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전주시, 팔복동 천일제지 ‘고형연료' 사용 시설 불허하라”

현장 이슈

2024-10-03     박경민 기자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녹색연합과 전주시 팔복동 및 인근 주민들은 2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는 팔복동 공단에 있는 천일제지의 고형연료(SRF) 사용시설을 불허하고, 대기오염물질 총량 관리로 시민의 환경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사진=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천일제지 SRF 사용 시설 불허하고, 대기오염물질 총량 관리로 하라.”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민의 환경 권리를 보장하라.”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녹색연합과 전주시 팔복동·송천동 주민들은 2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는 팔복동 공단에 있는 천일제지의 고형연료(SRF) 사용 시설을 불허하고, 대기오염물질 총량 관리로 시민의 환경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와 주민들은 "민선8기 전주시는 SRF 사용시설 건축허가 불허가 처분 취소 행정심판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며 “고형연료 시설은 중금속과 다이옥신 등이 배출돼 위해성이 높은데도 지난해 전북지역 사용량이 88만여톤으로 이미 전국 2위 수준이이어서 더 이상의 고형연료 시설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대기오염물질이 기상 상태에 따라 4~6km 이상 확산한다는 전문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1km 이내에 주민만 고려한 전주시 조례와 행정심판의 결과는 부당하다”며 “전주시는 고형연료 사용량이 전국 최대 규모인 점을 감안해 쓰레기 소각장과 다를 바 없는 고형연료 사용시설을 대기오염물질 총량으로 관리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들은 "신규 SRF 소각 사용 및 발전시설 입지는 제한하고 기존 시설은 점차 줄여가야 한다"고 밝힌 단체는 "팔복동 산단 대기 환경개선 정책은 일관성 있게 유지돼야 한다"며 "2017년부터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 전문가와 함께 추진해온 팔복동 공업지역 환경오염물질 배출 저감과 대기환경 개선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환경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날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이 밝힌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천일제지 SRF 사용시설 불허하고, 대기오염물질 총량 관리로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민의 환경 권리를 보장하라!

사진=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 9월 20일, ㈜천일제지는 가연성 쓰레기 고형연료(SRF)를 종이 제조 공정의 열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주시에 고형연료제품 사용허가를 신청했습니다. 대기오염물질 확산 영향권에 있는 시민들은 천일제지 앞에서 사흘간 집회를 열고, 발암성 물질과 독성물질 성분이 있는 가스상 물질을 배출하는 SRF 사용시설 추진 중단과 전주시의 고형연료 사용허가 불허처분을 촉구했습니다.

환경부는 2013년 고형연료 소각시설 정책 규제 완화 이후 열원으로 사용하는 시설과 소각 발전시설이 난립하면서 환경적인 논란이 커지고, 주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2017년 고형연료 사용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꿨습니다.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는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소규모 시설에서는 사용을 제한하고, 고형연료 제품의 품질기준과 사용시설의 배출기준도 강화했습니다. 고형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시설은 2019년 10월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했습니다.

전주시는 2018년 주원전주 SRF 소각 발전시설 불허처분 이후, 전주 공단지역 대기오염 등 환경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환경개선과 합리적 관리를 위한 실행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그런데, 민선 8기 전주시는 SRF 사용시설 건축허가 불허가 처분 취소 행정심판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고형연료제품 사용허가를 내줄 처지에 몰렸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팔복동 공업지역의 소규모 환경오염물질 배출 업종의 공장입지 규제를 담은 태평·추천대 지구단위계획을 완화했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입니다.

시민들은 집단 주거지역과 인접한 SRF 사용시설인 만큼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사흘간 공장 앞 집회를 열고, 500여 명이 참여하는 SNS를 통해 사안의 심각성을 알려 나가고 있습니다. 대기오염물질 총량 관리, 쓰레기 고형연료 사용시설의 입지 제한 제도화, 환경영향평가 기준 강화 등 시민사회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공의 안전과 환경개선 정책보다 기업의 이윤 추구가 우선인 팔복동 산단 쓰레기 고형연료 사용시설 신설에 반대하며, 천일제지의 고형연료제품 사용허가 신청에 대해 불허처분을 내릴 것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촉구합니다.

첫째, 전주시는 SRF 고형연료 사용량이 전국 최대 규모입니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의하면 전국 17개 시도 고형연료제품 사용량은 전북이 1, 2위를 다툽니다. 23년 기준 충남 지역이 약 127만 톤(27%)으로 가장 많고, 뒤이어 전북지역이 88만 7천 톤으로 19.1%를 차지합니다. 21년은 전북지역이 약 94만 톤(22%)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전북의 원재료 발생량은 전국 5,482,174톤의 4.72%인 259,170톤입니다. 그런데 처리량은 발생량보다 4배가 많습니다. 환경공단은 전북지역의 고형연료 사용량이 매우 높은 이유로 전주시에 소재한 전주 파워와 전주 원파워를 꼽았습니다.

따라서 쓰레기 소각장과 다를 바 없는 고형연료 사용시설은 대기오염물질 총량으로 관리하고 규제해야 합니다. 신규 SRF 소각 사용 및 발전시설 입지는 제한하고, 기존 시설은 점차 줄여가야 합니다. 현재 운영 중인 시설은 고형연료 품질기준 관리강화, 대기오염 방지시설 확대, 민관합동 감시체계 구축 등이 행정에서 지금 해야 할 일입니다.

둘째, 팔복동 공업지역 환경오염물질 배출 저감과 대기환경 개선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환경 행정입니다. 전주시는 2017년부터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 전문가와 함께 팔복동 공업지역 주변 시민들의 건강 보호와 환경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 일대 461개 업체에 대하여 환경오염물질 배출사업장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했습니다.

오염물질 배출 업종의 신규 공장입지 규제를 담은 태평·추천대 지구단위계획 수립했으며, 전주시 화학물질안전조례를 제정했습니다. SRF 소각발전시설 조례로 환경영향평가 기준 강화, 고형연료 사용시설에 대한 매입·이전·정비 대책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습니다. 드론을 이용한 굴뚝 감시를 도입하고, 산단 관리팀을 팔복동에 배치했습니다. 시민의 환경권리를 위해 행정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팔복동 산단 대기 환경개선 정책은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셋째, 일반폐기물 소각장과 다르지 않은 SRF 소각시설의 위해성이 건축허가 불허처분과 행정심판 과정에서 과소평가 되었습니다. 전주시의 패소 사유를 보면 △ 반대 주민들의 거주지가 1km 이상 떨어져 있고, △주민 또는 주변 환경에 어떠한 위해를 미칠 것인지 알 수 없음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SRF 소각시설의 위해성을 입증하는 자료는 차고 넘칩니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금속 물질인 아연, 크롬, 납, 수은 등의 특정대기유해물질이 낮은 농도지만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습니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중 나프탈렌과 염화수소는 물론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a)피렌이 특정 사업장에서 높은 농도로 배출되었습니다. 휘발성유기화합물 (VOCs)은 특정대기유해물질인 벤젠 Benzene과 트리클로로에틸렌이 검출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다수의 논문과 청주 북이면 등 소각시설 암 발병 역학조사, 전주시가 추진한 4건의 팔복동 오염물질배출시설 연구용역 자료는 모두 고형연료 소각시설의 위해성을 담고 있습니다.

2017년 국민권익위원회도 다수의 SRF 소각시설 현장 표본조사를 통해 상당수 시설에서 다이옥신이 배출되는 것을 확인하고, 시민의 환경권 침해 등을 이유로 환경부에 대해 개선 조치를 권고했습니다. 다이옥신 배출허용기준을 정했지만, 초과 시 해당 고형연료제품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는 사용업체의 준수사항만 있을 뿐입니다. 위반시설에 대한 개선명령, 사용중지 등의 행정처분 규정이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열과 스팀을 생산하는 보일러 용도일 경우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입니다.

SRF 사용 소각발전 시설 중 10MW 이상만 환경영향평가 대상입니다. 주민 건강영향평가 시행 근거 마련, 지형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확산 범위 산정, 대기오염 방지대책 적절성 측면에서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에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이처럼 SRF 사용 소각시설이 환경 측면으로 문제가 많고, 제도적으로도 부실한 시설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객관적인 연구자료가 차고 넘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전주시는 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어떤 위해성 관련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넷째, 대기유해오염물질의 확산 범위를 명확하게 추정할 수 없음에도, 행정심판은 결과적으로 천일제지에서 1km 이상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시민의 권리 행사를 제한했습니다.

대기오염물질의 확산은 바람 방향과 속도, 지형, 굴뚝 높이에 따라 범위가 다릅니다. 21년 가동을 시작한 하루 24톤 규모의 고창군 생활쓰레기소각장은 대기확산 모델링을 거쳐 반경 2km 내외 주거지를 영향권으로 설정했습니다. 불안정한 기상 상태에서는 4∼6km 이상 확산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피해가 있는 곳에 권리가 있어야 합니다. 천일제지 인근 1km 이내 주민만이 아니라 대기확산 영향권 내에 있는 시민의 환경권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반대 주민들의 거주지가 1km 이상 떨어져 있어 자격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은 영향권 내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입니다. 2022년 도내 대기오염 측정망 40곳 중 송천동 지점이 초미세먼지 환경기준 초과일수가 50일입니다. 여섯 번째로 높습니다. 공장이 있는 팔복동 22일보다 두 배 이상 많습니다.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화학 조성의 2차 미세먼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영향권의 범위를 단순 거리로 환산해서는 안 됩니다.

전주시에 촉구합니다. 지금이라도 시민들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시민들과 손을 맞잡고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천일제지는 열원을 구하지 못해서 고형연료(SRF) 사용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아닙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둔 TSK 그린에너지의 자동차 파쇄 잔재물 소각 폐열을 공급받았습니다. 기업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시설이 아니라, 환경을 볼모로 기업의 이윤을 확대하기 위한 시설에 불과합니다.

시는 ㈜주원전주, 개암환경, 이도그린 등과 10여 건이 넘는 행정소송을 진행해 왔습니다. 관련 연구과제만 4건이 넘고, 용역비가 6억 원가량 들었습니다. 그간의 법률 대응 경험과 팔복동 공업지역 대기 유해물질 연구자료를 활용하고, 환경·법률전문가와 협력해서 SRF 사용 소각시설의 위해성과 운영 계획이 적절성 여부를 검토한 뒤, 고형연료제품 사용 신청을 불허하고, 행정심판이나 소송에 대응한다면 쓰레기 고형연료 소각시설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이는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물려주고, 잘못된 자원순환 정책을 바로 잡는 일입니다. 더 늦출 수 없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입니다.

2024. 10. 2

전북환경운동연합, 시민행동21, 전북녹색연합,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전북겨레하나, (사)전북생명의숲 

 

/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