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4개 병원 '응급실 뺑뺑이’ 손가락 절단 환자, 1시간 이동 '전주 수병원'서 2시간 수술 후 회복 중…의료대란 속 '24시간 연중무휴' 수술·치료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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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박주현 기자

추석 연휴 시작과 함께 광주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한 50대 남성이 광주지역 4곳의 병원에서 진료 거부를 당해 1시간 넘게 전주로 이동해 2시간가량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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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주 수병원(원장 이병호)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30분쯤 광주시 광산구 운남동 한 아파트에서 A씨가 바람이 불어 방문이 거세게 닫히는 바람에 오른쪽 검지 손가락이 문 틈에 끼어 절단돼 119에 신고한 후 출동한 광주 광산소방서는 즉각 A씨를 인근 병원에 이송하려 했으나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을 포함한 4곳의 병원에 문의한 결과 환자 수용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전주 수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현재 회복 중이다.

수병원 이병호 원장 “손가락 절단 긴급 환자, 광주에서 1시간 거리 도착 후 밤 9시 접합수술 마치고 현재 회복 중…2~3주 소요될 듯” 

전주 수병원 전경.(수병원 제공)

이날 사고 발생 후 4곳의 병원에 의해 거절당한 A씨는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는 수병원에 문의 후 ‘수술 등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95㎞ 거리의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에 위치한 수병원에 오후 3시 37분경 도착 후 즉각 검사와 수술이 진행돼 밤 9시경 수술이 마무리, 현재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지역 대학병원들과 종합병원 등은 접합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거나 휴무인 탓에 이 환자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을 마친 이병호 수병원 원장은 “환자의 손가락 절단 부위가 신경, 혈관, 뼈 등이 접목돼 있어서 매우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수술이 비교적 잘 진행돼 앞으로 2~3주 정도 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최근 상급병원인 대학병원 응급실에 이송되지 못하고 수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추석 연휴는 물론 1년 365일 밤낮없이 진료하며, 특히 긴급 외상으로 인한 절단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외지에서도 헬기 등으로 이송되는 환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환자 A씨가 광주지역 병원 4곳에서는 접합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거나 휴무인 탓에 받아주지 못한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8개월간 139건 발생… 병원 거부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간 사례 3,436건

수병원 홈페이지(초기화면 캡처)

한편,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등을 막겠다며 광주광역시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강기정 시장을 반장으로 하는 비상의료관리 상황반을 설치했지만 병원을 찾지 못한 절단 환자가 전주까지 이송되면서 지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올들어 광주·전남지역에서 의정갈등 장기화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응급실 뺑뺑이가 8개월 동안 139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 양부남(광주 서구을)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119 구급대 재이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20일까지 119 구급대로 환자를 이송했으나 병원 거부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간 사례가 총 3,436건으로 집계됐다. 재이송 사유는 전문의 부재가 1,370건(39.8%)으로 가장 많았다. 환자를 적절히 치료해줄 전문의가 없어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에서 다른 병원 응급실로 발길을 돌린 셈이다.

같은 기간에 광주·전남지역 재이송 건수는 광주 42건, 전남 97건 등 139건으로 집계됐다. 앞서 광주지역에서는 5일 오전 조선대 체육대 인근 벤치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여대생 B씨가 불과 100여m 거리의 조선대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주현 기자