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호' 도정의 위인설관(爲人設官)과 과이불개(過而不改)
토요 시론
“김관영 도지사가 영입한 인사들 대부분이 갑질을 비롯한 여러 구설수에 올라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나 책임 추궁은 커녕 오히려 일부 인사는 산하기관장으로 영전하거나 계속해서 산하기관장 후보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인데도, 도민의 기대에 역행하는 회전문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흔히 '지방의회의 꽃'이라고 부르는 행정사무감사가 한창인 전북특별자치도의회의에서 집행부 수장을 겨냥해 던져진 쓴소리다.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연초부터 수그러들지 않던 전북자치도와 산하기관 간부 공무원들의 잇단 갑질과 비위, 스토킹 등이 겹치며 어수선한 도정을 향한 강력한 인적 쇄신 요구가 행정사무감사 화두로 오른 것은 순전히 자업자득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측근을 앞세운 회전문 인사 논란을 다시 끄집어 든 김슬지 도의원은 한발 더 나아갔다. "임명 초기부터 논란이 있었던 전 대변인은 임기 중에도 갑질 등 많은 논란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사직 후 광고비 집행과 관련해 문제가 있었음에도 지사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전북자치도교통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전 홍보기획과장 또한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책임으로 사임했으나 산하기관장으로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비서실장 역시 지역과의 네트워크·스킨십 부족 문제로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가 많았음에도 결과적으로 중앙협력본부장과 자리를 맞바꾼 회전문 인사를 단행해 혁신과 변화를 기대하는 도민들의 열망에 찬물을 붓고 있다”고 따갑게 퍼부었다.
민선 8기 후반...아직도 측근·보은·회전문 인사라니?
게다가 정무수석과, 정책협력관, 정무보좌관의 명확한 업무 영역과 성과가 필요함에도 서로의 업무가 중첩되고 있어 소위 위인설관(爲人設官)으로 비춰질 소지가 많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능력있는 인물들을 골고루 등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적 쇄신을 보여달라는 주문이 도의회에서 나올 정도면 얼마나 그동안 도정 수장이 측근 인사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가뜩이나 민선 8기 지자체장과 교육감 임기가 절반가량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다음 지방선거를 위한 캠프를 꾸린다는 설이 전북자치도와 도교육청, 전주시 등 일부 시·군 주변을 맴돌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
이런 마당에 여전히 도지사는 회전문 인사와 측근 챙기기 또는 보은 인사에 전념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니 씁쓸하기 그지 없다. 더구나 같은 당 일색인 도의회로부터 '위인설관'이란 비난까지 나올 정도면 정도가 매우 심하다는 것을 방증해 준 셈이다. '어떤 사람을 채용하기 위하여 일부러 자리를 만든다'는 뜻을 지닌 '위인설관'은 원래 없던 자리인데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을 심기 위해 억지로 자리를 만드는 것을 이르는 매우 부정적인 공직사회의 관행을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이런 행위는 일반 기업이든 공기업이든 혹은 지자체든 정부든 있어서는 안 될 인사, 즉 인사가 만사가 아닌 망사(忘死)가 되는 지름길 아니던가.
그런데 김관영 지사의 인사 문제가 도의회 등에서 그칠 줄을 모른다. 도 산하기관장 인사를 둘러싸고 줄줄이 불거졌던 측근 또는 보은 인사 논란은 임기 초반이어서 그렇다 치자. 임기 후반에 접어든 지금까지 이런 논란에 휩싸이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전북자치도 간부들의 비위·일탈이 ‘폭주’를 이루고 있다는 뉴스들이 쉼 없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삐 풀린 관료사회를 빗댄 김관영호 도정 뉴스를 바라보는 도민들 사이에는 김 지사가 연초에 강조했던 '도전경성(挑戰竟成)'의 사자성어를 되뇌이며 한숨을 짓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도전경성' 강조하던 김 지사, 한 해 마무리하는 시점서 '위인설관' 오명...왜?
김 지사는 새해 벽두 시무식에서 “전북특별자치도의 특별한 100년으로 향하는 첫 해 도전은 계속 된다”며 "도전경성의 정신"을 강조하며 전북도정 화두로 삼았다. ‘도전경성’은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에서 유래한 말이다. 뜻이 있는 사람은 결국 그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지사는 여기에 도전을 합해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분발을 다짐한 것으로 보인다. '도전하면 성공한다'는 좋은 뜻이 담긴 성어를 끄집어 낸 김 지사에 걸었던 도민들의 기대가 어찌된 일인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위인설관'이란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공직사회에선 욕설보다 더한 비난을, 더구나 의회로부터 왜 받아야 했는지 곱씹어 볼 때다.
실제 올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김관영호의 전북도정을 복기해보면 '도전경성' 대신 '과이불개(過而不改)'를 먼저 떠오르게 하는 이유는 뭘까. 곳곳에서 아슬아슬하고 고삐풀린 모습이 넘쳐난 때문이다.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에서 유래된 이 성어를 끄집어 든 이유는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거나 잘못을 제대로 고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면 반드시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미에서다. 김관영호의 전북도정 현실이 이와 흡사하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올해 전북특별자치도의 간부급 공무원들 비위와 일탈 수준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사법당국의 수사 대상에 오를 정도로 심각한 경우도 있었다. 부하 직원에 대한 갑질에서부터 여직원 폭행, 성적 비하 발언,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이해충돌 등으로 연신 물의를 일으키며 내부 감사와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사례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전 행정부지사는 재직시절 전북소방서장 감찰 봐주기 의혹(뇌물수수)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2급직 개방형 실장은 부하 직원에 대한 갑질과 폭언 등 물의를 일으킨데 이어 전북도민 비하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을 야기한데 대해 전북자치도 감사위원회가 중징계를 요구했음에도 경징계 처분을 최종적으로 내려 내부 반발과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그는 갑질 논란이 일자 임용 1년이 안 돼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사직서를 다시 철회하는 소동까지 일으켜 빈축을 샀다.
이들은 김 지사가 취임 후 발탁한 간부 인사들이다. 지난해에도 음주운전을 한 전 정무수석, 업무추진비 허위 사용 사실이 드러난 전 정책협력관 등 정치인 출신 고위 공무원의 일탈 행위가 발생한 적이 있지만 이들 모두 김 지사가 취임 직후 직접 인선한 인물들이다. 여기에 김 지사가 지난해 언론인 출신을 기용한 대변인(4급)은 임용 후 내부 갑질 논란과 광고비 부당 집행 의혹 등이 불거져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의 화살 세례를 받고서야 자체 감사를 받았다. 그러나 감사 결과 몸통은 비껴가고 깃털만 건드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누군가의 외압이나 영향력 없이는 이런 비상식적인 채용은 있을 수 없다"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거론돼 방만한 전북자치도 홍보비 관리와 광고비 집행을 부당 청탁한 전임 대변인 등에 대한 책임 문제가 거론됐지만 유야무야 넘어갈 태세다. 이에 대해 문제점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시민사회단체에서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이 외에도 국장급 3급 공무원은 최근 아들이 운영하는 사업장(한약국)에서 업무추진비를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자신의 업무추진비를 쪼개기 형태로 나누어 수년 동안 몰아 줬다는 의혹으로 감사 대상이 됐다.
여기에 도 산하기관장인 모 국장은 최근 내연 관련 폭행 등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개시 통보를 받았다. 이밖에 도 감사위원회는 직장 내 수십 건의 갑질과 개인 비위 의혹이 불거진 산하 협력기관 단장에 대해 중징계를 조처할 것을 요구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사무소와 동경사무소 인선도 도마에 올라 김 지사를 향한 따가운 의혹과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수진 도의원은 중국사무소 특혜 부정 채용 의혹의 몸통을 밝힐 것을 거듭 촉구해 왔고 그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역 사회에 파장이 길게 이어지고 있지만 도청 내부에선 누구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걸 보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오죽했으면 이 의원은 최근 도의회 5분 발언에서도 “중국사무소에 부적격자 인사 채용부터 정상 근무를 못하고 지난달 11일 사직한 임용자의 퇴진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해 의혹을 밝혀야 한다”며 "전북특별자치도 경제통상진흥원의 통상전문가 채용 공고에 통상업무와 무관한 철학과 전공자 우대 항목을 포함해 공고를 올렸고, 실제 철학을 전공한 언론인 출신이 채용됐다"고 꼬집으며 압박했다.
앞서 이 문제를 계속 지적해 온 이 의원은 “도민들은 누군가의 외압이나 영향력 없이는 이런 비상식적인 채용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특혜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한 몸통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중국사무소 뿐만 아니라 동경사무소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서난이 도의원은 최근 전북경제통상진흥원 행정사무감사에서 “전북도가 산하 출연기관으로 직원을 파견해 출연기관에서 다시 해외로 파견시키는 꼼수 운영을 하고 있다”며 "관련 절차와 동경사무소 운영 적합성 등을 철저하게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서 의원은 “전북도가 과거 문제가 돼 폐쇄했던 동경사무소의 필요성, 역할 등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 과정이 미비한데 이런 이면을 감추기 위해 직원을 경제통상진흥원으로 파견하고 경제통상진흥원은 파견된 직원을 동경사무소 운영이라는 명목으로 다시 일본으로 파견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에 대해 전북경제통상진흥원은 "전북도의 요청으로 동경사무소를 운영하고 직원을 파견 보냈다"며 "조직개편 관련 정관 변경 등의 논의는 없었고 절차 미준수에 대해 인정한다"고 답해 사실상 '도청의 최고 인사 책임자 지시에 따랐을 뿐'이란 의미로 해석됐다. 책임을 누군가 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전북자치도 인사 시스템 ·조직관리 '빨간불'...'어공' 비위·일탈 특히 심한 이유는?
임기 반환점을 돈 김 지사의 인사 시스템과 조직관리에 빨간불이 드리운 상황임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들다. 더구나 이처럼 세간에 오르내리는 비위·일탈 사례의 도청 간부 공무원들 중 상당수는 김 지사가 임기를 시작하며 채용한 외부 인사들이란 점에서 더욱 시선이 곱지 않다. 급기야 김 지사가 고위 간부들의 비위와 일탈 문제에 직접 사과하고 나섰지만 ‘갑질 논란’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어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일각에선 공직자의 기강해이만 탓할 게 아니라 김 지사의 인선 방식을 원천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김 지사가 영입한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불리는 공직자들의 비위와 일탈이 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지사가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으로부터 도정 운영 긍정 평가가 17개 광역단체장 중 유일하게 60%를 넘어서며 전국 1위를 기록했다는 칭찬을 받았다고 도는 자랑한다. 지난 9월 평가에 이어 2개월 연속 1위라고 한다. 여론조사기관이 김 지사에게 큰 상을 준 것이나 다름 없어 보인다.
'과이불개'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전북자치도 내부 실상을 들여다보면 과연 '전국 1위'라며 칭찬을 받을 만한 처지인지 공감하기 힘들다. '도전경성'을 강조하며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김 지사에게는 '과이불개'를 먼저 염두에 둘 것을 권하고 싶다.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에서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고 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잘못이다'라는 가르침이다. 잘못된 정책이나 인사를 개선하기보다 모른척하며 거꾸로 잘했다고 억지를 부린다면 큰 화를 입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자신을 위한 '도전경성'이 아닌 도민을 위한 진정한 '도전경성'이 되고 전북 최고의 행정기관이 '비위 백화점'이란 오명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더욱 잘못을 바로 잡는 노력을 먼저 해 줄 것을 많은 도민들은 염원하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