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뉴스다워야지] 압수수색 한 번도 안 한 ‘김건희 명품백 수사’ 무혐의, 민주화 이후 대통령 거부권 ‘최다’…민주국가 맞나?

뉴스 큐레이팅-2024년 10월 3일

2024-10-03     박주현 기자

'뉴스(News)'란 단어 속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돼 있다. 많은 학자들이 개념을 정의해 왔지만 북, 동, 서, 남(North,  East, West, South)의 첫 영어 글자를 따서 ‘동서남북, 사방에서 들려오는 새로운(New) 소식’이란 개념이 가장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지금도 사전적 의미의 뉴스는 ‘주위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소식’ 또는 ‘새로운 소식을 알려 주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그러한 보도’ 등을 지칭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이 활자와 영상 위주에서 디지털로 진화한 뒤 점차 빨라진 속도와 많은 양의 뉴스가 범람해 뉴스 이용자들의 선택권은 다양해 졌지만 뉴스다운 뉴스를 선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뉴스의 개념 정의도 ‘올바른 사실에 입각한 공정하고 진실된 새로운 소식’으로 변했다.

그런데 뉴스들 중에는 ‘불공정하고 왜곡된 소식’으로 둔갑돼 뉴스 수용자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경우가 잦다. 이에 <전북의소리>는 ‘뉴스가 뉴스다워야지...뉴스 큐레이팅’을 통해 국내 주요 언론들이 생산·유통시킨 뉴스들 중 민주시민들에게 유용한 뉴스, 뉴스 이용자들에게 가치 있는 뉴스들을 선별, 차별화된 맥락과 의미 등을 비교·분석해 소개한다./편집자주


과연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한가?

MBC 10월 2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서울중앙지검은 2일 ‘명품백 수수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뇌물수수 등 모든 혐의를 최종 무혐의 불기소 처분했다.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주거침입·위계공무집행방해 등 모든 혐의가 불기소 처분됐다. 지난해 12월 <서울의소리>가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고발한 지 10개월, 지난 5월 전담수사팀이 꾸려진 지 5개월 만의 결론이다.

또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에 대하여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2년 5개월 만에 '대통령 거부권' 24건...민주화 이후 행사한 '모든 거부권 수' 뛰어넘어

이로써 현 정부 들어 2년 5개월 만에 행사된 거부권은 총 24건이 됐다. 이는 민주화 이후 행사한 역대 정권의 거부권 수를 넘은 수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은 14건(노태우 정부 7건, 노무현 정부 4건, 이명박 정부 1건, 박근혜 정부 2건)이다. 

이 때문에 강력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은 김 여사 혐의를 적극적으로 묻지 않고, 검찰의 대안 격인 특검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봉쇄함으로써 ‘가족 방탄’을 위한 ‘통치권 사유화’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많은 국민들에게 ‘과연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한가?’란 물음을 던져준 하루였다. 그런데 이런 물음을 야기한 검찰에 대한 언론들의 시각과 해석은 제각각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에 대한 고소·고발 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문재인 전 대통령 딸과 전 사위를 비롯한 가족 등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 그래서 정치 보복이나 먼지떨이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의 수사와 당장 비교되는 현실에서 많은 국민들 사이에는 ‘대체 누굴 위한 법이냐’는 볼멘소리가 높다. 이런 궁금증을 제대로 간파한 뉴스들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MBC “압수수색 한 번도 안 한 수사, 기본 지켰나?”

MBC 10월 2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이날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관련해 MBC는 ‘압수수색 한 번도 안 했다‥.수사 기본 지켰나?’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 이목을 끌었다.

기사는 리드에서 “검찰이 디올백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린 뒤 다섯 달 동안, 부장검사까지 검사 4명이 이 사건 하나에 매달렸다”는 점과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 한 번 하지 않았고, 통신 내역도 들여다보지 않았고 그나마 단 한 번의 조사는 검사들이 휴대폰까지 반납한 채 이른바 출장 황제조사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을 부각시켜 보도한 점이 다른 뉴스들과 차별성을 띈다.

게다가 기사는 “검찰은 무혐의를 주장하는 김 여사 측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방점을 찍은 뒤 “수사팀은 지난 5개월 동안 ‘객관적 증거를 모두 확보했다’고 했으며 ‘필요한 수사는 다 했다’면서 ‘불기소는 수사팀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했다”면서 “검찰은 김건희 여사를 1차례 조사했지만 경호처 부속건물에서 검사들이 휴대전화까지 반납한 채 조사해 '황제조사' 논란이 일었다”고 부연했다.

또한 “당시 검찰총장은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사과드린다’고 했다”는 기사는 그러면서도 “검찰이 행방을 실제로 확인한 건 디올백 하나뿐”이라며 “디올백을 돌려주라고 지시했는데 부하직원이 깜빡했다는 김 여사 측 주장을 뒷받침할 물증은 확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179만원짜리 샤넬화장품은 사무실 물난리로 못쓰게 됐고, 40만원짜리 듀어스 위스키는 경호상 이유로 폐기했다는 김 여사 측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기사는 더 나아가 “압수수색은 없었다”며 “전담수사팀이 나섰는데 강제수사를 한차례도 안 한 건 이례적이며 김 여사와 최재영 목사 사이 오고 간 카카오톡 대화도 모두 임의제출받았고 통신 내역도 조회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서면 조사도 안 했다”는 기사는 “직무 관련성이 없어 신고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였는데, 미리 결론을 정해 놓고 수사를 한 셈”이라며 검찰 수사는 시작부터 논란의 연속이었다”며 “지난 5월 총장 지시로 전담팀이 꾸려지자 서울중앙지검장과 차장검사 등 지휘부가 모두 교체됐다”고 의심했다. 당시는 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 수사를 지휘하던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돼 인사가 나던 무렵이다.

이를 두고 이날 기사는 “빈자리에는 친윤석열계 검사로 꼽히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임했다”며 “김 여사 경호처 출장조사도 나중에 보고해 '총장 패싱' 논란도 불거졌다”고 보도한데 이어 “새 검찰총장으로는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가깝다는 심우정 총장이 발탁됐다. 심 총장은 공정 수사를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지만 김 여사 수사에 대해 기자들 질문을 피해 가며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이날 기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기사는 많은 여운을 남겼다. 윤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많은 언론사와 전 대통령 가족의 수사 과정에서 보여주던 수많은 압수수색과 줄소환 조사 등 적극적인 수사와는 전혀 다른 행태를 보여 온 때문이다.

경향신문 사설 “김건희 백 불기소·특검 거부, ‘통치권 사유화’ 도를 넘었다”

경향신문 10월 3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부인과 관련된 의혹을 조사하는 특검법에 다시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2일 오전 김여사특검법과 채상병특검법, 지역화폐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에 대하여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3일 자 사설에서 문제의 핵심을 짚어줬다. ‘김건희 백 불기소·특검 거부, ‘통치권 사유화’ 도를 넘었다’는 제목의 사설은 “국민이 주시하는 사건에서 혐의 유무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법원 판단을 구해보는 게 순리일 것”이라며 “그러나 검찰은 그럴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함으로써 고위공직자 부인이 청탁과 함께 고가의 선물을 받아도 제재할 수 없다는 매우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규정했다.

이어 “의혹이 잇따르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혐의 처분도 하세월이다”고 지적한 사설은 “그래놓고 야당 대표 부인은 10만원을 문제 삼아 기소하니, 검찰은 최소한의 ‘공익 대변자’ 역할과 존립 이유를 잃었다”며 “검찰이 이런 식이라면 ‘살아 있는 권력’ 비리를 수사할 대안은 특검밖에 없다”고 했다.

사설은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김건희 특검법’에 두번째, ‘채 상병 특검법’에 세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건 24차례로 늘었다”고 지적한 뒤 “지금 온 국정이 ‘김 여사 방탄·보호’에만 쏠려 있는지 윤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JTBC “계속 이어지는 김 여사 관련 ‘의혹’과 ‘논란’”

JTBC 10월 2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이런 가운데 JTBC는 2일 '단독' 기사로 김 여사에 대한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김건희-명태균 텔레그램 확인'의 기사는 “특검법은 거부되고 명품백 사건도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지만 김 여사와 관련한 새로운 의혹은 계속 나오고 있다”며 “그중 하나가 공천개입 의혹인데 이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를 저희가 만나서 여사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사는 “명씨는 그동안 ‘단수 공천을 요구했지만 여사가 거절했다’고 말했는데, 여사는 ‘기본은 경선 참여’라면서도 ‘김영선 단수면 나도 좋다’고 말했다”며 그동안 논란이 컸던 텔레그램 진위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텔레그램은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옮기기로 한 김 전 의원에게 단수 공천을 달라는 내용이었다”는 기사는 “며칠에 걸쳐 9차례 메시지를 보냈고 김 여사 답변은 한 차례였지만 김 여사는 ‘단수는 나 역시 좋다’고 했다”는 기사는 “명씨는 문자를 주고받은 뒤에 몇 차례 통화도 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최고 권력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 부인과 관련된 공천 개입 의혹이란 점에서 무게가 실리는 뉴스다.

CBS노컷뉴스 “이재명과 조국, 소모적 전쟁 벌일 때 아니다”

또 하나의 칼럼이 예리하게 정국을 파헤쳤다.

CBS노컷뉴스 구용회 논설위원이 2일 쓴 칼럼(제목: 이재명과 조국의 소모적 전쟁)은 최고 권력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의혹과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시국에 야당 의원들의 국정감사 준비가 소홀하다는 점을 강도 높게 지적한 것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국감을 준비하는 일은 국회의원들에게 한해 농사인 가을 추수를 하는 이치와 같다”고 말문을 연 칼럼은 “국정감사가 없다면 국회의원이라는 '직'은 '조자룡의 헌칼' 같은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국정감사는 헌법이 보장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당 총재시절 국감을 ‘의정활동의 꽃’이라며 국감에 목숨을 걸도록 의원들을 몰아붙였다”고 과거 사례를 끄집어냈다.

이어 칼럼은 “1980년 후반과 1990년대 국회의원들 방은 불야성을 이뤘다. DJ는 국감 성적을 평가하겠다고, 그 성과를 다음 총선의 공천 기준으로 삼겠다고 의원들을 독려했다”며 “그 당시 국감을 통해 '스타 의원'들이 배출됐다. 그들은 밤샘노력 끝에 국민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줬다”고 강조한 뒤 그런데 “국감을 불과 10여일 앞둔 22대 야당 국회의 국감 준비상황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고 운을 뗐다.

그 이유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시선은 국정감사가 아니라 전부 '10.16 보궐선거'에 쏠려 있는 지경이다”고 밝힌 칼럼은 “10.16 보궐선거를 바라보는 관점 차이가 야당과 국민사이에 너무 크다는 사실을 절감한다”며 “야당을 지지하거나 정부·여당의 오만한 국정을 감시해주기를 원하는 국민들은 보궐선거에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더해 칼럼은 “전남 영광과 곡성, 부산 금정구, 인천 강화군 주민들에게 중요한 선거임은 틀림 없다”는 칼럼은 “국민들은 이미 '4.10 총선'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중간심판했는데 6개월 뒤에 열리는 선거가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주민의 복지실현을 위한 선거이면 족하다”고 지적하며 “보궐선거를 소모적 야당경쟁으로 체급을 지나치게 키운 것은 조국 대표의 정치적 실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보궐선거를 과열로 끌어올린 것은 일차적으로 조국 대표의 '영광 한달살기'에서 기인한다”는 칼럼은 “일찍이 조국 대표는 ‘3년은 너무 길다’며 "윤석열 정부에 맞서는 쇄빙선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야당간 과열 경쟁을 촉발하는 것이 무슨 쇄빙선 역할인지 묻고 싶다”고 쏘아붙였다.

“국민들은 보궐선거보다 대통령 가족 국정농단 의혹의 진실 밝혀지기를 학수고대”

게다가 “이재명 대표의 대응 또한 소모적”이라고 지적한 칼럼은 “초미니 보궐선거가 ‘장남먼저, 삼남먼저…’라고 농담처럼 옥신각신하더니 어느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자존심 싸움판으로까지 커지고 말았다”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 상당수가 이 조그만 선거에 몰빵을 하다시피하고 있는 사이 2023년 가을정국의 화두로 떠오른 영부인 국정감사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칼럼의 백미는 후반부에 이어졌다. “유튜버와 언론은 윤 정부의 실정에 대해 수많은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을 보유한 현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칼럼은 “국가의 중추 '워치견(dog)'이어야 할 감사원이 썩어 문드러져 있고, 검찰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인데, 공부에 전념해야 할 의원님들은 오늘도 동원되고 있다. 국민들은 보궐선거보다 대통령 가족 국정농단 의혹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DJ라면 무엇을 했을까, 법사위와 행안위, 운영위,국토위의 의원들을 한데 모아 '총력TF'를 띄웠을 것이다”며 “여사 사건은 이 모든 상임위에 걸쳐 있다. 특정 상임위의 단독 의원 활약만으로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야당이 자원의 총량을 합심으로 동원해도 방탄 감사원과 방탄 검찰의 은폐와 조작을 들춰내기에 모자랄 판인 것이다”고 쓴소리를 야당에 던졌다.

과연 야당 의원들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역할을 해낼지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란 암시와 이러한 기대에 미칠지 심히 우려된다는 점을 잘 지적한 칼럼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