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툰베리'의 시대, 청소년이 들고 일어나는데...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쯤?

백승종의 역사칼럼

2024-09-25     백승종 객원논설위원
백승종 역사학자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21세, 정확히는 튄베르크)를 아실 것입니다. 그는 지금부터 5년 전인 2019년 9월 23일에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실로 정문일침(頂門一針, 정수리에 침을 놓음)의 따끔한 일갈을 하였습니다. 어른들의 허위를 소박하고 진실한 언어로 폭로한 것이지요. 아래에 그레타의 연설 가운데 몇 구절을 그대로 옮깁니다.

- 당신들은 거짓말로 나의 꿈도 어린 시절도 짓밟았습니다.

-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다 못해 죽어가고 있습니다. 생태계 전체가 이미 붕괴하고 있습니다.

- 모든 생명이 대대적으로 멸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당신들은 돈만 이야기하고, 영원히 경제 성장이 지속할 거라고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 당신들은 우리, 청소년을 실망하게 하고 있습니다.

- 그러나 우리는 당신들이 배신자라는 사실을 정확히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미래 세대가 당신들의 행태를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우리를 계속 망친다면 우리는 결코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청소년들이 인류사적인 문제를 직접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 

이렇게 연설하는 그레타 툰베리의 두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습니다. 그는 거짓에 물든 이른바 정치가들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울려 퍼지는 순수한 목소리를 그대로 쏟아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많은 정치가는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에 감명을 받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야 하겠지요! 개인적 이해관계를 떠나 한 맑은 영혼이 우는 소리를, 그들이라고 왜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세상의 대다수 정치가와 산업자본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지구를 살리는 생태/환경운동에 발 벗고 나설지는 의문입니다. 그들로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이니까요. 당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에는 생태계의 위기조차 양극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부자는 살고, 보통사람 이하는 죽는 세상이 되는 것이죠.

그러나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청소년들이 인류사적인 문제를 직접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로 말미암아서 국제 무대에서 정치적 주도권이 바뀌고 있기도 합니다. 권력이 정경유착으로 악명을 떨치던 기성 정치가들의 수중에서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정치의 주도권이 시민에게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적인 이해관계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었던 청소년들이 대안의 맑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들은 이제 인류사회에서 유령 같은 존재 또는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소중한 결실입니다. 그들도 당당한 정치적 파트너가 되고 있습니다! 그레타 툰베리가 유엔에 초대를 받은 사실이 이런 변화를 상징합니다.

대한민국, 우리 조국의 청소년들은 지금 어디쯤 서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쓰다 보니, 제 가슴 깊은 곳에서 한 가지 질문이 일어납니다. 대한민국, 우리 조국의 청소년들은 지금 어디쯤 서 있습니까. 일류 대학에 들어가서 검사가 되고, 의사가 되어 평생 잘 먹고 잘사는 것만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배워온 그들이 가엾지요. 너무 일찌감치 철들기를 강요당한 우리 청소년들, 그들의 눈에는 그레타가 너무 가엾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청소년들은 귀도 먹고 눈도 멀었으며 심장도 얼어버린 것은 아닐는지요. 쓸데없이 조숙한 그들에게는 바깥에서 불어오고 있는 새로운 바람이 외려 낯설고 부질없어 보이지나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세상 문제의 본질을 애써 회피하고, 지극히 사소하여 거의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만 고르고 골라서 '프레임의 전환'을 꾀하는 정치공작일꾼들을 단죄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수년째 목격하고 있는 추한 모습은 바로 조선 후기에 망국의 길을 재촉한 내부 권력 투쟁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정당정치의 가면을 쓰고 끝도 없고 시작도 없는 당쟁을 벌여서는 안 됩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정치적 행태는 민주주의도 아니고, 정강 정치도 대의정치도 아니며, 삼권분립이나 언론의 자유와는 거리가 아주 먼, 골육상쟁의 망국적 행위입니다. 하루바삐 정상적인 국가로 되돌아가야겠습니다. 

/백승종 객원논설위원(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