년 26세의 늦은 나이로 육상에 데뷔해 장애인 육상의 역사를 쓰기 시작한 전 선수는 신장 149㎝의 불리한 조건에도 세계 정상급 기량을 이어가며 ‘작은 거인’, '한국 장애인 육상의 전설'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으며 지금도 매일 집과 주변에서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어머니는 전 선수를 대신해 밝혔다. 

/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