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더욱 빛나는...”, 송비어천가 '눈살'

[전북지역 주요 신문 톺아보기] 2020년 8월 27일(목)

2020-08-27     박주현 기자

“아직 피해 복구가 진행형인 상황에서 이렇게 띄우기를 해야 할까 싶다. 전남하고 비교해보니 더 눈에 띄는데 전남지사는 '감사'를 표명하는데,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결실'을 강조, 즉 성과에 대한 홍보를 더 강조한 측면이 크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 손주화 사무처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시선을 끈다.

손 처장은 “최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된 것은 지자체의 부담을 줄이고 피해를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문제제기하지 않으려 하지만, 인근 전남 언론들과 차이가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검색된 양 지역 언론사들의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관련된 기사 제목과 내용들을 비교했다.

집중호우로 인해 정부가 지난 24일 중앙재난합동피해조사를 통해 호우 피해가 극심한 전국 20개 시·군·구와 36개 읍·면·동을 특별재난구역을 선포했다.

이 가운데 전북지역에선 완주·진안·무주·장수·순창군 5개 자치단체와 임실군 성수면, 신덕면, 고창군 아산면, 공음면, 성송면 등 5개 면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인근 광주시의 경우 북구와 광산구 등 시·군·구 단위 2곳과 남구 효덕동·대촌동, 동구 학운동·지원2동, 서구 유덕동·서창동 등 읍·면·동 단위 6곳이 지정됐으며, 전남도는 광양시 진월면·다압면, 순천시 황전면 등 읍·면·동 단위 3곳이 각각 포함됐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정부의 지난 2차 특별재난구역 선포에서 곡성군·구례군·나주시·담양군·영광군·장성군·함평군·화순군 등 전남 8개 시·군만 포함돼 이들 지역 외에 피해 규모가 큰 지역에 대해 추가 지정을 요구했었다.

이에 대해 전남지역 언론들은 다음날 ‘김영록 전남지사, 정부 ‘특별재난지역 선포’ 감사’란 제목의 기사들이 포털에서 많이 검색되었다. 주로 통신사와 인터넷 언론사들이 검색에 올랐다.

그러나 전북지역 언론들은 '송하진 도지사 특별재난지역 현실화 전국 추가 선포 결실', '송하진 지사가 해냈다, 전국 특별재난지역 확대 선포', '송하진 지사,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 ‘결실’' 등 화려한 수식어가 첨가된 제목의 기사들이 검색되었다.

‘감사’와 ‘결실’은 해당 지자체의 공보부서에서 만든 보도자료 타이틀에서 묻어난 것으로 읽히지만 언론에 보도됐을 때 의미와 해석은 다르다.

같은 정부가 지정한 ‘특별재난지역’에 어떤 지자체는 ‘감사’란 표현을 쓰고, 어떤 지자체는 ‘결실’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밝히고자 하는 행간의 의미는 차이가 크다.

이에 대해 전북민언련 손주화 처장은 “전남의 메이저 신문들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주요하게 다루지도 않았다”며 “도지사를 강조하는 전라북도 언론계의 특성인지 또 지자체 재난관리기금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라북도 차원의 지원은 없었던 건지 유독 ‘성과’에 대한 홍보가 심하다”고 비평했다.

전북민언련의 25일 ‘전북주요뉴스 피클’이란 모니터 보고서에서도 강조됐다. 전북일보와 전북도민일보의 보도 사례를 비교한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두 신문이 보도자료를 인용해 송하진 도지사를 강조하는 보도를 했는데, 두 기사(25일 보도)를 직접 비교해 본 결과 마지막 문단을 제외하면 기사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고 밝혔다.

전북민언련 '전북주요뉴스 피클' 갈무리

제목에서 전북일보는 ‘송하진 지사, 특별재난지역 추가 지정 ‘결실’’(3면)로, 전북도민일보는 “특별재난지역 현실화 전국 추가 선포 결실”(2면)로 뽑았다. 두 신문 모두 ‘결실’을 강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런데 같은 날 전남일보는 ‘광주 북구 광산구 등 특별재난지역 추가’(1면), 광주일보는 ‘문대통령, 특별재난지역 추가선포… 지원시간 최대한 단축할 것’(3면)의 제목으로 보도했다.

전북민언언련이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은 지역의 메이저 신문들이 행정기관에서 배포해 준 보도자료를 여과 없이 보도하는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의 차이를 비교한 것이다.

전북지역은 두 신문 외에도 대부분 일간지들이 ‘송하진 도지사의 결실’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전북중앙신문 8월 27일 사설

이런 가운데 전북지역 일간지 중 전북중앙신문은 27일 사설에서도 ‘난세에 더욱 빛나는 리더십’이란 제목과 함께 다시 한 번 송하진 도지사를 치켜세웠다.

사설은 “수해복구를 위해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낸 송하진 도지사의 숨은 노력이 뒤늦게 조명을 받고 있다”며 “지금은 춘추전국시대다. 예부터 영웅은 난세에서 나온다고 했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송 지사는 탁월한 위기 대응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신문은 지난 25일에도 ‘수해특별재난지역 차등지정··· 송지사가 있었다’(2면)란 제목의 기사에서 송 지사를 높이 평가하며 칭찬했다.

전북지역 일간지들 지면에서 연이틀 ‘관·언 유착’을 떠오르게 한다.

'관·언 유착'은 ‘정부 또는 행정관청과 언론이 서로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형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 관(官)은 ‘정부나 관청, 관리의 직위나 신분’을 의미하며, 유착(癒着)은 ‘떨어져 있어야 마땅한 두 사물이 깊은 관계를 가지고 결합하여 있거나 서로 깊은 관계를 가지고 결합’한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관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책무를 지닌 언론이 관과 유착하는 관계라면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불편할 것이 자명하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관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시시비비를 가려준다던 언론들이 관에  지나치게  기대거나 대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진실을 관(권력)에 맡기거나 심지어 팔아치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언론을 감시견(워치독, Watchdog)과 애완견(랩독, Lapdog), 경비견(가드독, Guard dog), 잠자는 개(슬리핑독, Sleeping dog)로 비유하곤 한다.

감시견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감시하며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는 언론을 지칭한다. 건강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위해선 언론의 감시견 역할이 전제돼야 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보편적인 주장이다. 

반대로 애완견은 감시와 비판을 하지 않고 관에 기대거나 관에서 주는 대로 베껴 쓰는 행태를 말한다.  말 그대로 권력의 애완견 같은 언론을 뜻하며, 심할 경우 '기레기'로 지칭되기도 한다.

경비견은 언론 자체가 기득권이 되고 권력화 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지키려 했던 대상에게도 공격적이 되는 것인데 권력에 편승했다가 그 권력이 약화되면 얼굴을 바꾸어 그 권력을 물어뜯는 언론을 뜻한다.

잠자는 개는 중요한 이슈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눈을 감고 있는 언론을 비유하는 말이다.

과연 국민들은 자신의 생명과 안위를 위해 어느 개(언론)를 택하겠는가?

다음은 8월 24일(월) 전북지역 주요 신문의 1면 기사(제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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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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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