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어김 없이 찾아오는 '하얀 옷' 입은 '귀한 손님'…"백로야, 백로야 오래오래 함께 공존하자"
사진으로 보는 오송제 '백로'의 일상
바야흐로 가을은 철새의 계절이다. 어디선지 낯선 철새들이 저수지와 숲이 우거진 인근에 날아들어 자신들의 오랜 보금자리처럼 안주한다. 전주시 덕진동과 송천동 건지산, 가련산, 덕진공원 호수, 오송제 주변에는 늘 이맘 때면 하얀 손님들인 백로떼가 어김 없이 찾아온다. 올해도 한 두 마리씩 무리지어 선발대가 도착해 서식처를 탐색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여러 도시들이 백로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백로떼가 배설하는 분뇨와 부화 도중에 죽은 새끼, 알 껍데기 냄새로 주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주시 덕진동과 송천동 건지산, 가련산 일대에 가을부터 늦은 봄까지 서식하는 백로떼 주변은 주택들과 상가, 어린이집 등이 있어서 피해 호소가 심하다. 백로들은 주로 호수나 인근 산에 떼지어 있거나 주변을 훨훨 날아다니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비록 악취 문제를 유발하지만 소나무 등 침엽수가 많은 숲에서 떼를 지어 날갯짓을 하거나 하늘에서 펼치는 군무는 가히 장관이다. 전주시 오송제 인근 주민들은 건지산과 가련산 주변에 매년 가을부터 둥지를 트는 백로떼 때문에 악취로 시달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위적으로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고 보존하고 있다.
‘오송제 연못 지킴이’ 회원들은 “배설물과 악취로 주민들이 빨래를 제대로 널지 못하고 차량에 배설물이 떨어져 고통을 겪고 있지만 백로떼의 서식지를 보존하기 위해 주민들이 서로 양보하며 공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함께 잘 사는 것이 최선의 목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백로는 왜가리과에 속하는 새로 왜가리, 대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를 모두 가리켜 부른다. 백로과의 새는 대부분 여름철새이지만 대백로는 겨울철새에 속한다. 백로가 해마다 같은 지역을 찾는 이유는 번식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좋은 서식지는 포식자로부터 방어와 보호가 가능하고, 둥지를 짓고 보수할 수 있는 재료가 있으며, 가까운 곳에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
전주 도심에 위치한 건지산과 가련산 주변에는 오송제와 덕진공원의 너른 호수가 있어 백로 서식의 최적지로 꼽힌다. 백로떼는 전주 외에 충북 청주지역 등 다른 곳에도 서식지가 있다. 특히 2000년 충청북도가 선정한 충북자연환경명소 100선에 선정된 ‘송절동 백로서식지’에 해마다 많은 개체가 모여들고 있다고 한다.
전주지역에 해마다 많은 백로들이 모여드는 이유가 있다. 송천동 일대는 예로부터 적송(赤松)이 울창했던 곳이다. 뿐만 아니라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이 맑아 솔밭과 내를 가리켜 송천동(松川洞)이라고 했듯이 예로부터 백로나 철새들이 서식하기에 안성맞춤인 지역이었다.
송천동 바로 인근 덕진동에 위치한 전북대학교 뒷편 건지산 자락 오송제는 넓은 숲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저수지로 흘러드는 작은 물길들이 낮은 지대에 넓은 습지를 형성하고 있어서 생태 환경의 보고나 다름없다.
황방산~가련산~건지산~소양천으로 이어지는 오송제 주변은 전주시 생태축의 중심에 있다. 도심 허파 역할로도 손색이 없다. 이곳에 귀한 백로 손님들이 이맘때면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조건들을 갖춘 때문이다. 올해도 벌써 포착되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많은 백로 손님들이 도착할 것이다.
백로 뿐 아니라 이곳은 새들의 천국이다. 왜가리, 해오라기, 쇠물닭, 쇠오리들이 저수지를 훨훨 날으며 헤엄치고 바로 옆 숲속에는 직박구리, 멧비둘기, 박새, 어치, 할미새, 오색딱다구리가 산다. 새들이 많은 것은 습지 생태계가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연과 새들이 어울려 사는 공간에서 인간들도 함께 공존하는 생태 환경이 오래도록 잘 유지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김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