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박장범 앵커 내리꽂아 KBS 장악하려 한다는 걸 계속 알려 나갈 것...'국민의 방송'에서 '용산의 방송'으로 만든 주범"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 본부장
지난 23일 KBS 이사회는 현재 KBS <뉴스9> 진행하는 박장범 앵커를 KBS 사장 최종 후보로 임명 제청을 했다. 사실 언론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술친구로 알려진 박민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나 박장범 앵커가 되자 김건희 여사가 선택한 거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박장범 앵커는 지난해 <뉴스9> 진행 전까지는 국민에게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 박장범 앵커의 사장 최종 후보 임명 제청에 대해 내부에서 어떻게 보는지 들어보기 위해 박상현 언론노조 KBS 본부장과 지난 25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박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법원에서 빨리 판단만 내려준다면 사장 후보자 선임 무력화 할 시간은 있다"
- KBS 이사회가 <뉴스9> 진행하는 박장범 앵커를 KBS 사장 최종 후보로 임명을 제청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일단 이번에 KBS 27대 사장 공모는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문제투성이입니다. 먼저 이사들의 자격 적법성이 두드러졌는데요. 지난 18일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리는 결정에게 위법하다고 법원이 판단했지 않습니까? 그동안 행정법원에서 2인 체제의 위법성에 대한 언급은 했지만 2인 체제가 내리는 의결이 위법이라고 명확하게 얘기한 건 처음이었어요. 지금 KBS 이사 11명 가운데 7명이 이진숙, 김태규 2인 체제 방통위에서 추천이 돼서 임명된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을 추천한 의결도 위법한 것이기 때문에 임명도 무효인 거죠. 그래서 이 사람들이 KBS 사장 뽑을 자격이 있느냐는 부분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 방문진 이사들이 낸 이사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후 KBS 이사들도 내지 않았나요?
“이전에 신청한 것은 이전에 신청했던 것과도 연결이 되어 있죠. 이전에 신청했던 건 방문진 이사들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 실질적인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걸 이유로 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효력 정지 집행정지를 넣었고, KBS 이사님들도 마찬가지로 행정법원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가 행정법원 재판부 기피 신청 했거든요. 기피 신청이 기각됐는데 방통위에서 또 즉시 항고 하면서 재판부 기피 신청에 대한 판단이 지금 서울고등법원에 가서 지금 계속 심리 중인 상황입니다.”
-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요?
“정부에서 시간 끌기라고 저희는 보고 있고 그것에 대한 결론은 아직 안 나왔습니다. 하지만 같은 취지였는데 행정법원이 2인 체제에서 했던 결정이 위법하다라는 판단 내렸기 때문에 (처음에 낸) 소송 결과도 기다려 봐야 하고요. 이번에는 소수 이사님이 어제(24일) 사장 후보자 의결 한 것에 대한 효력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또 새로 넣은 상황인 거죠.”
- 사장 선임과 관련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결과가 빨리 나와야잖아요. 대통령이 임명하면 안 될 것 같아요.
“KBS 같은 경우에는 바로 임명하는 건 아니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거든요. 아직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서가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서가 도착하면 국회가 20일 안에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20일 정도는 시간이 있는 상황이어서 법원에서 빨리 판단만 내려준다면 (사장 후보자 선임을 무력화 할) 시간은 있다고 보고 있죠.”
"면접 전날 박장범 앵커가 유력하다는 소문 크게 확산"
- 박장범 앵커가 최종 후보로 될걸 예상하셨나요?
“처음 박장범 앵커가 지원했을 때 뜬금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왜냐면 보통 사장직에 지원하시는 분은 회사에서 임원도 하고 정년도 얼마 남지 않은 분들이 하시는데 박장범 앵커는 현직 앵커이기도 하고 회사에서 임원 같은 걸 하지 않았기 때문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기존의 지원자들과 비교했을 때 약간은 빠른 느낌도 있고 실제 지금 나이도 50대 중반이어서 정년이 다소 남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뜬금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2월에 있었던 <특별대담>에서 ‘조그마한 파우치’ 발언이 워낙 컸기 때문에 전혀 가능성이 없는 사람은 아닐 것 같고 강력한 후보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박장범 앵커가 그저 믿는 구석 없이 막 내지는 않았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면접 전날 박장범 앵커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굉장히 크게 확산됐죠.”
- 그러면 처음에 박장범 앵커가 최종 후보도 됐다는 소식 들었을 때 어땠나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면접 전날 박장범 앵커 얘기가 크게 돌았었기 때문에 박장범 후보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역시 헛소문 아니었다는 생각과 함께 좀 놀라긴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박민 사장이 들어온 이후 KBS의 방송은 정부 성과를 선전하고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에 눈 감는 식의 뉴스를 해왔는데, 이제는 그런 걸 넘어서서 디올백을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축소했던 것처럼 아예 정권을 적극적으로 더 보호하는 데 힘 쓰는 역할 더 열심히 하라는 신호라고 받아들였죠.”
- 박장범 기자가 사장 후보로 임명 제청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 술친구가 김건희 라인에 밀렸다는 평가도 나오던데.
“그런 평가는 충분히 하실 수 있고 핵심 이유를 잘 집어낸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지금 진짜 대통령이 누구냐라고 말하는데 결국 지금 대통령보다 김건희 여사의 심기를 보호해 주고 김 여사 마음에 들 만한 사람이 더 실세인 거 아닌가란 걸 확인한 거라고 봅니다.”
- 박장범 기자는 지난해 <뉴스9> 맡기 전까지 대중에게 알려진 기자는 아니었는데 어떤 인물인가요?
“사실 박장범 기자는 앵커를 굉장히 오래 했어요. 1994년에 입사를 해서 한 10년 차 기자 때부터 프로그램 진행하면서 앵커를 쭉 했었고요. 런던 특파원 갔다 왔었고 그 다음에, 회사에서 간부에 해당하는 사회부장, 시사제작부장 등을 했고 고대영 사장이 있을 때 비서실장을 했었죠. 그 이후에는 조금 한직에 있기도 했지만 김의철 사장 시절에는 <일요진단> 앵커까지 했었거든요. 그래서 앵커로서 경력이 많은 사람인데 결과적으로 <뉴스9> 앵커 하면서 2월에 대통령과의 대담이 박장범 앵커를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큰 사건이었다고 보고요.”
- 그럼, 기자들 사이에서 박장범 기자에 대한 평가는 어땠나요?
“기자는 기사로 얘기를 해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말씀드렸던 것처럼 10년 차쯤부터 앵커를 했기 때문에 대체적인 평가가 기사로 평가할 게 없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고요, 기자들 사이에서는 말씀드린 것처럼 10년 차 정도부터 앵커와 특파원, 간부, 비서실장을 했기 때문에 소위 얘기하는 대로 회사에서 꽃길만 걸었다는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 박 기자는 지난 2월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한 것과 관련해 면접관에게 “제조사가 붙인 이름을 쓰는 게 원칙”이라며 “문제가 된 상품을 찾아보니 ‘디올 파우치’였다. 방송에서 특정 회사의 이름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회사 제품, 파우치’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일반적으로 백이나 파우치 둘 다 영어지만, 파우치는 한국 사람이 많이 사용하지 않아 ‘크기가 작은 가방’이라고 표현했던 것”이라고 했다던데.
“저는 변명이라고 보고요. 더 심각한 건 그렇게 대통령 대담이 나가고 나서 파우치라고 얘기한 게 논란이 되니까 나름 본인은 변명 했다고 보이는데, 그걸 방송 시간에 앵커로서 한 것은 방송을 사유화했다고 보고 그 부분 역시 큰 문제라고 봅니다.”
"젊은 기자들이 쓴 기사, 이상한 앵커 멘트로 소개되는 것에 대해 굉장히 큰 불만"
- 박장범 기자 하는 말이 필수품과 사치품만 있고 명품은 없다는 것 같은데.
“저는 말장난이라고 봅니다. 그런 말장난이 박장범 앵커가 <뉴스9>를 진행하면서도 있었다고 보는데요, 기사는 기자들이 작성해서 각 부서의 책임자들이 승인을 내면 고칠 수 없어요. 하지만 앵커 멘트는 앵커가 쓰거든요. 그동안 앵커 멘트 쓰면서 그런 식의 말장난이 많았고, 실제로 기자들 특히 젊은 기자들이 자기가 쓴 기사가 박장범 앵커가 쓴 이상한 앵커 멘트로 소개되는 것에 대해 굉장히 큰 불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장난했던 것이 면접 과정에서도 역시 생필품이고 사치품밖에 없지 명품이라고 있는 것은 안 맞다고 얘기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장범 앵커가 사장이 되었을 때 더 노골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죠.”
- 박장범 기자가 앵커 맡고 <뉴스9>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았나요?
“시청률이 떨어졌죠. 근데 시청률은 경향적으로 떨어져 왔었고 이 경향이 미디어 환경의 변화라는 부분도 반영되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시청률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서도 KBS가 추락하는 게 단순히 박장범 앵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요. 그건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가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박장범 앵커가 여러 가지 이유 중에 적지 않은 책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장 선임하던 날 언론노조 KBS 본부 노조가 파업했지만, 사장 선임에 영향이 없었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저희가 파업한 건 이사회에 제대로 된 사장 뽑아달라라고 요구하고, 면접에 참여하는 지원자들에게 KBS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약속하라는 걸 받아내기 위해서 파업했던 것이에요. 하지만, 박장범 앵커는 10시에 면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7시쯤에 면접장에 미리 들어갔던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그리고 또 다른 후보는 흔히 얘기하는 쪽문으로 우리를 피해서 면접장에 올라갔습니다. 결국 후보자들이 구성원들을 맞닥뜨릴 의지라든지 강단도 없이 KBS 사장 하겠다는 욕심을 내고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파업에서 저희 구성원들은 우리 전체적인 의지를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사장 후보자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 파업하고, 우리의 의지를 확인하고 공유했다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에 시민평가단 부분 안 한 거 같거든요. 그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그것도 문제죠. 제일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의 연장선상인데요. 이사들의 자격이나 적법성도 문제가 있었고 당연히 시민 참여 평가단 제도를 없앴던 것도 KBS가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사회가 굉장히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봅니다.”
"통제나 회사 장악 촘촘히 할 것 같아...공정방송 투쟁 더 힘들어질 수 있을 것"
- 박장범 기자가 사장 된다면 가장 우려스러운 게 뭘까요?
“박민 사장과 비교해서 대비되는 부분이 있는 거죠. 박민 사장은 외부에서 왔고 방송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KBS에서 본인이 기용했던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를 운영하는 부분에서 방송을 몰라 거친 부분들이 많았고 업무 지시 할 때도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들이 진짜 박민이 낙하산이고 방송을 모르는 문외한이고 저 사람이 얘기하는 것들이 우리와 맞지 않기 때문에 실행이 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영이 안 서는 상황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박장범 앵커는 어쨌든 KBS 내부 출신으로 방송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그리고 30년 동안 회사 생활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민 사장 때는 되지도 않을 업무 지시를 거부할 명분이 선명했던 반면, 박장범 앵커는 회사의 제도 이용해서 거부할 수 없는 업무 지시 내리거나 거부할 수 없는 환경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때문에 굉장히 통제나 회사 장악을 촘촘히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정방송 투쟁을 하는 것이 더 힘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 KBS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잖아요, 그거에 대한 박장범 기자 생각이 뭔지 나온 게 있나요?
“경영계획서에 그것과 관련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 같고요. 그런데 수신료 분리 고지와 관련해 이제 제도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우리가 국민들로부터 수신료를 받을 이유나 자격이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박장범 앵커가 사장이 된다면 국민들로부터 수신료 받을 자격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은 수신료 제도를 박장범 앵커가 어떻게 해결할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박장범 앵커가 사장이 되는 걸 막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요?
“KBS는 지금 무단협 상태예요. 그래서 단체협약 쟁취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거쳐 쟁의행위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무단협 상황까지 온 건 결국 임명 동의제나 공정방송위원회 같은 공정방송 제도를 사측이 무력화했기 때문인데, 면접 앞두고 박장범 앵커에게 우리가 묻지는 못했지만, 공개적으로 ‘공정방송 제도를 어떻게 할 거냐, 당신이 지금 파우치라는 발언 때문에 KBS를 순식간에 국민의 방송에서 용산의 방송으로 만든 주범인데 당신이 공정방송을 할 의지가 있느냐, 공정방송을 할 의지나 능력이 있다면 무단협 상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계획을 내놓으라’라고 따져 물을 것이에요. 그리고 임명 제청 돼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게 된다면 그때까지 박장범 후보자로부터 답변을 받아내려고 합니다. 더불어 언론노조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박장범 앵커가 얼마나 부적격 인사인지 KBS 사장이 되면 왜 안 되는지 드러내고 그래서 지금 윤석열 정부가 박장범 앵커를 내리꽂아 KBS를 장악하려고 한다는 걸 계속 알려 나갈 예정입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