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편법 논란‘ 얼룩진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사업주 ’빚더미‘에 첫 삽도 못 뜨고 결국 무산되나?...대주단 ’기한이익상실‘ 조치, 전주시 '어정쩡' 관망만
이슈 진단
전주시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가 서부신시가지 개발사업 초기 단계에서 제척돼 ‘먹튀‘ 논란을 일으킨데 이어 뒤늦은 개발 과정에서 ’용도 변경 특혜 논란‘과 '짜맞추기 감정평가' 등의 시비 속에서 마지막 남은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토지주인 ㈜자광의 자금 사정에 빨간불이 드리워 시공도 못하고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특히 전북자치도와 전주시의 모든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토지주이자 시행사인 ㈜자광에 프로젝트파이낸싱(PDF)으로 수천억원을 대출해 준 채권단(대주단)이 돈을 갚으라고 요구한 ‘기한이익상실’(EOD, event of default, 대출금 조기 회수) 조치가 취해지면서 오는 12월 중순까지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하면 채권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바람에 자칫 사업 추진 전반에 걸쳐 공전(空轉)과 백지화가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자광 대주단 ”대출 전액 상환할 것“...‘기한이익상실’ 조치, 자금 사정 ’빨간불‘
21일 전주시와 전주시민회, 대주단 등에 따르면 전주시 효자동 일원의 옛 대한방직 부지 23만 565㎡에 대한 개발을 추진 중인 ㈜자광이 이달 초 2,700억여원의 채권상환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대주단에 기간 연장을 요청한 바 있지만 대주단은 최근 이 사업 시행사에 EOD 조치를 취할 것을 통보함에 따라 기한 내 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금 회수를 위한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EOD는 금융기관이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수천억대 자금을 빌려준 채권단은 시행사인 ㈜자광에 최장 2개월의 협상 가능 시한을 준 것으로 알려졌으나 보증건설업체인 롯데건설은 IBK투자증권에 최근 1,000억여원의 대출금을 상환한 상태여서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롯데건설이 (자)자광과의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자금 사정에 빨간불이 드리운 ㈜자광 측은 채권단 협의회에 일단 사업 정상화 방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향후 롯데건설과 비슷한 업체를 구하지 못할 경우 본 사업의 PF자금 대출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남은 행정 절차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광 ”사업 정상화 위한 대주단과 협상 문제 없을 것“ 자신...전주시 ”시행사 추이 지켜 본 뒤 대응“ 한발 물러서
(주)자광 관계자는 일부 언론을 통해 “전주시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사업 허가와 착공 시기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현재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대출 기일 연장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자광 전은수 회장은 CBS노컷뉴스 등과 통화에서 "사업 정상화를 위한 대주단과 협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지만 ㈜자광은 지난해에도 채권단과 기일 연장 협상을 벌인 바 있다. 당시에는 롯데건설이 지급보증을 서면서 기일을 연장했지만 현재 상황은 지난해와 달리 녹록치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그동안 수많은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옛 대한방직 부지와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에 속도를 동시에 내왔던 전주시가 난감해하며 애매한 입장을 보이며 한 발짝 어물쩍 뒤로 물러서는 양태를 보이고 나섰다.
이날 전주시 관계자는 <전북의소리>와 통화에서 ”(주)자광의 대주단이 2,700여억원의 채권상환 만료를 12월 중순까지 요구한 내용은 이미 오래 전 알고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자광이 요구해 온 행정 절차 이행을 추진하는 것 외에 지금으로서는 달리 제재 조치 등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앞으로 전북자치도의 도시기본계획계획 승인이 이뤄지고 건축 등의 인허가가 떨어지면 당장 시공은 가능하지만 시공 전 또는 시공 과정에서 매각은 불가하다“며 ”모든 공사가 완료 후에 매각이 가능하도록 사전 협약 조건에 명시해 소위 ‘먹튀 논란’ 등은 당장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 행정 절차 등 처음부터 다시 시작될 수도“
그러나 또 다른 시 관계자는 ”시행사가 사업을 포기하거나 공사가 초기부터 중단되는 상황이 올 경우 모든 행정 절차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은 지금까지 추진해 온 만큼 다시 시일이 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주시는 지난 5월 30일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옛 대한방직 부지를 오는 2029년 6월까지 5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안건이 원안 통과됐다고 밝힌 바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토의 이용·관리에 관한 계획의 원활한 수립과 집행, 합리적인 토지 이용 등을 위해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지역 및 우려 지역 등에 대해 5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토지거래계약 체결시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전체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면적(23만 565㎡) 중 서부신시가지 도시개발사업구역 내 기반시설인 완충녹지(7,873㎡)를 제외한 공장 이전 지역인 22만 2,692㎡이다.
전주시민회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롯데 손 떼고 수습 안 될 경우 공매·경매처리 될 것으로 예상“
그러나 이날 이문옥 전주시민회 사무국장은 “롯데건설이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에서 손을 떼고 ㈜자광은 기한이익상실 통보를 받은 상태여서 수습 기간은 두 달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며 “수습이 안 될 경우 부지는 공매나 경매처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또 “롯데건설은 이미 IBK투자증권에 1,046억원을 현금으로 상환하고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에서 빠져나간 상태로 보인다”며 “지난해 2월 대우건설이 울산시 동구 한 주상복합 개발사업의 사업성과 미분양을 우려해 시공권을 포기한 사례와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우건설은 울산 동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의 후순위 대출 보증(브릿지론) 44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시행사 측에 시공권 포기를 통보했다. 이 사업은 총 480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2022년 시행사가 토지 매입과 인허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브리지론으로 증권사·캐피털사 등에서 약 1,000억원을 조달했지만 금리 인상으로 브릿지론 금리가 크게 오른 데다 미분양도 증가하면서 자체 자금으로 브릿지론을 갚고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우건설은 이 사업에서 440억원을 보증하고 1,600억원을 공사비로 받기로 했었다.
이문옥 국장은 지난달 24일에도 전북특자도의회에서 개최됐던 (구)대한방직 도시기본계회 변경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다음달 12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자광이 안고 있는 은행 대출이 연장되지 않으면 바로 경매나 공매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 결과를 지켜본 뒤 도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이 맞다"고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전주시에서는 도시기본계획변경안을 전북자치도에 상정해 예정대로 26일 심의를 강행해 그 배경에도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날 회의와 관련 전북자치도의회 오현숙 의원(정의당·비례)은 도시계획위의 심의 무효를 주장하며 중단을 요구해 주목을 끌었다.
오현숙 도의원 "옛 대한방직 부지 용도 변경 무효"
이달 8일 열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제414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오 의원은 "지난 9월 26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옛 대한방직 부지의 용도변경을 비롯한 전주시 도시기본계획 일부 변경안 등 3개 안건이 상정됐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한 회의 성원을 채우기 위해 당연직 위원(국장)이 아닌 담당국 직원이 자리만 지키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 뒤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오 의원은 또 “전북자치도 도시계획위원회가 옛 대한방직 부지 용도 일부를 주거용에서 상업용지로 변경하는 안을 승인하는 절차에 전체 위원 30명의 절반도 안 되는 14명만 참여해 무효”라고 주장해 파장을 예고했다. 더욱이 전주시가 제출한 안건의 경우 회의 하루 전인 오후 10시가 넘어 안건으로 다루겠다고 번복하는 등 갑작스럽게 안건이 변경되고, 회의 당일 마지막 안건인 전주시 도시계획 일부 변경안은 시간이 늦어지자 위원들이 퇴장하며 과반이 되지 않는 14명의 위원만 심의·의결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 뿐만 아니라 옛 대한방직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의 경우 인근지역 교통영향평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에도 해당 지역의 교통영향평가심의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위원이 안건 심의에 참석해 제척·회피 논란까지 일었다. 이에 대해 이날 김관영 지사는 "조례에 따르면 과반수 출석으로 회의를 시작하고 출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도시계획위원 30명 중 19명이 회의에 참석했고, 전주도시기본계획 일부 변경안을 의결할 당시인 오후 7시에는 위원 5명이 이석해 14명이 의결에 참여하며 의결 정족수 8명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지사는 "국장들의 참석률 저조, 공무원의 대리 참석, 상정 안건의 변경, 심의시간 지연에 따른 위원들의 이석 등 위원회 운영에 대한 사항은 보완 개선해 전북특별자치도 도시계획위원회가 내실 있게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두 달 안에 만기 연장 성사할 때까지 도시계획위 중단 요구”
그러나 최근 다시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 시행사인 ㈜자광에 돈을 빌려준 대주단이 대출 전액을 상환할 것을 요구하는 EOD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지자 오 의원은 "자광이 롯데가 아닌 다른 회사를 구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두 달이라는 기한 안에 만기 연장을 성사할 때까지 도시계획위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 의원은 "개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도시기본계획을 승인해주면 용도 변경 자체로 부지 가치만 올려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공업용지에서 준주거용지나 상업용지로 바꿔주는 것 자체가 사기업을 위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농업복지환경위원회와 전북환경운동연합, 전주시민회가 지난달 24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2층 회의실에서 개최한 ’구 대한방직 부지 도시기본계획 변경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도 불법·특혜 논란이 제기됐다.
이날 한승우 전주시의원(정의당, 삼천1·2·3동, 효자1동)은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계획안 및 도시기본계획 변경 과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의 사업자는 주거지역을 준주거지로 세분·변경하고, 용적율 500%의 준주거지역에 10개동 3,399세대의 순수 공동주택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도계획법상 준주거지역은 ’주거 기능을 위주로 이를 지원하는 일부 상업기능 및 업무기능을 보완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역‘으로 규정함으로써 현재 사업자의 공동주택 건설계획은 제2종 또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지정하여 추진하는 것이 적절함에도 편법으로 도시관리계획 변경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승우 전주시의원 “전주시, 불법 행정으로 명분도 잃고 사업자에게 스스로 호구 돼 실리도 잃어”
또한 “이러한 편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주관광타워복합개발 사업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안) 교통영향평가의 수정의결 보완서‘가 전주시의회에서 통과됐다”는 한 의원은 “이러한 편법은 향후에 타 지역에서도 공동주택 건설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하여 추진할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고 도시계획의 기본 틀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한 의원은 “공공기여량이 2,380억원으로 규모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2,380억원 중에서 1,000억원을 교통영향평가 결과에 따른 외부 교통개선대책에 전주시가 투입한다는 것은 명백히 사업자에 대한 특혜이자 불법 행위“라며 ”결국 순수한 공공기여량은 1,38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주시는 불법적인 행정으로 명분도 잃고 사업자에게 스스로 호구가 돼 실리도 잃었다“고 의미 있는 비판을 던졌다.
한 의원은 이밖에 ”(주)자광의 '동시 준공 동시 착공'은 공허한 소리이며 최후에 관광타워가 건설되지 못하더라도 4,000여 세대의 공동주택 분양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차선책과 안전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며 ”전북자치도와 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러한 전주시 행정의 문제점을 제대로 살피고 최종 판단과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자광은 현재 옛 대한방직 부지(23만 565㎡)에 대한 개발을 추진 중인 가운데 주요 사업으로는 ▲470m 높이의 타워 건설 ▲200실 규모의 호텔 ▲백화점과 쇼핑몰 등의 상업시설 ▲558실 규모의 오피스텔 및 3,399세대의 공동주택 ▲문화공원 및 공개공지 조성 ▲지하차도 조성 △교량 확장 및 신설 ▲주변 도로 확충 ▲녹지조성 등 예상 개발 비용만 6조원이 넘는다.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을 위해 지난 2월 도시계획변경 협상대상지로 최종 선정 된 뒤 시작된 전주시와 ㈜자광의 협상은 현재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남은 절차로는 ▲전북도의 도시기본계획 승인 ▲협약서(안) 의회 동의 ▲도시관리계획 의회 의견청취 ▲협약서 작성 및 도시관리계획 결정고시 등이며 도시관리계획이 결정 고시되면 곧바로 건축 인허가 후 착공이 가능해진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